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석 충남농업기술원 기술정책과

 절기는 태양의 황도(평면궤도)상 위치에 따라 계절적 구분을 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춘분점을 기점으로 15도 간격으로 점을 찍어 총 24개로 나눈다. 옛날부터 우리나라는 음력을 이용해 날짜를 세었다. 그래서 24절기도 음력일 것이라고 생각들을 하지만 24절기는 태양의 움직임을 나타낸 것으로 양력이다. 실제로 달력을 살펴보면 양력으로 매월 4~8일 사이와 19~23일 사이에 절기가 있다.

하지만 4대 명절인 설, 한식, 단오, 추석과 삼복(초·중·말복)은 24절기가 아니다. 다만 이날을 정하는 규칙에 24절기에 해당하는 날이 기준으로 들어있어 24절기에 의해 정해지는 것은 맞는다. 한식은 동지로부터 105일째 되는 날이고, 단오는 음력 5월 5일이며, 초복은 대략 7월 11일부터 7월 19일 사이가 된다.

24절기는 중국 주(周)나라 때 화북 지방(북경 주변)의 기상상태에 맞춰 만들어졌다. 입춘(立春)에서 곡우(穀雨) 사이를 봄, 입하(立夏)에서 대서(大暑) 사이를 여름, 입추(立秋)에서 상강(霜降) 사이를 가을, 입동(立冬)에서 대한(大寒) 사이를 겨울이라 하여 4계절의 기본으로 삼았다. 만들어진 지역도 다르고 시간도 3000년이 지났으니 지금 기상과의 차이는 당연하다.

서양은 7일을 주기로 생활했으나 중국과 우리나라는 24절기를 이용해서 달의 움직임에 따른 15일을 주기로 생활하였다. 실제로도 음력을 따르는 것이 농경 사회에 적합했다.

문제는 해와 달의 순기가 1년을 기준으로 서로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생활 속에서 느끼는 하루하루의 편리성은 달을 기준 삼는 것이 좋지만 양력으로 짜 맞추어진 절기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계절과는 차이난다는 단점이 있다. 달이 지구를 1번 공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9.5일이고, 12번이면 354일이 된다. 하지만 지구가 해를 공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65일로 11일 차이가 있어 음력의 날짜와 계절의 변화, 기후의 변화가 맞지 않게 된다. 바로 이러한 문제로 절기가 만들어진 것이다.

기후의 변화는 태양의 움직임뿐만 아니라 대기와 조류의 흐름 등 다양한 요소가 관여한다. 오늘날처럼 과학기술이 발전하지 않은 과거에도 기후 변화의 시기를 예측하는 기준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24절기가 갖는 과학적 의미는 크다고 할 수 있다. 과거 농경사회에선 24절기가 중요하였지만 산업사회인 지금은 한낱 고령자들만의 전유물쯤으로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24절기는 우리 주변의 기후에 대한 예측과 사전 대비까지 세우게 도와준다. ‘대한이 소한이 집에 가서 얼어 죽었다’라는 속담처럼 우리나라에서 소한은 가장 추운 때로 여겨지며, 입춘은 아직 따뜻하지 않지만 봄맞이에 설레게 해 백화점마다 ‘입춘대길’을 붙여놓고 상업적으로 이용한다.

24절기에 대해 조금의 관심만 둔다면 우리 삶에 편리와 또 다른 재미도 줄 것이다. “경칩인데 개구리가 나왔나?”, “춘분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대”, “청명은 진달래가 피기 시작한다네” 가끔은 이런 말 한마디가 대화에 재미를 주지 않을까 싶다. 어제(20일)는 대한이다. 2월 4일이 입춘이니 이제 겨울도 막바지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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