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현 대덕구청장
59.9%. 연간 한 권 이상 책을 읽은 우리나라 성인비율을 나타내는 수치다. 우리나라 독서문화의 현주소를 엿볼 수 있는 문화체육관광부 ‘2017년 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40%는 연간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려되는 점은 이러한 독서 관련 통계가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은 독서량이 부족하다고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성인 독서율은 1994년 86.8%에서 2013년 71.4%, 2015년 65.3%로 떨어졌고 2017년에는 60% 아래로 내려앉았다. 독서량 또한 2011년 10.8권에서 2013년 9.9권, 2015년 9.2권, 2017년 8.3권으로 계속해서 하향곡선을 그리며 해가 갈수록 손에서 책을 멀리하고 있다. 연령이 증가할수록 독서에 대한 관심도가 감소하는 것도 눈에 띄는 특징이다.
사회가 각박해지고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시간적·정신적 여유는 점점 없어지고 스마트폰의 일상적인 이용으로 독서에 투자하던 시간과 노력마저 점차 줄어들면서 생긴 부작용이다. 실제로 독서를 하지 못하는 이유를 묻는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일이나 공부 탓에 시간이 없어서’, ‘책 읽기가 싫고 습관이 들지 않아서’를 가장 많이 꼽았다. 점점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현대사회에서 앞만 보고 달리는 사이 어느 새 책과 멀어져 가고 있는 것만 같아 안타깝다.
우리는 정보화시대, 영상매체시대, 인터넷 전성시대에 살고 있다. 손가락 터치 몇 번이면 인터넷에서 필요한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고 스마트기기로 e-북을 보고, 오디오북을 들을 수도 있다. 책 읽기가 갈수록 지겹고 쓸모없는 작업으로 여겨질 수도 있는 세상이다. 그러나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중요한 것까지 가져다주진 못한다. 생각의 힘은 독서와 토론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독서량과 국력은 비례한다는 말이 있다. 우리와 무역 마찰을 빚고 있는 일본은 독서량이 우리보다 6.6배, 미국은 7.2배나 높다. 그동안 우리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교육기관이 독서를 개인의 문제쯤으로 치부한 채 방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든다.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라도 국민의 독서에 대한 관심과 열기를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이제라도 잊고 있는 독서의 가치와 소중함을 인식하고 독서문화를 복원하는데 적극 나서야 한다. 그래야 우리 사회에 미래가 있다.
대덕구는 작금의 상황을 타개해 나가기 위해 지난 7월부터 ‘책을 펴자’ 독서문화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대덕구민이 관내 향토서점을 방문해 대덕구에서 선정한 추천도서를 구입할 경우 해당 도서를 반값에 구입할 수 있다. 선정도서는 2개월마다 어린이, 청소년, 성인 등 연령대별 2권씩 선정된다.
캠페인의 목적은 간단명료하다. 가족단위의 책 읽는 문화를 만들어 점차 감소해가는 독서율과 독서량를 제고하고 더불어 경영난으로 고사 위기를 맞고 있는 향토서점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도 기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어린이가 책을 보며 꿈을 꿀 수 있는 세상, 청소년이 책을 통해 좀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분위기, 성인이 책에서 삶의 지혜를 나누고 성숙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환경 등을 만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세계적인 경영자 빌 게이츠는 ‘오늘의 자신을 있게 한 것은 마을의 도서관이었으며 하버드 졸업장보다 소중한 것이 독서하는 습관’이라고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다. 독서에서 아이디어를 찾는다는 그가 몇 손가락에 꼽히는 세계적인 부호가 되고 정보화 시대의 영웅이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필자는 ‘책을 펴자’ 캠페인을 계기로 대덕구민 가가호호가 작은도서관으로, 식탁은 가족이 둘러앉아 책에 대한 담소를 나누는 공간으로 변화하길 바라며 더 나아가서는 책을 가까이하는 문화공동체로 자리잡아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뿐만 아니라 정부에서도 주목하는 나비효과를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