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리지(擇里地)에 나타나는 속리산 주변의 풍수를 살펴보고자 한다.
속리산은 청주에서 동쪽으로 백 리 되는 곳에 있다. 물의 흐름인 수세를 보면 정상에서 발원한 물 가운데 동쪽으로 흐르는 것은 경상도의 낙동강(洛東江)으로, 서쪽으로 흐르는 것은 금강(錦江)으로 들어가며, 북쪽으로 흐르는 것은 충주의 달천(達川)이 되어 한강으로 들어간다. 따라서 속리산은 남한의 주요 3대 강(江)인 낙동강, 한강, 금강의 발원지가 돼 풍수지리적 관점에서 남한의 중심이 된다.
속리산 산세의 흐름을 보면 산맥의 한 가지는 북으로 뻗어 거대령이 되며 달천을 끼고 서북으로 경기도 죽산 경계에 이르러서는 칠장산(七長山)이 된다. 칠장산으로부터 한강을 따라 서북쪽으로 달려간 것은 흩어져서 한강 남쪽의 여러 산이 됐다.
한편 서남쪽으로 뻗어 나간 것은 따로 한 가지가 돼 진천에서는 대문령(大門嶺), 목천에서는 마일령(磨日嶺)이 되고 전의읍 서쪽에서 크게 끊어져 평지가 됐다. 금강의 북쪽에 이르러서는 차령산맥이 된다. 또 서쪽으로는 무성산과 오서산이 되고 남쪽은 임천, 한산에서 그쳐 북쪽은 태안, 서산에 이른다.
마일령의 동쪽과 거대령의 서쪽 중간은 큰 평야가 전개되는데 동서 두 산맥에서 흘러내리는 물은 들 가운데서 합쳐서 작천(鵲川·현재의 미호천 지류)이 된다. 작천 서쪽으로는 목천, 전의, 연기가 있고, 동쪽으로는 청안(지금의 괴산), 청주, 문의가 있다고 했다.
그 가운데 가장 큰 청주는 공주에서 동북쪽으로 100리 되는 지점에 있다. 마을은 거대령 아래에 있는데 작천의 서쪽을 넘어 목천, 연기, 사이에 들었다가 서산까지 지맥이 뻗어 나간다. 작천 동쪽은 큰 평야를 이루는데 동남쪽으로 40여 리나 뻗어 있다.
평야 가운데 산 하나가 솟아 여덟 봉우리를 이루어 팔봉산(八峯山)이라 부르게 됐다. 흰 모래, 얕은 시냇물, 평평한 언덕, 아름다운 산기슭이 마치 경기도의 장단읍(현재의 개성)과 비슷하다. 그러나 서쪽 지세가 낮아 남쪽의 강물이 높아지면 매년 언덕이 무너질까봐 조바심을 내야 한다고 했다.
청주 동쪽으로 거대령을 넘으면 상당산성이 있고 또 다시 동쪽에는 청천이 있다. 상당과 청천을 통틀어 산동(山東)이라 일컫는다. 지대가 산꼭대기이고 바람이 차가워 청주의 들판에는 미치지 못한다. 북쪽의 진천은 청주에 비하면 평야가 적고 산이 많으며 산과 골짜기가 겹겹이 쌓여 있고 큰 냇물도 많다.
목천의 마일령 서쪽에서 내포의 동쪽, 차령의 북쪽에 걸쳐 있는 천안, 직산, 평택, 아산, 신창, 온양, 예산 등 일곱 고을은 풍속이 거의 같다. 남쪽은 산골에 가까우며 토지가 기름져서 오곡과 목화 농사가 적당하다. 북쪽은 바닷가에 가까우며 어염에 이익이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