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상속세 中企승계 발목
신탁상품 등 가업승계 도와

#. 대전에서 중소기업을 운영 중인 A 씨는 최근 들어 은행을 자주 찾는다. 30대부터 일궈온 회사를 자식에게 물려주려다 보니 현재 가업상속공제에 따른 자금 마련이나 이후 회사 운영방안 등이 쉬 잡히지 않아서다. 그는 “자식에게 회사를 넘기려는 생각은 굴뚝같다”면서도 “하지만 상속세가 상당해 승계를 위한 자금문제가 큰 걸림돌”이라고 답답해했다.

은행들이 장기 고객유치 차원에서 기업의 가업승계 서비스를 속속 내놓고 있다. 은행은 꾸준한 실적을 유지할 수 있고 기업은 주거래은행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대출이나 비용절감 등 경영 안정에 도움을 취할 수 있다는 ‘윈-윈 전략’을 꾀하고 있는 거다.

기업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나이를 먹는다. 임직원을 비롯한 경영진의 연령대가 높아진다는 뜻이다. 대표가 은퇴할 때 쯤이면 가업승계와 경영권 이전 등 기업 세대교체 방법은 많지만 대부분의 기업대표들은 평생을 일궈온 기업을 자식들이 이어받길 원한다.

하지만 문제는 상속세 등 비용이 발목을 잡는다는 거다. IBK경제연구소가 한국기업데이터 재무정보(2013~2017년)를 활용할 수 있는 법인 9만 7500곳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현재 가업 승계가 완료된 기업은 3426곳(3.5%)에 불과하다. 중견기업의 경우 9.7%, 중소기업은 3.4%에 그쳤다.

대전 대덕구의 한 중소기업 대표 김 모 씨는 “상속세 등 조세부담이 상당하고 이해관계자와의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믿을만한 상담파트너가 없어 승계논의는커녕 속사정을 말하지도 못 한다”며 얼굴을 찌푸렸다.

이처럼 가려운 부분을 캐치한 은행들은 최근 기업의 가업승계를 돕기 위해 여러 상품들을 출시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최근 ‘100년 기업승계 서비스’를 내놨다. 중소·중견기업의 후계자 승계를 지원하는 서비스 외에 기업상장(IPO), 매각, 인수 등까지 지원할 계획을 갖고 있다. 가업승계에만 국한되지 않고 소유권이나 경영권 양도 등 다양한 서비스를 내논다는 거다. KB국민은행 역시 은행권 최초로 ‘KB가업승계신탁’ 상품을 내놨다. 해당 상품은 기업 최고경영자가 보유한 주식을 은행에 신탁, 미리 지정한 승계자에게 상속하는 상품으로 별도 유언 없이 신탁계약에 따라 승계를 지원한다.

가업 승계를 통한 거래 기업 확보는 은행에게도 이익이다. 중소기업의 경영승계 문제를 해결해 기업의 지속 성장과 신성장동력 확보, 임직원의 고용안정을 통해 돌아오는 이익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A 은행 대전 한 지점 관계자는 “한 기업의 매출은 은행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적게는 직원들의 급여계좌나 퇴직연금부터 많게는 기업대출, 외국환서비스까지 많은 부분이 연결된다”며 “기업의 가업승계는 은행의 영업매출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은행들이 이를 주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승기 기자 ssk@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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