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1528년 성운(成雲)이라는 사람이 경상도 관찰사로 발령 받았다. 항상 중앙의 조정과 한성부를 다스리는 직위 정도만을 떠돌던 그로서는 피곤한 여정이었다. 성운은 기묘사화에서 조광조 일파를 제거하는 데 한 몫한 사람으로 악명이 높았고 때문에 성운 때문에 자신의 친지가 죽었다고 그를 원망하는 사람도 많았다. 기묘록에는 이렇게 원한을 많이 샀던 성운의 죽음 원인은 정신병 발작으로 기록돼 있어 흥미를 더한다. 성운은 어느날 대낮에 잠깐 낮잠이 들었다가 가위에 눌렸다. 성운은 잠시 정신을 잃었다가 정신을 차렸는데 가위에 눌린 상태라서 움직일 수도 없는데 이상한 귀신이 가득 보이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양 옆에 기괴한 사람들이 늘어서 있었다. 그 사람들은 눈, 코, 입이 없는 살로 되어 있는 얼굴에, 팔 다리도 없이 몸뚱이만 이리 자리 뒹굴고 있었고 머리카락과 이마 부분도 없는 상태였다. 그 모습을 보고 놀라고 무서워서 괴로워 했는데 도저히 겁이 나서 그 모습들을 보고 있을 수가 없어 눈을 애써 감으려고 했다. 이후 발광하면서 겁에 질린 목소리로 중얼중얼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면서 괴로워했다. 눈을 뜨면 그 모습이 보일까 두려워 질끈 눈을 감은채로 계속 부들부들 떨었으며 10여 일을 그렇게 괴로워하다가 성운은 사망했다고 전해진다. 

원본 -기묘록 속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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