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리지(擇里地)의 복거총론(卜居總論)에 의하면 좋은 터를 고를 때에는 지리(地理), 생리(生利), 인심(人心), 산수(山水) 등을 살핌에 있다. 산수 가운데 산의 모양은 반드시 수려한 돌로 산봉우리를 이루어야 산도 아름답고 물이 맑다.
또 산과 물의 규모가 커야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데 반드시 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에 위치해야 하는데 나라 안에 네 곳이 있다. 하나는 개성의 오관산(五冠山·송악산의 조산)이요, 또 하나는 한양의 삼각산(三角山·북한산), 다음은 진잠의 계룡산(鷄龍山)이요, 마지막은 문화의 구월산(九月山)인데 도읍이 될 만한 곳이라 했다.
개성의 오관산은 산세가 극히 길고 멀고 마지막에 뭉쳐서 송악산이 되어 웅장한 기세는 넓고 크며 모든 면을 원만하게 포용할 만한 곳이다. 동쪽과 서쪽으로 마전강과 후서강이 흐르며 승천포가 안수(案水) 역할을 한다. 또 오관산 좌우에는 골짜기가 많다. 서쪽에 박연폭포, 동쪽에 화담(花潭)이 있는데 모든 샘물과 폭포가 대단히 아름답다.
한양의 삼각산은 개성의 동남방 백리 밖에 있으며 서북쪽이 높게 막히고 동남쪽이 멀리 트여 수려하고 전면이 평평하다. 다만 넓고 기름진 평야가 없고 주위에서 보필하는 산이 없고 골짜기가 적은 것이 흠이다. 또 성안에는 백악산(白岳山·북악산)과 인왕산(仁旺山)은 그 돌의 위세가 사람을 두렵게 하지만 남산의 한 줄기인 청계천이 강을 거슬러 판국(板局)을 만들고 있다. 수구가 낮고 빈 듯하며, 관악산(冠岳山)이 강을 건너 너무 가까이 정남향에 위치하여 좋지 못하다. 그래서 한양의 인사(人士)가 막히지 않고 밝고 영리한 점은 많으나 아쉬운 것은 사내다운 기개가 없다고 했다.
계룡산은 웅장하기가 오관산에 미치지 못하며 수려함은 삼각산에 미치지 못한다. 따라서 개성과 한양에 비하면 그 기세(氣勢)가 못하다. 다만, 산줄기가 돌아서 원맥(原脈)을 돌아보는 회룡고조(回龍顧祖) 지형이다. 그 안 줄기는 멀고 깊어 골짜기는 정기를 간직하고 있다. 판국 안 서북쪽에 있는 용연(龍淵·숫용추)은 매우 깊고 크다. 물이 넘쳐서 판국 가운데 큰 시내가 되어 있는데 이는 개성과 한양에 비할 수 없이 좋은 점이다.
마지막으로 구월산은 계룡산과 같이 회룡고조 지형이다. 서북쪽이 바다와 접하고, 동남쪽은 평양, 재령의 두 곳 강물을 거슬러 받는다. 남쪽에는 넓고 비옥한 들이 있다. 수세와 지리의 험한 것과 논밭의 기름짐은 계룡산 보다 좋으며, 돌산이 톱니같이 나온 형상은 오관산과 삼각산보다 못하지 않다며 반드시 한번은 당연히 도읍이 될 것이라 하였다.
이 밖에도 세 곳의 명산은 춘천의 청평산(淸平山), 금구(金構·전주)의 모악산, 안동의 학가산(鶴駕山)이 있어 도읍이 될 만한 곳이라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