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는 폭력' … 성과집착사회에 대한 경고

 

‘피로사회’, ‘투명사회’, ‘심리정치’, ‘에로스의 종말’은 다 재독 철학자 현병철의 저서이다.

모두 120페이지 정도의 얇은 책이지만 독일에서는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고 한다.

누군가는 그의 저서가 점점 얇아지는 것을 꼬집으며 종내에는 그의 책에 글자가 없어질 거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독서력이 약한 나는 좋은 책의 조건으로 얇은 것을, 그다음으로는 쉬운 것을 꼽는다. 얇은 것으로 따지자면 그의 책은 좋은 책인 것은 틀림없지만 쉬운 것으로 따지자면 나쁜 책 쪽에 한 표.

나는 그중에서 피로사회를 선택했다. 저자는 현재 우리 사회가 부정성의 규율사회에서 긍정성의 성과사회로 이행되고 있음을 표명한다. 규율사회는 금지, 명령, 법률로 이루어진 부정성의 사회로 ‘~해서는 안 된다’ 혹은 ‘~해야 한다’를 강조했다면 성과사회는 자발성과 적극성 자극 등을 내세워 무한정 할 수 있음을 선동하는 긍정성의 과잉 사회이다.

현재의 ‘자기 착취’는 과거 ‘타자의 착취’보다 더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할 수 있음의 자유는 해야 함의 규율보다 더 큰 강제를 낳는다. 그리하여 과거 규율사회가 광인과 범죄자를 양산했다면 지금의 성과사회에서는 우울증 환자와 낙오자가 넘쳐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피로는 폭력이고 과도한 성과는 영혼의 경색을 초래한다고 주장한다. 즉, 이런 성과사회에서 성과에 대한 압박은 활동을 통해 성과만 집착하다가 인간의 가장 근본인 사색의 기회를 앗아 간다는 것이다.?사색할 시간에 성과를?더 내기 위해 달려가야만 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어떤 자극에 즉시 반응하지 않고 속도를 늦추고 중단하는 본능을 발휘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정신의 부재 상태, 천박성은 자극에 저항하지 못하는 것, 자극에 대해 아니라고 대꾸하지 못하는 것에 그 원인이 있다. 즉각 반응하는 것, 모든 충동을 그대로 따르는 것은 이미 일종의 병이며 몰락이며 탈진이다.”-p48

그러니 더 이상 힘내라, 파이팅 해라, 내몰지 말자. 이젠 멈추어 서서 생각해 볼 때이다. 내가 가는 그 곳이 어딘지 무엇을 향해 가고 있는지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게 정말 중요한 게 맞는지 내가 쓸데없는 것만을 사랑해 온 건 아닌지. 어느 책의 광고 문구처럼 나 스스로에게 말해 보자.

“지금보다 더 격렬히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아, 정말로.”

류미정(충청남도교육청남부평생교육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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