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대전민예총 이사장

 

며칠 전 지인과 대전의 유명 냉면집에 점심 약속이 있어 근처 대형유통점에 주차하며 청취율 1위의 라디오 방송을 팟캐스트로 듣는데, 민선 7기 1주년을 맞아 각 지자체장들과 지난 1년의 성과를 인터뷰하는 특집의 두 번째로 허태정 대전시장이 출연했다. 대전시민 나름대로 지난 1년의 시정에 대한 평가가 있겠지만, 시민의 힘으로 새로운 대전을 만들어가고자 하는 시장의 육성으로 듣는 자체 평가라서 더 관심이 갔다.

진행자가 먼저 대전의 가장 특색 있는 사업으로, 도시철도 2호선을 전국 최초로 트램으로 건설하는 것을 들었다. 물론 트램 건설은 전임 시장이 우여곡절 끝에 결정했지만, 그 사업을 진전시켜 정부로부터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받아 2025년 대전이 국내 첫 트램도시가 되도록 한 것은 허 시장의 업적이라고 봐야겠다. 사실 나는 트램에 한이 있다.

1965년 서울로 가는 초등학교 졸업여행을 어려운 집안 사정으로 가지 못했는데, 전차를 타 보지 못한 것이 제일 아쉬웠다. 서울에 다녀온 친구들의 자랑을 들으면서 어른이 되면 꼭 전차를 타야지 하고 별렀다. 그런데 중학교 졸업반 때 서울의 전차가 운행을 중단하면서 꿈이 좌절됐고 어른이 돼서도 마음 한편에 서운함이 남았다. 그 한을 정년퇴직 후 아내와 함께 유럽여행을 하면서 마침내 풀었다. 헝가리의 노란 트램과 체코의 빨간 트램, 문 옆에 둥근 버튼이 달린 터키의 트램까지 두루 타 봤으니 말이다.

터키의 대표적 휴양도시 안탈리아를 달리는 트램은 우리나라 현대로템이 개발한 유·무가선 하이브리드 트램으로 세계 관광객의 사랑을 받고 있다. 우리 대전의 트램도 전주나 전선 없이 배터리를 동력원으로 사용하며, 장애인이나 유모차를 이용하는 영유아 가족, 노약자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저비용에 친환경적이고 아주 포용적인 교통수단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대학 주변 정류장에 광장을 만들어 청년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만든다니, 트램은 대전을 상징하는 교통수단이자 관광자원이 돼 전국의 많은 관광객들이 트램을 타고 대전의 구석구석을 느긋하게 즐기며 열린 광장에서 낭만을 만끽하는 계기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며, 성공적인 완공을 간곡히 빈다.

그런데 좀 까칠한 방송진행자가 대전의 트램 건설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면서, 트램처럼 확 와 닿으면서도 대전에 가면 볼 수 있는 또 다른 사업을 집요하게 채근하자 허 시장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여러 사업을 소개했다. 무엇보다 혁신도시 개정안의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 통과로 대전에 있는 17개 공공기관에 지역인재 30% 이상 채용 의무화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진 점은 큰 성과라 할 수 있다. 우리 지역 학생들에게 공공기관 취업 기회가 확대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의 선순환 체계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램처럼 확 와 닿으면서도 대전에 가면 볼 수 있는 것으로 감동적인 것은 역시 대전을 대표하는 예술가를 만나는 게 아닐까. 대전의 역사적 인물로 신채호나 김만중, 그리고 송시열과 그 라이벌 윤휴 등과 세계적 화가 이응로 화백을 들 수 있다면, 살아있는 대전의 대표작가로 ‘만다라’와 장편소설 ‘국수’를 쓴 김성동을 들 수 있다.

그의 출세작 ‘만다라’는 영어와 프랑스어, 러시아어, 스페인어 등으로 번역돼 세계에 널리 알려졌고, 임권택 감독이 만든 영화 ‘만다라’는 CNN이 선정한 아시아 10대 영화 중 하나다. 임오군변에서 동학농민혁명기를 배경으로 각 분야의 예인들이 한 시대를 풍미하는 이야기를 아름다운 우리말로 그려낸 기념비적 장편 ‘국수’는 27년 만에 완간됐고, 문재인 대통령이 작년 여름휴가지인 장태산 휴양림에서 읽은 소설로, 2018 칸국제영화제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 수상작 ‘버닝’을 만든 나우필름과 영화화 계약을 체결했다.

대전 출신으로 이렇게 세계적으로 알려진 김성동을 대전의 대표작가로 대전에 거주하게 한다면, 장흥 하면 한강의 아버지 한승원 작가, 화천 하면 이외수 작가를 떠올리듯, 대전 하면 ‘만다라’와 ‘국수’의 작가 김성동의 가슴을 후비는 슬픈 가족사와 산내 골령골이 떠오르며 아프게 가슴에 확 와 닿을 것이다. 물론 그 한을 평화의 미래로 승화시키는 우리 모두의 노력이 뒤따라야 함은 지당한 일이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