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물, 짝을 이뤄야 음양이 배합된다
택리지(擇里地)의 복거총론(卜居總論)에 의하면 좋은 터를 고를 때에는 지리(地理), 생리(生利), 인심(人心), 산수(山水) 등을 살펴야 한다. 지리 가운데 먼저 물의 흐름인 수구(水口)를 보고 들과 산의 모습과 형세에 따라 명당의 터가 된다는 의미를 살펴봤다. 이어 흙의 빛과 조산(朝山)과 조수(朝水)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땅에 밝은 기운과 길한 기운이 없으면 인재가 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흙빛이 붉은 진흙이거나 검은 자갈밭, 황토 등이면 이는 죽은 흙이며, 그런 땅에서 솟아 나오는 우물물이나 샘물에는 반드시 독기가 있어 살 만한 곳이라 할 수 없다. 반면 물 가운데나 물가를 가릴 것 없이 토질이 사토(砂土)로서 굳고 조밀하면 우물물이나 샘물이 맑고 차서 살기에 적당하다. 물이 없는 땅은 사람이 살 곳이 못 된다. 산은 물과 짝한 다음이라야 음양이 배합돼 비로소 생성의 묘미를 다할 수 있다. 그러므로 물이 고여 있는 물가에는 부유한 집과 이름 높은 마을이 많고 그러한 곳이 대를 이어 오래도록 살 터전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조산은 혈 앞에 있는 산이다. 혈 앞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막아 혈의 생기를 보존해 주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돌로 만들어진 추한 봉우리를 가지거나 비뚤어지고 외로운 봉우리거나 무너지고 떨어져 나간 모습이거나 뒷산을 넘겨보는 모습이거나 보기 흉한 이상한 돌과 바위가 보이는 곳에 있거나 긴 골짜기를 이루는 곳은 모두 살 만한 곳이 되지 못한다. 산은 멀리 떨어져 있으면 맑고 뛰어나 보이고, 가까이 있으면 밝고 깨끗하게 사람들이 기쁨을 느낄 수 있어야 명당이 될 수 있다.
조수는 물 너머의 물을 말한다. 작은 시내와 작은 개울물은 거슬러 흘러드는 것이 좋으나 큰 내와 큰 강이 거슬러 흘러드는 것은 좋지 못하다. 큰 물이 거슬러 흐르는 곳은 집터와 묘지로 모두가 처음에는 흥할지는 모르나 오래 가면 반드시 망하게 되니 경계해야 한다. 물은 반드시 산맥의 좌향(坐向)과 음양(陰陽)의 이치에 합치돼야 한다. 두 기운이 합치되면서 구불구불하고 유유히 흘러 들어오는 것이 좋으며, 한 줄로 활을 쏜 것처럼 흘러들면 좋지 못하다.
살펴봤듯이 집과 정사(亭舍)를 지어 자손에게 대를 전하고자 하면 지리를 돌아보아 가려서 선택하여야 하는데, 수구(水口), 들의 모습, 산의 모습, 흙의 빛, 조산과 조수 등 여섯 가지를 확인 후 살 곳을 정하여야 한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