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전필요한 중년남성 피해 집중
취약계층 어려운 속사정 악용해
# 대전 중구에 사는 40대 이 모 씨는 지난달 초 한 캐피털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서민대출대상이라는 안내와 함께 기존 채무액 중 500만 원만 우선상환하면 추가로 5000만 원까지 저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다는 게 골자였다.
이미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안고 있었지만 고금리인데다 돈이 더 필요했던 이 씨는 그 말을 믿고 덜컥 500만 원을 송금했다. 돈을 보낸 후 추가 대출을 받고자 해당 캐피털에 전화했지만 그런 내용으로 전화를 한 적이 없다는 청천벽력같은 답변만 돌아왔다.
은행 대출이 어려운 사람들을 대상으로 대출사기 보이스피싱이 활개를 치고 있다. 금융취약계층이 제2금융권 등에서 고금리로 대출을 받고 있다는 점을 이용해 대환대출을 유도하는 등 수법 역시 나날이 발전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지역의 보이스피싱 범죄는 점점 늘고 있다. 경찰청과 대전지방경찰청 등의 자료에 따르면 올들어 5월 기준 대전지역 보이스피싱 범죄 발생건수는 644건, 피해액은 108억 원이다. 특히 40~50대 중년남성에게 집중, 다른 연령대보다 피해 건수와 피해액이 2~3배 정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이스피싱 범죄는 점점 대범하면서도 교묘해지고 있다. 문제는 어려움에 처한 서민일수록 함정에 빠져들기 쉽다는 점이다. 당국이 대출규제를 강화하면서 제1금융권에서 대출받기 힘든 서민들이 제2, 3금융권 등의 고금리 대출을 받는다는 점을 이용하는 거다. 최근엔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아 기존 대출금을 상환하는 식의 대환대출 사기도 늘고 있다. 이들 보이스피싱 수법은 A 금융회사를 사칭, ‘B 금융회사에 갚을 돈을 보내주면 우리가 대신 갚아주겠다’며 계좌번호를 제시한다.
금융당국도 피해를 막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대책보다 보이스피싱 범죄의 진화속도가 워낙 빨라 예방이 최우선이란 말이 나온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정부나 은행에서 대응을 강화하고 있지만 계속 진화하고 있어 근절하는 데엔 한계가 있다”며 “보이스피싱에 속아 현금전달이나 송금한 경우에는 지체없이 경찰이나 해당 금융회사에 신고하고 지급정지를 신청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송승기 기자 ssk@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