고립된 삶에서 사회로, 장애인 자립 위한 움직임/커뮤니티케어 화두 속 인권·인식개선 병행 필수
#. 최근 한 방송에서 복지시설을 나와 자립해 살아가고 있는 장애인 부부의 삶을 꾸밈없이 보여줘 눈길을 끈 적이 있다.
이 부부는 지적장애를 갖고 태어나 성인이 될 때까지 시설 생활을 벗어나지 못했다. 시설 비리 등의 문제로 어쩌다 세상 밖으로 나온 두 사람은 부부의 인연을 맺은 후, 아직은 험난하지만 사회에서 고군분투하며 ‘진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우리나라 등록 장애인구는 258만 5876명, 이 중 대전시 등록 장애인구는 7만 2927명이다. 이는 대전 총인구 대비 약 4.9%를 차지한다. 지역에서 살고 있는 장애인들은 어디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관련기사 3면
정부가 지역사회의 힘으로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자신이 살던 곳에서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돌봄 시스템인 커뮤니티케어를 화두로 제시하면서 장애인 자립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아직까지 대전에서는 커뮤니티케어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되지 않았지만 그동안 장애인 차별금지와 인권보장 마련을 위한 계획을 토대로 장애인 자립을 위한 다양한 시책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2023년까지 유지되는 제2차 대전시 장애인차별금지 및 인권보장 기본계획이 시행되는 원년으로 시 장애인 정책 변화가 ‘장애친화도시’를 지향하는 점에서 정부의 ‘커뮤니티케어’와 맞닿는다.
시는 ‘인권기반의 장애친화도시 대전’을 비전으로 장애(Disability)가 더는 장애인에게 장애(Barrier)가 되지 않는 사회를 지향한다. 장애인이 불편 없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을 때, 다른 모든 사람도 안전하고 편하게 살아갈 수 있고, 장애인이 살기 좋은 도시가 모든 시민이 살기 좋은 도시라는 의미다.
지난 1981년 UN이 ‘세계 장애인의 해’로 정하고, 모든 국가에 대해 심신장애인을 위한 복지사업과 기념행사를 추진하도록 권고한 후에야 비로소 제정된 장애인법이, 늦었지만 법적 근거마련의 단계를 거쳐 장애 인식개선, 커뮤니티케어까지 단계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거다.
그러나 여전히 장애인들이 사회에서 하나 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여전히 장애인의 19.6%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는 등 사회, 정책적 변화에 비해 인권이나 인식개선 등이 뒷받침 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는 탈시설 자립생활욕구 수치를 봐도 나타난다.
시에서 조사한 계획수립 연구에 따르면 지역사회 자립생활 지원 시 자립을 하겠다는 응답이 32.4%에 불과했다. 이유는 ‘가족들이 시설에 계속 있기를 원해서’, ‘시설 밖으로 나가본 경험이 없어서’, ‘나가려면 어떻게 하는지 몰라서’ 등이 주를 이뤘다.
장애인들은 탈시설 후 자립하기 위해 주택을 가장 필요로 했다. 또 생활비 지원, 일자리, 활동보조, 교통수단 등을 꼽았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들 중 무엇 하나 확실한 대책이 없다. 커뮤니티케어 정책과 함께 장애인 인식개선을 더 강조하고, 병행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영근 유성구장애인복지관장은 “장애인 자립은 한 사람의 삶의 기반을 마련해줘야 하기 때문에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며 “장기적인 관점으로 인권, 인식개선 교육을 병행하고, 취업, 탈시설 전환 프로그램 등을 더 많이 만들어 사회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강선영 기자 kkang@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