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규 대전시민대학 유머달인 강사


▶우리나라에선 만 65세 이상이 되면 법적으로 지공대사(또는 지공선사)가 된다. ‘지공대사’란 지하철을 공짜로 따는 사람을 빗댄 표현이다. 지하철에는 칸마다 임산부와 노약자를 위한 별도의 좌석이 있다. 지공대사가 지하철을 이용할 때는 먼저 이 좌석이 비어있는지부터 확인하고 그곳에 자리가 없으면 다른 데 가지 않고 그 근방에 서 있어야 하는 것이 에티켓이라 할 수 있다.
괜히 젊은 사람들 앉아있는 곳 앞에 얼쩡거리면서 ‘어른이 앞에 있는데 앉으라는 말도 하지 않고, 역시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어’라고 생각한다면 자기는 물론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고 있는 젊은이들도 마음이 불편해지기 때문이다.
어느 날 80이 된 지공선사(80세 이상은 지공선사로 승진)가 지하철을 탔다. 얼마 있으니 노약자석에 앉아있던 사람이 내린다. 대기하고 있던 지공선사는 ‘이제 내 차례구나’ 생각하며 앉으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70세 정도로 보이는 젊은(?) 노인이 잽싸게 새치기해 앉아버리는 게 아닌가. 지공선사는 화가 났지만 꾹 참으며 점잖게 한마디를 했다. “저승도 그렇게 새치기해서 빨리 가려고?”
▶지공대사가 지하철에 타서 노약자석에 가보니 20대의 젊은 여성이 버티고 앉아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다. 임산부도 아닌 것 같아 “아가씨, 여기는 노약자석인데…”라고 말했다. 그러자 여성은 고개를 바짝 들고 똑바로 쳐다보면서 “할아버지, 저도 돈 내고 탔어요”라고 하지 않는가! 그 말을 들은 지공대사는 조용히 말했다. “아가씨, 이 자리는 돈 안 내는 사람이 타는 자리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