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폐업 고민해도 인수자 없어 포기
적자감수하고 울며 겨자먹기 운영
#. 대전 중구에서 20여 년째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 모(67) 씨는 매일 한숨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올 초 가게를 내놨지만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아 ‘울며 겨자먹기’ 형식으로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종업원도 5명에서 3명으로 줄였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손님 수와 매달 나가는 임대료를 생각하면 하루도 편히 보낼 수 없는 거다. 김 씨는 “그만 둬야겠다고 하루에도 수십 번 고민하지만 대책이 없다”며 “인수자도 안 나타나고 그렇다고 가만히 있기엔 비용측면에서 손해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운영 중”이라고 하소연했다.
자영업자들이 퇴로 없는 싸움을 지속하고 있다. 가게를 넘기려 해도 인수자도 나타나지 않고 그렇다고 정리를 하기엔 퇴직금 등을 쏟았던 터라 여유자금이 없어 노후생활을 영위할 수 없는 탓이다.
국내 소상공인 3명 중 1명은 최근 1년 사이 휴업 또는 폐업을 고려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4월 종사자 5인 미만 500개사를 상대로 조사한 ‘소상공인 경영실태 및 정책과제 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33.6%가 최근 1년간 휴·폐업을 고려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개인사업자이거나 매출액 규모가 작을수록 이 같이 응답한 비율이 높았다. 폐업을 고민하지만 계속 영업을 하는 이유로는 ‘매수자를 찾지 못했기 때문’(63.1%)이 가장 많았다. 특히 숙박·음식점업의 경우 79.4%가 가게를 넘기지 못해 폐업도 못한다고 했다.
가게를 정리하고 싶어도 노후자금을 전부 털어 넣은 실버세대들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폐업에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고 폐업 후 할 수 있는 일이 딱히 없어 가게운영을 멈출 수 없는 거다. 대전 판암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 모(63) 씨는 “퇴직금을 받아 제2의 인생을 꾸려나가기 위해 창업했지만 섣부른 판단이었다. 시장조사보단 아이템에 너무 집중했던 것 같다”며 “정리하려고 했지만 폐업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운영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폐업을 했어도 대안이 없다는 점이다. 임금근로자로 취업하고 싶지만 경력이나 나이 제한 때문에 경쟁에서 치이고 정책적인 측면에서도 청년일자리에 밀리는 상황이다.
지역의 한 경제 관계자는 “적게는 몇 년, 많게는 수십년 자영업을 해오던 분들이 일반 기업에 들어가기란 쉽지 않다”며 “임금근로자 자리를 위한 치열한 경쟁 속에서 밀린 분들이 결국 다시 생계형 창업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송승기 기자 ssk@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