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태 충남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 답작담당 연구사

작년 여름은 사상 유례 없이 뜨거웠다. 기상관측 사상 최고기온, 최저기온, 폭염일수, 열대야 일수를 경신하였고, 가장 뜨거웠던 7월 하순에서 8월 중순의 최고기온은 지역에 따라 약 4~5도씩이나 높았다. 기상학자들에 따르면 지구 전체적으로 기온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으며 앞으로 폭염, 가뭄, 열대야 등 극한의 이상기상 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특히 폭염은 과거에 비해 훨씬 빈번하게 발생되고 있는 경향이다.

벼에 있어서 폭염이 오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 우선 꽃이 필 때는 불임발생이 많아지게 된다. 35℃ 이상에서 꽃가루의 수정 능력이 상실되어 쭉정이 발생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또한 영글 때는 심복백미 발생이 급증하게 된다. 호흡작용이 우세하게 되어 광합성 산물을 소모시켜 저장해놓은 전분을 분해시킴으로써 결국 빈 공간이 생기게 되는데 이 때문에 불투명한 쌀이 만들어진다. 이러한 심복백미는 쌀의 품질을 크게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가볍기 때문에 수량까지 감소하게 된다.

폭염 시 소나기같은 비가 내리면 습도가 매우 높아져 이삭관련 병 또한 심하게 발생될 수 있는데, 전년도에는 이삭마름병이나 세균벼알마름병, 깨씨무늬병이 매우 광범위하게 발생되어 큰 문제가 되었다. 앞으로 이런 병들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실제 본원에서 수행한 벼 작황시험 조사 결과 꽃가루 수정비율은 평년의 96.4%에서 91.9%로 떨어졌으며 쌀알의 무게도 평년의 23g대에서 21g대로 가벼워져 쌀 수량이 약 5% 감소하였다.

벼는 꽃이 핀 후 여물기 시작하는데 거의 40일이면 완성된다. 이 기간 동안에 가장 알맞은 일평균기온은 21~22°C로 알려져 있다. 충남 지역에서 70년대만 해도 알맞은 꽃피는 시기는 8월 중순이었는데, 평균기온이 지속적으로 높아진 2000년도 이후에는 8월 하순으로 이동하였다. 이 말은 곧 옛날같이 8월 중순에 꽃이 피면 고온으로 벼가 제대로 여물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현재 충남의 주력품종인 삼광벼는 품질이 우수해 전국적으로 재배면적이 급증하고 있는 우수한 품종이다. 충남에서 알맞은 꽃피는 시기가 8월 15~ 25일 경으로 파악되지만 조기이앙과 고온에 의해 꽃피는 시기가 8월 상순까지 앞당겨지고 있어 폭염에 노출된 채 여무는 문제에 봉착하고 있다.

충남은 벼농사의 기후생산력지수가 전국 제일이라고 한다. 경쟁력 있는 충남 쌀 산업을 위해서는 충남지역의 기후와 토질에 맞은 충남의 품종을 만들어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충청남도농업기술원은 2016년도부터 본격적으로 벼 품종육성사업을 시작하고 있다. 국가기관에 비하면 인력, 기술, 예산이 크게 부족하지만 충남의 강점을 살린 품종을 육성하고자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다. 최근엔 전국 최초로 폭염이 오기 전에 가장 빨리 여무는 ‘빠르미’도 육성하였으며, 폭염이 지난 후에 여무는 품종도 육성 중에 있다. 폭염은 새로운 충남 쌀을 만들기 위한 하나의 기회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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