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승 충남농업기술원 화훼연구소

국화의 재배종은 한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대략 3000여 년 전 자연교잡에 의해 탄생했다는 설이 있다. 지금도 우리 주변 산과 들에서 들국화를 흔히 만날 수 있는 이유이다. 국화과(科)는 2만 3000여 종이 존재하며 구절초, 감국, 산국 등이 속하는 국화속(屬)은 외형의 아름다움도 뛰어날 뿐만 아니라 약리성분도 있다.
처음 국화육종을 시작할 때 선배에게서 들은 말은 육종을 잘 하려면 재배를 알아야 하고 재배가 쉬운 품종이어야 한다고 하였다. 일본에 연수를 갔을 때 후쿠오카지역에서 국화육종을 하는 고바야시 선생은 태풍으로 농가 피해가 났을 때 폭우에도 살아남은 국화를 선발하여 비가 와도 재배가 잘 되는 노지국화 품종을 만든 사례를 이야기해 주었다. 국화 육종과정 중에 어떠한 위기에 닥쳤을 때 좌절하지 말고 자연에서 배우면서 새로운 희망을 찾아야 한다는 교훈으로 삼았다. 종자 하나하나를 심고 긴긴 여름동안 키우며 가을이 오면 어떤 새로운 국화를 만날지 설렘으로 하루하루를 맞이한다.
국화는 한 꽃잎마다 종자를 만들 수 있는 완전체이고 이 꽃잎들이 300여 개가 모여 하나의 꽃으로 완성되는 두상화서(頭狀花序)로 한 송이 꽃에다 인공교배를 하게 되면 10~100여 개의 종자를 얻게 된다. 일년에 1만여 개의 종자를 획득하고 하나하나의 특성검정을 통해 8년 후에 1개의 종자만 품종으로 살아 남으니 ‘만에 하나’라는 희박한 확률과 유사하다. 이렇게 만들어진 품종들의 생산과 판매동향 알아보기 위해 aT화훼공판장과 서울고속버스터미널 화훼상가에 가보면 판매장마다 우리가 만든 품종이 판매를 위해서 진열되어 있다.
꽃상가 사장님에게 "이 꽃 우리 연구소에서 만들었어요"라고 하면 "정말인가요?" 놀라워한다. 이제는 국산국화가 외국품종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고 품질도 우수하여 동등한 대접을 받고 있다고 평해 주었다. 지금까지 충남농업기술원 화훼연구소에서는 115종의 신품종을 개발하여 농가에서 보급하였다. ‘보라미’ 품종은 현재 서울aT화훼공판장에서 전국 출하량의 3위(국산품종 중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예스루비’, ‘예스홀릭’ 품종 등은 일본으로 매주 5000본씩 수출하고 있어 농가의 효자품목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렇게 연구 개발하여 새롭게 만들어진 품종의 충남재배면적은 36%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이다.
최근 중국 남부, 베트남, 콜롬비아 등 국화를 재배하기에 자연환경이 좋은 지역에서 절화국화가 대량으로 수입되어 화훼 농가들이 받는 타격이 심하며, 청탁금지법 시행 후 화훼의 소비도 정체된 상태다. 세계를 공략할 수준의 신품종 개발을 위해서는 차별화된 유용형질에 대한 유전체 분석과 새로운 기능성 물질 탐색 등 다양한 연구가 필요하다. 또한 국화를 생산하는 농가나 단체에서는 국화를 일상적으로 즐길 수 있는 꽃으로 인식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어려서는 꽃이 피는 이치를 가르치고 늙어서는 꽃을 즐기는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