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한국교통안전공단 대전충남본부 부장

 
김영철 한국교통안전공단 대전충남본부 부장

지난 15일 충남 예산 버스정류장 앞 도로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보행자 2명이 소형화물차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대형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사고에 대한 근본적 요인을 찾기 위해 사고현장을 찾았다.

사고 장소는 시골지역으로, 인근에서 5일장이 열리고 상가와 주택이 혼재돼 있어 시골임에도 불구하고 차량 및 보행자 통행량이 꽤나 많은 지역이었다.

교통사고 발생 원인은 대부분이 직접적인 요인과 간접적인 요인으로 구분된다. 이번 사고의 직접적인 요인은 소형화물차 운전자가 부도로에서 주도로로 진입하던 중에 감속하지 못하고 버스를 1차 충격한 후, 이후 전방으로 진행해 도로 상에 있는 보행자를 2차 충격하는 사고가 발생해 2명이 숨지는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교통사고 발생의 근본적인 요인을 찾기 위해 현장조사를 하던 중 사고지점 주변에서 특이점을 발견했다. 사고지점 바로 옆엔 버스정류장이 위치해 있고 이어 횡단보도가 나란히 설치돼 있었다.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선 보행자와 차량을 최대한 분리해 충분한 거리를 둬야 함에도 두 시설이 나란히 설치돼 있는 점은 누가 봐도 부자연스러웠다.

사망한 보행자 이동 동선을 추정하건대, 버스정류장에서 나와 버스를 탑승하기 위해 횡단보도 앞에서 대기하던 중 사고를 당한 것으로 생각된다.

버스정류장을 설치할 때 횡단보도와 충분히 이격거리를 두지 않으면 어떤 상황이 연출되는지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사고현장이었다.

버스가 정류장에 정차하면 횡단보도를 침범해 반대편 횡단보도 신호를 가리게 되고 보행자는 시야 확보가 어렵게 된다. 또 보행자와 차량이 혼재되는 상황에선 상시 사고유발 요인이 상존해 있다. 교통관련 시설을 설치할 시 기본적인 수칙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사례다. 이외에도 부자연스러운 도로선형, 보행자 안전펜스 미설치, 운전자 시야를 가로막는 각종 시설물, 적합하지 않는 노면표시 등이 있었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1302명으로, 인구 10만 명당 사망자 수가 3.3명으로 OECD 평균 1명 대비 3.3배로 나타나 세계에서 칠레 다음으로 높다. 교통선진국으로 불리는 일본은 1.3명, 영국 0.7명, 독일 0.6명과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충남지역 또한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가 309명으로 이중 보행자 사망자가 98명(32%)을 차지했다. 결코 적지 않은 인원이다.

교통사고 발생요인은 크게 인적 요인(휴먼 에러), 차량적 요인, 도로환경적 요인으로 구분된다. 그 중 가장 많이 차지하는 요인이 인적 요인이지만 3가지 요인 중 단순히 하나의 요인만 작용해 대형사고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3가지 요인이 동시 다발적으로 작용해 대형사고로 이어진다는 것이 교통안전 분야의 정설이다.

이 사고도 운전자의 인적요인이 직접적으로 작용했지만 버스정류장 및 횡단보도의 잘못된 설치가 사고의 간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선 운전자 인적요인 개선과 더불어 도로환경시설 개선이 필수적이다. 물론 지자체 등 도로관리청 자원(예산 및 인력)이 충분치 않은 점은 십분 이해한다. 하지만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분야는 최우선적으로 자원을 투입해야 된다는 인식전환의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교통사고는 예방이 최선의 길이다. 교통사고가 발생한 이후에 도로환경시설을 개선한다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형식으로 사전 예방적 활동이 최선의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미래의 교통안전은 차량과 스마트 폰, 차량과 사물인터넷(IoT) 등이 연결되면서 운전자의 인적 오류를 최소화해 교통사고를 줄이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사람의 실수를 컴퓨터와 각종 센서가 보완해 사람의 실수를 줄이는 것이다. 하지만 그 시대가 도래하기 전까진 우리가 일상 생활속에서 보행자가 우선하는 성숙한 교통문화를 실천하고 관계기관이 도로환경시설 개선에 집중한다면 교통사고는 반드시 줄어들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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