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아름 문화콘텐츠학 박사
광주시 남구 양림동에 있는 펭귄마을은 낡은 주택과 떠나간 주민들, 버려진 물건들로 삭막했던 마을을 주민들이 자생적으로 예술마을을 만든 사례다.
어느 날 마을에 있던 빈집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난 후 그을린 채 방치된 집과 쓰레기로 마을은 흉흉하고 삭막해졌다. 이대로 두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주민들은 빈집 주변을 청소하고 마을의 미관을 단장하기 시작했다. 펭귄마을의 촌장인 주민 김동균 씨는 을에 버려진 생활용품과 폐품을 모아 벽에 붙였고 주민들은 빈집 터에 텃밭을 만들어 작물을 심고 공동 재배해 농작물을 나눠 먹었다. 김동균 씨와 김종제 씨는 시간이 날 때마다 폐기물들을 수집해 마을을 가꿨다. 마을활동가, 문화예술가 등이 마을에 들어온 후로는 마을이 정크아트화 돼 길거리 미술관처럼 변화했다.
예술마을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한 마을은 연간 20만 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광주의 대표적 관광지가 됐다. 현재 펭귄마을에서는 도시재생사업이 추진되고 있으며 공예특화거리 조성, 양림동 역사문화마을 육성 및 주거환경 개선 등을 통해 관광활성화,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에 힘쓰고 있다.

마을 입구에 이르자 예사롭지 않은 경관이 펼쳐졌다. 선풍기 날개로 만든 바람개비, 낡은 담장에 붙어 있는 시계들, 색칠된 주전자 등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기대를 한가득 안고 펭귄마을로 가는 화살표가 그려진 팻말을 따라 좁은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따닥따닥 붙어있는 집들의 벽면에는 특정하기 어려운 다양한 것들이 붙어 있었다. 시, 그림, 시계, 팻말, 포스터, 공예품, 생활 물품, 악기 등. 마을 전체가 미술관이었다. 옥상에 걸어둔 옷가지, 곳곳에 있는 문 닫힌 빈집, 철골과 목재가 드러나 있는 집마저 하나의 작품처럼 느껴졌다. 무엇이 버려진 물건인지, 무엇이 작품인지 구별이 되지 않았다. 빈집이 있는 지역은 사실상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주기 마련인데 이곳은 오히려 ‘왜?’라는 호기심이 자꾸 생겼다. 어쩌면 여기서는 주민들도, 관광객도 작품일지도 모른다.
골목을 거닐다 보니 문뜩 이곳이 ‘왜 펭귄마을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펭귄은 40년 전 불의의 교통사고로 불편한 걸음을 내 걷는 어르신의 걷는 모습이 흡사 펭귄 같이 귀엽다고 해서 주민들이 부르던 애칭이었다. 거기다 나이 든 어르신들이 걷는 모습도 뒤뚱거리는 펭귄과 닮았다. 그러고 보니 마을을 거닐며 마주한 주민 대부분은 할머니, 할아버지였다. 마을과 주민들을 대표하는 말이 된 ‘펭귄’의 미소를 뒤로 한 채 마을을 빠져나오니 ‘펭귄마을’이라는 작품 속을 거닐고 나온 것 같다. 살아있는 미술관 같은 ‘펭귄마을’, 다음에 가게 되면 어떤 작품을 경험하게 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