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관리 측면 장점있지만
결제수단 강요 등 부작용 커져
<속보>=“저희 매장은 카드전용 매장입니다. 현금은 안 받아요.”
대전의 한 카페에서 지폐를 내밀면 뜻밖의 안내를 받는다. 현금 없는 시대를 절감하는 순간이다. 카드로 결제하는 시대를 넘어서 모바일 결제, 계좌이체 등 이제는 결제 방법도 다양해져 현금이 천대받는 일이 발생하고 있는 거다. 비(非)현금의 장점도 뚜렷하지만 그만큼 이를 이용하기 어려운 금융취약계층에겐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도 있어 금융 시장에서 한층 더 소외될 수 있다는 염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본보 5월 23일자 1면 등 보도>
정산시간이 줄어 고객응대에 집중할 수 있다는 이유로 현금 결제를 선호하지 않는 매장이 많아지고 있다. 비현금화 사회의 장점으로는 우선 결제와 관리 측면에서의 편의성과 소비 활성화에 대한 기여가 꼽힌다. 아울러 해외 결제도 더욱 편리해지고 소비 행태를 추적함으로써 데이터를 활용하기에 용이하다. 범죄와 탈세를 방지하는데도 효율적인 측면이 있다. 간편한 계산방식에 힘입어 실제 매장에서 현금 사용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한국은행의 ‘2019년 상반기 중 지급결제동향’에 따르면 올 상반기 지급카드, 어음·수표, 계좌이체 등 현금 이외의 지급수단을 통한 결제금액은 일평균 79조 6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신용·체크카드 등 지급카드 이용액은 하루 평균 2조 5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8% 늘었고 신용카드가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하지만 현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저소득층과 고령자층의 금융 배제를 더욱 키울 수 있다는 면은 비현금화 사회의 최대 단점이다. 무인계산기나 모바일을 이용해야만 결제할 수 있는 방식의 경우 새로운 결제시스템에 생소한 이들은 ‘디지털 소외’에 이어 결제조차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결제수단의 획일화도 문제다. 결제방식이 다양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카드사용을 강요하게 만들어 오히려 기존 결제수단인 현금을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카드를 사용할 수 없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최근 신용불량자가 된 A(46·여) 씨는 “신불자 이후 카드를 사용할 수 없어 주로 소액의 현금을 소지하고 다닌다”며 “아이가 졸라 패스트푸드점에 가려해도 현금을 받지 않는 곳이 있어 속상할 때가 있다”고 한숨 쉬었다.
전문가들도 비현금화 시대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말한다. 개인의 프라이버시 문제와 더불어 해킹에 따른 위협 및 기술적 장애 시 결제 시스템 이용이 불가하다는 점은 현금 없는 사회로 가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거다.
대전의 한 경제계 관계자는 “오히려 현금을 없애려는 과도한 노력이 불편함을 야기하기도 한다. 결제 수수료 등 고객에게 불이익을 안길 수 있는 비용적 걸림돌도 고민해야 하고 해킹 등 부작용도 심각해 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승기 기자 ssk@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