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연극제 뒤 홍시-셰익스피어 갈등
시립극단 창단 앞두고 문화계선 쓴 소리

<속보>=대전 연극계의 기류가 심상찮다. 최근 막을 내린 제28회 대한민국연극제 대전예선(대전연극제)에서 불거진 연극계 내홍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연극인의 미래가 걸린 대전시립극단 추진을 앞두고 중지를 모아도 모자란 상황인 만큼 지역 문화계는 쓴 소리를 내뱉고 있다.<본보 4월 9일자 6면 보도>

최근 한국연극협회 대전시지회(대전연극협회)는 ‘제28회 대전연극제 관련 경위서’를 회원들에게 전달했다. 극단 ‘홍시’와 극단 ‘셰익스피어’가 참여한 대전연극제가 끝난 뒤 극단 홍시가 공식적인 항의절차를 거치지 않고 사실과 다른 내용을 알리고 있어 이를 설명한다는 취지다. 경위서는 극단 홍시가 문제제기를 했던 부분들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연극제집행위원회는 셰익스피어가 정관상 협회원 수가 충족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대한민국연극제 운영규정에 따라 10명 중 8명이 협회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고 설명했고, 코러스 기준 등도 “정관상 규정에 따랐을 뿐”이라고 적극 해명했다. 아울러 협회장이 운영하는 극단의 연극제 경연참여에 대해서도 “극단 대표가 현직 협회장을 하고 있다고 해도 극단이 연극제 경연에 참가하지 말아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며 “과거 수상사례에서도 협회장 극단 참가가 있다”고 강조했다.

극단 ‘홍시’ 측은 또다시 반발했다. 과거 협회장 참여 부분에 대해 “당시에는 대전연극계 분위기에 따라 두 분 협회장 모두 극단 대표를 맡지 않았고 당연히 연출이나 연기 등 어떤 형태로든 연극제 공연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또 정관상 코러스 명칭에 대한 기준, 대한민국연극제 운영 기준 등을 제시하며 집행위의 해명을 정면으로 재반박했다.

대전연극제로 촉발된 문제가 집안싸움 형국으로 번지면서 지역 문화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대전시립극단 창단 추진을 요구하는 시점에서 이번 논란은 결과적으로 ‘제 살 깎아먹기’로 밖에 풀이되지 않기 때문이다. 시민들에게 시립극단 창단 필요성에 대해 공감을 얻어야 할 대전 연극계가 시민들은 보지 않고 어려운 연극계 생태계를 살릴 하나의 방편으로만 시립극단을 요구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 이유다.

연극계 한 인사는 “이번 사태는 잘잘못을 떠나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라며 “시립극단 창단 추진을 앞두고 있다는 점이 더 창피스럽다. 잘잘못을 가리기보다 앞으로 대전 연극 발전을 위해 어떻게 나아가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일침했다.

 

강선영 기자 kkang@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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