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먹고살기 힘든 저소득 취약계층 / 소득 1~2분위 근로소득 감소 심해져
# 대전 중구에 사는 박 모 씨는 15t 덤프트럭 운전사다. 요즘 그는 말 그대로 ‘밤낮없이’ 일한다. 일이 너무 많아서가 아니다.
밤이든 낮이든 일할 기회가 오면 가리지 않고 공사발주업체와 계약을 맺어야 네 식구가 먹고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밤새워 일해서 받는 돈은 30만 원 가량 되지만 하루에 기름 값만 10만 원정도 들어가고 중개사무실에 돈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손에 쥐는 돈은 10만 원 안팎이다. 박 씨는 “트럭 운전이 쉽지 않지만 경제불황에 일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면서도 “하지만 점점 줄어드는 수입에 자꾸만 한숨이 나온다”고 걱정했다.
소득이 적은 취약계층이 일을 해서 버는 근로소득이 최근 3년 넘게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이들의 수입이 점점 줄고 있는 데 대해 양극화가 심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통계청의 ‘소득 5분위별 가구당 가계수지’를 분석한 결과 2016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1~2분위의 명목 근로소득이 꾸준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에 따르면 1분위 가구의 월 평균 명목 근로소득은 지난 2017년 61만 5253만 원으로 소폭 올랐다가 지난해 47만 5051원으로 급감, 올 1분기에는 40만 4059원으로 줄었다. 2분위 역시 같은 기간 163만 7050원에서 160만 2661원, 153만 3836원으로 계속해서 줄어들었다.
저소득층 사이에선 ‘열심히 일해서 버는 돈보다 받아서 쓸 수 있는 돈이 더 많다’는 자조적인 소리도 나온다. 특히 올 1분기 1분위 가구는 월 평균 이전소득이 근로소득을 추월했다. 생산활동에 있어서 하등의 반대급부도 없이 지불되는 소득을 말하는 이전소득이 많아진다는 것은 갈수록 저소득층은 일해서 먹고 살기는 힘들어지고 외부 지원에 의존해야 할 상황이 많아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대전 갈마동에 거주하고 있는 김 모 씨는 “힘들게 일해서 벌어도 입에 풀칠하기도 힘들다. 만약 정부나 시에서 지원해주는 돈이 없다면 굶어죽었을지도 모르겠다”고 애써 웃어보였다.
문제는 소득 2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이 줄고 있다는 점이다. 소득 1분위 가구는 주로 65세 이상의 노인 가구나 장애인 등 일자리가 뚜렷하지 않은 계층인데 반해 2분위 가구는 자영업자나 일용직 근로자 등 상대적으로 경제활동이 뚜렷한 계층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근로소득이 줄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경제가 위축됐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송승기 기자 ssk@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