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산드로 영입 하루 만에 취소
메디컬테스트서 에이즈 ‘양성’ 반응
구단측 “심려끼쳐 죄송 … 재발방지”
프로축구 K리그2 대전시티즌의 미숙한 행정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혁신안 이행을 위해 구성한 선수단운영위원회 검증을 거쳐 영입한 브라질 1부 출신의 공격수 알레산드로 영입이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 양성반응으로 만 하루도 안 돼 물거품이 되면서다.
시티즌은 지난 12일 새로운 외국인 선수로 브라질 1부 리그(세리에 A) 플루미넨시(Fluminense) 출신의 공격수 마테우스 알레산드로 영입을 발표했다. 알레산드로는 구단에서 2017·2018시즌 각각 18경기, 23경기에 출전했고 올 시즌엔 포르탈레자(Fortaleza)에 임대된 상태였다.
빠른 발을 활용한 측면 돌파와 공격 침투가 장점인 그는 K리그2 10개팀 중 12득점으로 최하위에 처진 시티즌의 공격 활로를 찾아줄 기대주였다.
특히 알레산드로 영입은 최근 체결된 시티즌과 플루미넨시·포르탈레자와의 우수 선수 및 유망주 교류를 위한 국제 교류 협약의 일환이자 지난달 시티즌 혁신안 이행을 위해 발족된 선수단운영위의 검증이 이뤄진 첫 사례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불과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시티즌은 알레산드로 영입을 취소했다. 메디컬테스트 과정에서 알레산드로의 에이즈 양성반응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시티즌은 지난 13일 이같은 사실을 통보받고 신속히 계약해지 절차를 밟았다. 부랴부랴 구단 차원에서 발빠른 대응은 했지만 축구팬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철저한 선수 검증을 꾀하고자 선수단운영위까지 만들어놓고 전형적인 아마추어 행정을 했다는 비판이 있는 반면 에이즈라는 특수성은 감안해야 한다는 생각이 엇갈리고 있어서다.
한 축구팬은 “설마 메디컬테스트에서 문제가 있을까하는 구단의 안이한 판단이 낳은 촌극”이라며 “최종적으로 메디컬테스트까지 마무리 된 후에 계약 발표를 하는 것이 옳은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축구팬 정 모 씨는 “에이즈가 타박상이나 골절처럼 겉으로 드러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일반인들도 숨기고 싶어하는 게 인지상정인데 물론 섣부른 영입 발표였지만 메디컬테스트에서 발견하고 해지한 것을 무작정 비판할 순 없는 일 같다”며 “구단이 이런 사실을 알고도 영입을 강행했다면 모를 일이지만 이를 인지하고 계약을 취소하지 않았냐”면서 이번 사안에 대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전력보강이 시급한 상황에서 선수단구성위 검증 후 첫 영입 사례로 기록될 뻔한 알레산드로의 대전행이 무산되자 시티즌은 팬들에게 사과하고 빠른 시일 내에 대체 선수를 물색한다는 계획이다. 시티즌 관계자는 “알레산드로에 대한 선수등록은 아직 진행되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팬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리게 됐다”며 “향후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