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사, 수필가, 여행작가

황푸강 유람선

오늘날 세계금융의 중심지이자 2415만 명이 사는 세계 8위의 대도시 상하이(上海)는 도심 한가운데를 흐르고 있는 황푸강(黃浦江)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1840년 아편전쟁 후 체결된 난징조약으로 개항된 지역은 청의 주민들이 살고 있는 현성(縣城)에서 멀리 떨어진 외곽지대였다. 영국은 인도에서 용병들을 대량 수송하여 이들에 의해서 강 상류인 상하이포(上海浦)를 개발했는데, 황푸강의 서쪽 푸시 지구(浦西地區)인 이곳은 유럽인들이 배를 타고 입항할 때 가장 먼저 보이는 곳이기도 했다. 영국 이외의 여러 나라가 잇달아 조차하고 거주하면서 오늘날 상하이가 국제금융도시로 발전하게 되었는데, 초기에는 중국인 출입금지 지역이기도 했다. (상하이 유래와 황푸강에 관하여는 2월 26일 자 상하이 참조) 

유람선에서 본 황푸강

반면에 황푸강의 동쪽 푸둥지구(浦東地區)는 서울의 강남처럼 오랫동안 버려진 모래밭이었으나, 1992년 당시 실력자 덩샤오핑(鄧小平)이 이곳을 세계적인 금융, 비즈니스 중심지로 개발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오늘날 ‘아시아의 맨해튼(Manhattan)’이 되었다. 덩샤오핑은 공산주의든 자본주의든 인민을 잘 살게 하면 그것이 제일이라며,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黑猫白描)’는 실용주의이론으로 개혁과 개방을 추진한 인물로서 그는 1970년대부터 괄목할 만한 경제성장을 이룬 한국을 벤치마킹했다고도 한다. 

시내에서 와이탄까지 가려면 지하철 2/10호선 난징둥루 역이 있지만, 역이 난징둥루와 와이탄 사이에 있어서 1/2/8호선 인민광장 역에서 내려서 동쪽으로 걸어 난징둥루를 지나 와이탄으로 가는 것도 좋다. 필자는 상하이에서 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A 사장의 호의로 회사직원이 운전하는 승용차로 이동해서 와이탄 선착장의 제방 겸 산책로의 지하주차장에 주차했다. 

와이탄 12호(좌)와 13호

상하이시 황푸취 증산 둥이누(黃浦區 中山东一路)의 약 1.5㎞ 거리를 와이탄(外灘)이라고 하는데, 중국의 굴곡진 역사를 간직한 와이탄은 오늘날 ‘세계 건축 박물관’이라고 할 만큼 볼거리가 많은 관광지가 되었다. 특히 2010년 상하이 엑스포를 앞두고 상하이시에서는 와이탄 일대를 대대적으로 정비했는데, 구도심인 와이탄 제방인 산책로를 2.6㎞로 늘리고 또 유람선 선착장 앞에 중국판 월스트리트를 상징하는 ‘거대한 황소 청동상’도 세웠다. 또 시내에서 와이탄으로 통하는 11차선 도로를 6차선으로 줄이고, 보행자도로를 만들어 시민들의 접근성을 높였다. 특히 폭 50m가 넘는 산책로 겸 콘크리트 제방의 지하를 거대한 주차장으로 만들어서 관광객은 물론 도심의 부족한 주차장난 해소에 큰 도움을 주었는데, 실용주의적인 중국인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 줄어든 차선을 대신하여 지하 터널을 뚫는 등 와이탄을 ‘산책하기 좋은 거리’로 만들었다. 

와이탄 3호(좌) 12호(중앙)

서울의 한강에 서른한 개의 다리가 놓여 있듯이 황푸강에도 수많은 다리가 있지만, 황푸강은 한강유람선과 달리 유람선 투어가 매우 발달했다. 즉, 푸둥지구의 동방명주(東方明珠)와 진마오타워(金茂大厦) 선착장과 푸시지구의 와이탄 선착장 사이를 오고 가는 페리와 두 선착장에서 출발하여 강 하류까지 한 바퀴 돌아오는 크르주가 있다. 크르주의 승선료는 1인당 70위안(한화 약 1만 2000원)이고, 약 45분이 걸린다. 다만 통합매표소가 없이 각 선착장 입구에서 매표소를 운영하고 있어서 다소 혼란스럽다. 황푸강의 강물 빛깔은 누렇고, 강폭과 깊이가 바다 못지않아서 잠시나마 마치 바다를 항해하는 느낌이 있다. 

와이탄 선착장 입구

여행객들은 유람선 투어를 마치고, 푸둥지구의 동방명주 전망대에 올라가서 황푸강과 푸시지구를 조망하거나 푸시지구에서 전망대 역할을 하는 제방 겸 산책로를 따라 다양한 구도심의 근대식 건축물을 감상할 수도 있다. 한 도시에서 좁은 강을 사이로 두고 푸시지구에는 네오 바로크, 로마네스크 양식 등으로 지어진 17~19세기 서양 고건축물이 줄지어 있고, 반대쪽에는 하늘 높이 솟아오른 동방명주, 금무 빌딩, 상하이 금융센터 등 현대식 고층빌딩이 즐비해서 좋은 대비가 되고 있다. 물론, 시간과 비용을 고려해서 세 가지 전부가 아니라 어느 한 가지만 선택해도 좋다. 특히 매일 밤 10시까지 화려하게 수놓는 와이탄의 야경은 홍콩에 견주어도 손색없는 백만 불짜리 구경이라고 했지만, 일정상 감상하지 못한 아쉬움으로 남았다. 

와이탄 황소상

와이탄의 고건축물은 그 주소 지번을 ‘번호’로 불리고 있는데, 가령 ‘중산둥이루 2번지(中山东一路 2号)’의 건물은 ‘와이탄 2호(外滩 2号)’가 된다. ‘와이탄 12호’ 건물은 당시 유럽 이외의 지역에 건축한 서양식 건축물 중 가장 아름답다는 찬사를 들을 만큼 와이탄의 고건축물 중에서도 걸작으로 꼽히는데, 웅장한 건물 한가운데를 차지한 대리석 기둥과 육중하게 치솟은 돔 지붕이 인상적이다. 현재 푸둥 발전은행(浦东发展银行) 건물로 사용되고 있으나, 내부는 사진 촬영을 금지하고 있다. 그 오른쪽의 ‘와이탄 13호’ 건물은 1927년 영국 런던의 랜드마크인 빅벤(Big Ben) 시계탑을 모방한 빌딩으로 79m 빌딩 꼭대기의 4면에 각각 지름 5.4m인 원형 시계가 붙어있다. 시계탑에서는 1928년부터 매시간 영국인들이 좋아하는 음악 ‘웨스트민스터(Westminster)’로 시간을 알려주었으나, 1966년 문화대혁명 이후 중국의 비공식 국가(國歌)인 ‘동방홍(东方红)’으로 교체되었다. 현재는 상하이 세관 청사로 사용하고 있다. 

한편, 강 건너 푸둥지구에 있는 동방명주 빌딩(468m)은 ‘동방의 빛나는 진주 구슬’이라는 의미인데, 이것은 당의 시인 백거이(白居易)의 비파행(琵琶行)에서 ‘진주가 옥쟁반에 떨어지는 아름다운 소리’를 묘사한 구절에 유래하여 황푸강을 옥쟁반으로, 동방명주 빌딩을 옥을 가득 채운 보랏빛 구슬로 형상화한 명칭이라고 한다.

동방명주

1994년 순수한 중국 자본과 기술로 착공한 지 3년 만에 준공된 동방명주 빌딩은 위로 올라가면서 점점 작아지는 3개의 구슬을 꿰어놓은 독특한 모양인데, 2005년까지 상하이에서 ‘최고 높은 전망대’ 역할과 TV 송신탑 역할을 해온 상하이의 랜드마크다. 2006년 상하이 타워(632m: 세계 2위), 2008년 101층인 상하이 세계금융센터(492m) 등 고층빌딩들이 잇달아 들어섬으로써 최고(最高) 빌딩이라는 지위는 빼앗겼지만, 독특하고 신비한 모양의 빌딩은 여전히 상하이의 랜드마크가 되고 있다. 동방명주 빌딩의 위로 올라갈수록 점점 작아지는 구슬 같은 3개의 공간은 모두 전망대인데, 93m, 263m(160위안), 350m(220위안)에 있는 전망대는 입장료가 각각 다르다. 또, 동방명주 지하에는 상하이 역사박물관도 있다. 푸둥지구의 빌딩 숲에는 한국의 증권회사인 미래 엣셋(MIRAE ASSET)빌딩도 진한 초록색 빛깔로 우뚝 서 있다. <법무사, 수필가,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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