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代 손종현 회장 ‘100년 기업’ 소망
3代부턴 글로벌 진출 대폭 강화

충청지역엔 장수의 길을 걷는 기업이 많다. 강인한 기업가 정신으로 갖은 위기와 풍파를 극복해온 알짜배기 충청기업인 거다. 그들은 지역을 뛰어넘어 한국 경제의 주축으로 성장했고, 불황이 닥치면 지역 경제를 살리는 영웅이 됐다. 그럼에도 그들은 덜 기록되고 덜 기억되면서 잘 나갔던 성공시대보단 오늘날 맞이한 위기만 부각되고 있다. 창업주의 이야기가 더욱 희미해지기 전에 가슴 설렜던 창업의 역사와 도전 정신을 ‘충청기업실록’에 차례로 담아본다. 그들의 ‘성공 DNA’는 또 다른 충청기업으로 건네질 터다. 편집자 
 
1950년 3월 1일 부친 손중만 회장(1代)은 대전에서 ‘㈜만중’을 세워 주물 사업을 시작하셨소. 한국 기계산업이 발전하려면 뜨거운 쇳물로 금속제품을 만드는 주물이 중요하다고 본 것이오. 7년 후 드디어 한국 최초의 공작기계 ‘선반’ 생산에 성공했소. 부친의 호를 붙인 '벽곡관'에 당시 생산한 제품 1대와 부친의 흉상이 있소. 그곳을 스칠 때마다 가르침이 선하오. 아버지는 입버릇처럼 말씀하셨소. "국내 기계산업이 고도로 발전하려면 공작물을 절삭하는 국산 공작기계가 필요했다. ‘밀링’의 명가인 일본 시즈오카社와 기술 제휴를 맺을 수 있었던 건 그들의 기술을 존경하며 허리 굽혀 ‘겸손’의 자세를 보였던 덕분이다. 항상 겸손하고 한번 맺은 인연을 소중히 여기라”고. 69년 겸손의 역사를 걸어온 ‘남선기공’의 진짜 기술이었소. 

 

남선기공 손종현 회장

◆ 16년간 경영수업 후 39세에 대표

1979년 일본과 미국에 ‘선반’ 40대를 처음 수출했을 때 아버지께서는 참으로 기뻐하셨소. 한국의 공작기계를 산업 선진국에 수출한 것은 기적 같은 일이었기 때문이오. 일본 시즈오카社에 감사의 인사를 몇 번이나 전했는지 모르오. 내가 본 일본의 공작기계인들은 우직하고 의리가 넘쳤소. 소중한 인맥들은 남기고 아버지께서는 작고하셨소. ‘만중’이 법인인 ‘남선기공’으로 전환된 이듬해였소. 경희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뒤 16년간 경영수업을 받았던 나로서는 부친이 없는 공장이 허전했다오.

◆ 든든한 임직원 있어 위기 극복

나는 시대의 흐름을 주목했소. 차세대 공작기계 CNC(컴퓨터 수치 제어) 등의 제품 개발을 다각화하고 1991년엔 충북 옥천에 공작기계 주물생산 전문업체 ㈜만중을 분사해 종합공작기계 제조업체의 입지를 다졌소. 러시아·오세아니아·미주·유럽까지 판매망을 넓혔소. 1997년엔 ‘100만 달러 수출탑’을 받았소. 물론 위기도 극복했소. 1998년 외환위기로 거래처가 잇달아 부도났고 그로 인한 법정관리를 이겨냈소. 2009년엔 글로벌 경기침체로 매출이 90억 원까지 떨어져도 500억 원까지 다시 끌어올렸소. 4530평이던 공장이 1만 4000평으로 늘어난 것도 내 곁을 떠나지 않은 든든한 임직원 덕분이오. 공장을 돌며 직원들에게 슬며시 초콜릿을 건네던 순간이 남선기공을 꾸려온 진정한 재미였소.

 

남선기공 손종현 회장

◆ 3代로 이어진 100년의 꿈

내 나이 72세. 아직 나는 정정하오. 본사와 계족산을 오가며 직원들과 즐거운 여담을 나눈 덕분이오. 2010년부턴 미국 일리노이대 경영학과를 나와 일본 미쓰이그룹에서 해외영업을 맡던 아들이 합류했소. 그가 3代 대표 손유구요.

원전·풍력발전용 부품을 깎을 수 있는 초대형 공작기계(NS-RI7585)를 국내 최초로 개발하고 세계 3대 시계업체인 스위스 ‘피아제社’에 시계 가공기(5축) 수출 계약을 성사시켰소. 유럽 기계산업의 심장부에 진입한 것이오. 국내 밀링 점유 1위도 지켜줬고 글로벌 진출을 대폭 강화하고 있소. 덕분에 나는 ‘2017년 올해의 공작기계인’에 선정됐소. 부디 남선기공이 100년을 뛰어넘도록 그와 모든 임직원이 힘을 내주길 바라오.

나는 기술을 전수해준 일본의 공작기계인들이 고마웠고 임직원들은 가족으로 여겼소. 향토기업인들의 불굴의 의지를 사랑했고 그들을 존경했던 지역민들에게 무척 고맙다오. 남은 나날은 범죄 피해자를 지원하며 지역 헌신에 매진하고 싶소. 사람이 있고 기업이 있소. 기업이 살면 우리 모두가 사오.

글=정은한 기자 padeuk@ggilbo.com

사진=전우용 기자 yongdsc@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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