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로 변질된 청약 시장
지원 정책은 해갈 역부족
#. 대전 A 중소기업에 근무 중인 박 모(27) 씨는 매달 나가는 월세비용을 줄여보고자 전세로 이사 가려 했지만 현실적인 장벽에 가로막혔다. 사회생활을 한 지 얼마 안 된 그의 전 재산보다 전세 값이 더 비쌌고 정부가 지원하는 중소기업 청년전세자금대출을 받는 것도 애로사항이 많아서다. 박 씨는 “전세 물건이 귀한 상황에서 집주인들이 청년전세자금 대출을 선호하지도 않는다. 설령 찾는다고 해도 전 재산을 들이붓고 대출을 전부 받아도 지원받을 수 있는 금액으론 턱도 없었다”고 푸념했다.
정부가 청년과 신혼부부의 거주 안정성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아직 많은 이들이 만족할만한 집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높은 집값은 사회에 막 발을 내민 청년들에겐 ‘내 집 마련’은 언감생심, 전셋집조차 버거운 현실이다.
사회생활이 적은 대부분의 청년들에겐 본인 소유의 집을 마련할 만큼 목돈이 많은 경우는 드물다. 눈을 낮춰 전셋집을 구하려고 해도 쉽지 않은 건 매한가지. 이미 아파트 실거래가 자체가 높은 탓에 전세가도 만만치 않다. 정부의 여러 차례 부동산 규제가 이어지고 있지만 생각보다 부동산 가격은 떨어지지 않고 되레 청약 주택 시장의 과열로 귀결됐다. 이 때문에 실거주를 위한 청약보다는 투기 목적인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혼 1년차 부부인 강 모(29·여·대전 탄방동) 씨는 “청약 당첨이 쉽지도 않지만 당첨자들이 웃돈을 주고 팔아 분양가보다 높은 전세집도 많다. 곧 전세가에도 영향을 미치다 보니 그만한 자금이 부족한 젊은 층은 대출이 필수”라고 힘겨워했다.
자금이 부족하면 자연스레 시중은행의 대출을 찾지만 이마저도 쉬운 게 아니다. 정부의 지원으로 중소기업 청년전세자금 대출이나 버팀목대출, 신혼부부전용 전세자금대출 등이 있지만 조건들을 따지다 보면 대출자격이 안 되는 경우가 상당하다. 중소기업 청년전세자금 대출의 경우 총 한도가 1억 원이고 대출 조건은 단독 연소득 3500만 원 이하나 부부합산 5000만 원 이하여야 한다. 조건이 맞다 하더라도 이전에 신용대출을 받았다면 한도가 줄어든다.
또 해당 상품은 전세가의 100%와 80% 대출로 나눠져 있지만 100% 대출이 가능한 매물을 구하기도 어렵고 대출 진행 시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보증서, 임대인 채권양도동의서, 임대인 질권 설정 등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만 해 사실상 매우 힘든 편이다. 버팀목대출이나 신혼부부 대출도 무주택 세대주, 연소득 상한선 등의 조건이 걸림돌인 경우가 많다.
경제계 관계자는 “실거주를 위한 주택구매나 청약이 아닌 갭투자 등의 투기목적 행위가 여전히 성행 중”이라며 “청년들의 주거부담을 줄이기 위해선 이를 규제하는 것과 동시에, 보다 현실적인 지원정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송승기 기자 ssk@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