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즌 도약 위한 철저한 준비 중
정민철 신임 단장 중심으로 재도약
새로운 캡틴 이용규 ‘절치부심’
하나금융그룹, 시티즌 전격 인수
‘대전시티즌’ 구단 명칭 역사 속으로
대전연고 프로구단 탄생 기대감
대전을 연고지로 하는 프로야구 한화이글스와 프로축구 대전시티즌의 2019년은 격변의 시기였다. 격변의 결은 달랐다. 2018년 정규시즌 3위로 11년 만에 가을 무대를 밟았던 한화이글스는 지난해 9위로 곤두박질하면서 절치부심의 변화를 예고했고, 1군 무대를 밟지 못하고 있는 대전시티즌은 하나금융그룹이 인수하면서 새로운 도약의 기로에 섰기 때문이다. 2020년 경자년(庚子年) 새해를 맞은 한화이글스와 대전시티즌. 와신상담 담금질이 한창인 두 프로구단의 이번 시즌을 예상해본다. 땀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는 팬심으로 말이다.
◆‘올 시즌은 가을 야구를’ 한화이글스
한화이글스의 지난 시즌은 역대 최악으로 평가받는다. 시즌 전 잡음과 시즌 직후 선수들의 줄부상까지 예견된 퇴보였다. 한용덕 감독 체제 2년 동안 한화이글스는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한 감독이 부임한 첫 시즌 모든 야구 전문가들의 예상을 보기 좋게 깨고 3위를 기록, 11년 만에 가을야구에 초대받았다. 반면 지난 시즌은 여러 악재 속에 9위로 추락했다. 선발 투수 구성 등 한 해 농사 빅피쳐를 그려야하는 스프링캠프 직전, 국가대표 외야수 이용규의 트레이드 파문으로 무기한 출전 정지라는 구단 최고 징계를 내려야 했고 시즌 개막 후 5경기만에 유격수 하주석이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시즌 아웃되며 센터라인이 무너졌다. 시즌 초반의 악재는 시즌 내내 계속됐다.
하지만 올 시즌은 다르다. 한화는 스토브리그에서 전력보강은 물론 외국인 선수들과 10개 구단 중 가장 먼저 계약을 체결하면서 새 시즌을 위해 철저한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시즌 한화의 가장 큰 문제는 선발투수의 부재였다. 외국인 원투펀치인 서폴드와 채드벨은 한화이글스 역대 가장 좋은 성적을 올렸지만, 토종 선발진이 제 역할을 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통상 선발투수는 외국인 투수 2인과 토종 선발진 3인으로 꾸려지는데 한화는 지난 시즌 무려 ‘15명’이 선발투수로 출전했다. 필승조와 마무리를 제외한 모든 투수가 선발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감독의 올 시즌 투수 운영 기조는 ‘안정화’다. 많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부여했지만 기대를 충족하지 못한 만큼 스프링캠프를 통해 선발진을 확고히 하겠다는 것이다.
한화가 팀 체질 개선에 앞장섰던 박종훈 단장을 레전드 투수 출신 정민철 단장으로 교체한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정 단장은 부임 직후 투수 영입에 나섰다. 포수 한 자리를 든든하게 채웠던 지성준을 내주면서 선발 장시환을 롯데로부터 영입했다. 정 단장은 2차 드래프트를 통해 KT의 포수 이해창을 데려오면서 지성준의 빈 자리를 메웠다. 또 지난 시즌 엄청난 가능성을 보여준 신인 투수 김이환이 선발자리를 꿰찰 것으로 보이고, 좌완 박주홍은 호주 질롱코리아에서 선발 수업을 받고 있다. 지난 시즌 토종 투수 중 가장 많은 이닝수를 책임진 장민재, 김범수, 김진영 등도 선발투수로서 가능성이 있다.
올 시즌은 이용규와 하주석의 복귀로 센터라인은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용규는 최근 주장에 선임되면서 절치부심의 심정으로 팀을 이끌게 됐다.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대전시티즌
20여 년 동안 대전 시민과 희로애락을 함께한 시민구단 대전시티즌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대전시티즌’이라는 구단 명칭은 사라지지만 하나금융그룹(회장 김정태)이 전면에 나서며 환골탈태를 예고했다.
지난해 11월 대전시와 하나금융그룹은 대전시티즌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시티즌의 구단주인 허태정 대전시장은 협약을 체결하면서 “대전시티즌을 명문구단으로 육성하려는 하나금융그룹 측에 깊은 감사의 뜻을 표한다”며 “1부 리그 진출은 물론 국내 최고 명문구단으로 육성하겠다는 공통된 비전과 목표에 대해 양측이 합의를 이뤘다”고 설명했다.
대전시티즌은 이제 대기업이 투자처로 나서며 기업구단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선수단 운영 방침도 윤곽이 나왔고, 신임 감독과 신임 사장 내정설까지 나오면서 재창단을 위한 속도를 내고 있다. 사령탑에는 중국 옌벤FC 해체 이후 야인으로 있던 황선홍 감독이 맡게 됐고, 재단법인 하나금융축구단 이사장에는 국가대표팀 감독을 역임했던 허정무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가 선임됐다.
대전시티즌의 시작은 어설펐다. 지난 1996년 6월, 2002년 FIFA 월드컵 공동 유치가 결정된 이후 대전시는 월드컵 개최 도시로 선정되기 위한 기반 조성을 위해 프로축구단 창단을 계획했다. 월드컵 개최 도시 유치를 위해서는 해당 도시의 프로구단과 월드컵경기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1997년 3월 동아건설, 계룡건설, 동양백화점, 충청은행 등 향토기업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자본금 45억 원으로 대전시티즌을 창단했다. 하지만 창단 이듬해인 1998년 IMF 사태로 큰 위기를 맞는다. 지역 향토기업인 계룡건설과 동아건설, 동양백화점, 충청은행 중 계룡건설을 제외한 3개 기업이 파산했고, 계룡건설도 2002년 후원 중단을 선언하면서 스폰서가 사라졌다. 2003년부터 4~5년간 투자대비 뛰어난 성적으로 ‘축구특별시’라는 애칭을 얻었지만 자본의 한계로 선수수급에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2005년 11월부터 시민주 공모를 통한 준비작업을 거쳐 이듬해 2월 3월 시민구단으로 재출범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성적은 최하위를 맴돌았고 코치 폭행 사건, 막말 사건 등의 볼썽사나운 문제를 일으켰다. 이런저런 부침을 겪다가 2부 리그인 K리그 챌린지로 강등된 이후 이렇다할 반등의 발판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대전시티즌 매각설은 민선 4기 시절부터 나왔다. 구단이 매년 적자를 기록하면서 시민 혈세만 80억 원~100억 원이 투입되자 매각설이 흘러나왔고 실제로 인수 가능한 기업들과 접촉했지만 실패했다. 민선 5기 염홍철 시장 시절에도 매각을 추진했지만 마땅한 기업을 찾지 못했다.
주춤하던 대전시티즌의 부활은 민선 7기 허태정 시장으로부터 시작됐다. 설왕설래 속 최종 인수기업은 하나금융그룹이었다. 시는 지난해 8월 ‘대전 시티즌 투자 유치 제안서’를 제출한 후 2개월간 협상을 펼쳤고, 하나금융그룹은 전격 인수를 결정했다.
하나금융그룹은 축구와 인연이 깊다. KEB하나은행은 대한축구협회와 K리그 메인 스폰서로 참여하면서 축구계에도 크게 공헌하고 있다. 2002년부터 꾸준히 대전 시티즌을 후원하기도 했다. 하나금융그룹은 22년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는 대전 시티즌의 정체성과 전통성을 계승하며 지역 연고를 유지하게 된다. 12월 24일 마지막 임시주주총회에서 주주 만장일치로 시티즌을 넘기기로 공식화한 이후 인수 작업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오는 4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창단식을 갖고 대전시티즌의 새로운 이름(대전하나시티즌·가칭)을 결정하고 엠블럼과 유니폼을 공개한다. 하나금융그룹은 인수를 결정한 자리에서 ‘대전을 세계적인 구단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축구특별시’ 부활의 신호탄이 되길 기대해본다.
유상영 기자 you@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