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금리 하락 속도 빠른데
대출금리는 천천히 하향 중
소비자들 불만 갈수록 고조
시중은행들의 예금금리가 속속 내려가고 있다. 올릴 때는 느긋하게 ‘찔끔’ 적용하더니 내릴 때는 발 빠르게 내리면서 상반기 순이익 최대치를 거둔 은행들이 이번에도 실적 챙기기에만 급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예·적금 상품의 금리를 내리고 있다. 14일 은행권에 따르면 5개(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은행) 주요은행은 지난달 말부터 예금금리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적게는 0.15%포인트에서 많게는 0.4%포인트 낮아지면서 1% 초반대의 예금 상품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자 연 2%대 은행 예금 상품은 없다시피 한 실정이다. 금융감독원의 ‘금융상품 한 눈에’에 따르면 14일 기준 조사 대상 은행의 예금 상품(1년 만기 기준) 중 연 2% 이상인 상품은 NH농협은행의 ‘e-금리우대 예금’ 단 하나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우대조건을 달성해야 가능한 수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과 올해 7월 가계대출 금리와 1년 만기 정기 예금 금리를 비교해보면, 대출 금리 하락 폭은 예금 금리에 미치지 못한다. 소비자들로부터 대출 금리는 ‘찔끔’, 예금 금리는 ‘뚝뚝’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대출금리는 지난해 대비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인 KEB하나은행도 ‘1년 간 0.82%포인트’ 떨어졌다. 한 달 만에 0.5%포인트 떨어진 예금금리와는 상반되는 모습이다.
대전 중촌동에 거주하는 정 모(67·여) 씨는 “금리 인하 소식이 들리면 예·적금 금리가 금세 내린다. 반면 대출금리는 중·고금리가 대부분이다. 신용을 따져가면서 낮은 상품을 찾으려고 해도 저금리는 찾기 쉽지 않다”고 불평했다.
시중은행들은 최근 시장금리 하락으로 일부 고금리 예금 상품에서 역마진이 발생하고 있고 미·중 무역 전쟁 등까지 겹쳐 국내외 불확실성이 커져 어쩔 수 없이 예금 금리를 낮췄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한은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도 한 몫하고 있다. 수익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예금과 대출 금리의 차이, 즉 ‘예대 마진’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대전의 한 시중은행 대출담당자는 “대출 금리가 내리게 되면 예대 마진 폭이 줄기 때문에 신규로 가입하는 사람들은 예금 금리를 낮춰서 조정할 수밖에 없다”며 “여기에 내년 예대율 규제까지 있어 복잡한 상황이 금리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송승기 기자 ssk@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