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안전공단 대전충남본부 박상권 교수(연구위원)

한국교통안전공단 대전충남본부 박상권 교수(연구위원)

지난 추석 9월 13일 낮 1시경에 삼척시에 있는 한 추모공원에서 승용차를 몰던 고령운전자 홍 모(77) 씨는 브레이크를 밟으려다 가속페달을 잘못 밟아 성묘객을 덮치는 바람에 4명이 중경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이렇게 고령운전자의 (인지·판단) 조작미스로 브레이크를 밟아야 하는 상황에서 가속페달을 밟아서 교통사고를 낸 경우는 과거에도 다수 있었고, 앞으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사고다.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이런 유형의 교통사고는 고령운전자의 가속페달 오작동 사고의 위험성을 극복하기 위한 안전장치 개발·보급 미흡이 불러온 예견된 사고라서 언론에서 보도하는 것도 새삼 새로울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매년 고령인구의 비중이 높아져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을 앞두는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운전자도 증가하여 300만 명을 넘었다. 고령운전자 사망사고가 지속적으로 급증하다 작년부터 감소추세로 전환되었지만 교통사고 전체 사망자 중에 고령자 사망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높은 만큼 보다 구체적인 사안별로 실효성 있는 노인 교통사고 예방대책이 절실하다.
작년 교통사고 사망자 3781명 중에 20세 이하 청소년 사망자는 97명이었으나, 65세 이상 노인 사망자는 843명으로 무려 9배나 차이를 보이고 있어서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목표인 3286명 달성을 위해서 고령운전자 사고유형별 맞춤형 대책을 중점 추진해야 한다. 더 이상 가속페달을 브레이크로 착각해서 일어나는 고령운전자의 교통사고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 몇 가지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고령운전자의 객관적인 운전능력과 위험에 대한 주관적인 인식의 차이가 크면 클수록 교통사고 위험도 그만큼 커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 본인의 신체능력을 과신하지도 말라는 것이다. 고령운전자의 경우 시력과 기억력, 공간지각 능력 등이 떨어지고 돌발상황 대처능력도 비고령 운전자보다 2배나 느리다는 객관적인 사실을 받아들여 평소 자기관리 노력에 역점을 두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고령운전자 스스로가 인지판단 능력의 한계 및 상태를 인식할 수 있는 인지기능 자가진단과 교통안전 교육기회를 늘려나가면서 '실효성 있는 고령자 운전면허 자진 반납 우대제도'를 단계적으로 정착시켜야 나가야 할 것이다.

셋째 고령운전자가 면허증 반납 후에도 무면허 운전으로 적발되는 일이 없도록 대중교통 지원 강화는 물론 고령자 외출 지원시스템이나 생활필수품 이동판매서비스, 개별 방문 케어 서비스 등의 정비도 중요하다.

넷째 고령운전자의 시력이나 인지·반응 조작시간 등을 고려한 표지판이나 신호주기 등을 개선하는 한편 신호무시 등 인지기능 저하로 교통위반을 한 고령운전자들에게 인지기능검사를 의무화하고 면허취소나 정지처분을 받은 고령운전자들의 면허 갱신시에는 정밀 건강검진는 물론 적성검사 기간단축과 고령운전자용 안전장치 의무화까지 적극 검토해야 한다.

다섯째 정부나 자동차 제작업체에서도 선진 각국의 고령운전자 가속페달 오작동예방 사례를 벤치마킹해서 브레이크와 가속페달을 착각하지 않도록 (옆으로 밀어 밟아야만 가속이 되는) 슬라이드식 일체형 페달을 만들거나 차량주변 감지 긴급제동장치 등 첨단 안전장치 개발 및 보급에 적극적으로 앞장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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