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다가오자 가계대출 조절 시작해 심사 까다로워질 듯 / 기업대출 가중치 줄지만 무작정 늘릴 수도 없어 ‘난감’

내년 적용되는 예대율 규제에 은행권이 몸을 잔뜩 움츠리고 있다. 턱 밑까지 차오른 예대율 비율에 가계대출을 더 이상 적극적으로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는 거다. 은행들의 대출 심사 강도가 더욱 세질 가능성에 금융취약계층의 문턱은 높아지고 지역에 재투자되는 자금도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은행들은 신(新)예대율 기준에 맞춰 예수금 늘리기에 여념이 없다. 금융당국이 총량규제와 주택담보대출(LTV),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차주(借主)별 규제에 이어 예대율 규제로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예대율은 은행의 예금잔액에 대한 대출금잔액의 비율로 새로운 예대율이 적용되면 가계대출의 가중치를 15% 상향하고 기업대출 가중치를 15% 하향한다.
이번 조치로 대다수 은행이 새로운 기준을 적용할 경우 규제 수준인 100%를 넘어설 위기에 처해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시중은행 예대율은 국민은행 97.7%, KEB하나은행 97.3%, 신한은행 97%, 우리은행 96.9% 등 이미 규제 직전에 근접해 있다. 늘어난 부담에 은행들은 넘쳐나는 대출 수요에도 함부로 나설 수 없다. 기준금리 하향 등의 영향으로 대출금리가 2% 초반까지 떨어지며 상환 부담이 줄어든 만큼 대출 수요도 급속도로 늘었지만 규제가 코앞이라 대출을 늘리기엔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경직되는 대출 시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차주들 역시 ‘비상’이 걸리긴 마찬가지다. 대출심사가 까다로워질수록 고신용자보다 저신용자의 대출이 더 어려워진다. 당장 자금사정이 어려운 금융취약계층은 더 까다로워질 대출 심사가 걱정이다. 대전 삼성동에 거주하고 있는 김 모(57·여) 씨는 “어려운 사람일수록 신용도가 낮은 건 당연하다. 가계대출을 줄이겠다고 하지만 정작 저신용자들의 입장을 고려한 정책은 아닌 것 같다. 잘 벌고 잘 쓰는 고신용자들의 대출 심사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낀다”고 푸념했다.
기업대출 가중치가 줄어든다고 해서 은행들이 기업대출을 마냥 늘릴 수 없다는 점도 문제다. 오히려 지역 재투자에 회의적인 반응이 더 크다. 지역에서 예금으로 수취한 자금이 해당 지역에 다시 풀리지 않고 금융회사에 쌓이고 있는 셈이다. 지역별 예금 대비 대출 비율을 보면 대전이 73.3%로 강원(59.2%), 전남(66.0%)에 이어 세 번째로 낮은 예대율을 나타냈다. A 은행 대전지점 관계자는 “가계대출 가중치가 늘어난다고 해서 기업대출을 대폭 늘릴 수는 없다. 기업들의 연체율 등 여러 복합적인 요소들을 고려하면 실제 대출을 진행하기 까다롭다”며 “리스크 관리에 대한 고려 없이 기업대출을 무작정 늘리게 되면 이는 곧 은행의 경영 건전성 문제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승기 기자 ssk@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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