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경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대전세종충남일반지부장
매년 연말이 되면 간접고용노동자들은 걱정이 태산입니다. 용역업체의 변경 과정에서 해고를 당하고, 쫓겨나는 일이 많기 때문입니다. 회사의 잘못된 정책에 대해 비판한 경우에는 더욱더 걱정이 많아집니다. 그렇기에 노동조합을 결성하는 데도 주저하게 됩니다. 노조에 가입하면 회사의 눈 밖에 나서 쫓겨나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태산입니다. 그렇게 쫓겨나도 보호받을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그래서 간접고용노동자들은 노조를 만들기도 어렵고, 노동조건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기도 힘들고, 임금 인상을 요구하기도 너무나 어렵습니다. 그냥 조용히 회사 눈치만 보며 일할 수밖에 없는 것이 용역노동자들의 삶입니다. 비정규직, 간접고용노동자들의 어려움을 다들 알고는 있지만 해결책을 찾기보다는 안타까워할 뿐입니다.
그래서 정부에서 발표한 것이 ‘용역근로자보호지침’입니다. 용역업체 변경 과정에서 기존에 일하던 노동자들에 대해 ‘고용 승계’를 명문화하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고용을 계속 유지하도록 한 것입니다. 공공부문의 간접고용노동자들은 그래서 어느 정도 고용이 안정됐고, 노조를 만들기도 하고, 현재의 노동조건을 개선해 나가려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민간의 간접고용노동자는 전혀 보호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말, 목원대에서 청소노동자로 일하던 4명의 노동자들이 ‘시용(試用)계약 종료’를 통보받았습니다. 2월 용역업체가 변경되면서 ‘시용계약’을 요구하고, 3개월 후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통보한 것입니다. 수년에서 10년 이상 목원대에서 일해왔지만, 새로 들어온 업체는 ‘시험 삼아 사용’해 보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근거로 계약을 종료했습니다. ‘해고’를 당한 것입니다.
해고 당사자들은 노조를 탈퇴하지 않아 해고됐다고 이야기합니다. 50여 명에 이르던 노조 가입자들은 석 달 새 6명으로 줄었고, 그 중 4명은 해고, 2명은 탈퇴했습니다. 결국 노조 가입자는 한 명도 없게 된 것입니다. ‘시용계약’ 기간에 어떤 과정들이 있었는지 미뤄 짐작해 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해고의 두려움에 떨고 있는 간접고용노동자들에게도 희망이 필요합니다. 정부의 ‘보호지침’이 공공부문을 넘어 민간에도 적용돼야 합니다. 특히 사립대와 같이 정부 예산이 지원되는 곳에선 이를 이행할 것을 강제해야 합니다. 2017년 기준 사립대에 지원된 정부와 지자체 예산이 7조 2000억 원이나 된다고 하는데 왜 사립대는 용역노동자들을 함부로 해고해도 정당할 수 있는 것일까요? 사립대도 공공기관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실제 대법원에서 사립대를 정보공개청구대상이 되는 공공기관이라고 판단하기도 했습니다. 막대한 정부 예산이 지원되고, 미래 인재를 육성하는 사립대가 민간기업과 차이가 있는 것은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아직 ‘보호지침’과 같은 정부 정책을 적용받는 기관이 되지는 않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노동자들은 더욱 고통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해고는 살인이다.’ 이제 너무나 잘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한 달을 꼬박 일해 임금을 받고, 그 임금으로 생활해야 하는 노동자들. 해고는 직접 죽이는 살인이 아니라도 당사자와 그 가족의 삶을 파괴하는 살인행위와 다름 없습니다. 살인을 금지시키듯이 해고도 금지시켜야 합니다. 용역업체 변경을 핑계로 진행되는 계약 종료도 금지돼야 합니다. 우리 노조는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앞으로 ‘용역근로자보호지침’ 적용 대상 확대를 위해 노력해 나갈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