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하 생기원) 소속 연구자가 지난해 부실학회 참석으로 물의를 빚더니 이번엔 허위 연구결과를 제출하거나 차명으로 기업 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서장이 지속적으로 주의를 주었음에도 일부 연구자들의 일탈은 갈수록 태산이다. 나랏돈은 눈먼 돈이라는 잘못된 의식이 사라지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보다 강력한 대처가 필요하다.
11일 생기원에 따르면 A 연구자는 열간성형기를 이용한 기술지원 실적을 실제와 다르게 부풀려 보고했고 이 장비를 승인 절차도 없이 외부로 반출해 분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장비는 도입 시 가격이 2억 6000만 원 상당으로 해당 연구자는 연구 결과를 허위로 보고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으며 분실된 장비에 대해서도 연구자가 복구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와 함께 타업 종사 금지를 위반한 사실도 적발됐다. A 연구자가 기업의 주식을 차명으로 보유하면서 사실상 기업의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는 것이다. 연구자가 주식 보유를 금지하는 법과 규정은 없으나 인사 규정과 취업 규칙에 원장의 사전 승인 없이 영리목적의 타업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과학기술계의 연구비 비리는 잊힐만 하면 터지는 단골 사건이다. 최근엔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기초과학연구원의 한 연구자가 연구비를 개인적으로 사용했다 적발됐다. 이 연구자는 표절 또는 중복 게재 식의 연구 부정을 저질러 같은 연구 내용으로 연구비를 중복해 타낸 의혹을 받고 있다. 또한 연구비 일부를 본인 사무실 인테리어 비용으로 쓰거나 고가에 가구를 사들이고 업체에 맡긴 돈 일부를 상품권으로 되돌려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부실학회 참석과 함께 연구비 비리는 우리 과학기술계의 고질적인 현상으로 정부의 대책발표에도 불구하고 근절되지 않고 있다. 연구자들에게 맡겨진 연구 예산이 개인의 쌈짓돈이라는 그릇된 의식이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일부 연구자들의 그릇된 인식은 온전히 연구에만 몰두하고 있는 대다수 양심적인 연구자들까지 싸잡아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그동안 연구비 비리가 계속해서 적발됐지만 해당 연구자들에 대한 징계는 솜방망이에 그친 경우가 많았다. 국책연구원을 비롯 대학들이 비리 연구자들에 대한 제 식구 감싸기로 인해 징계가 약했고, 형사 처벌도 법망을 교묘하게 빠져나가는 식으로 모면하면 그만이었다.
이제는 국민의 혈세인 연구비를 개인적으로 유용했는데도 적당히 눈감아주는 관행은 없어져야 한다. 필요하다면 관련 법규를 개정해 한 번 비리를 저지른 연구자가 다시는 과학기술계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강력하게 대처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