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손에 이끌려 어린시절부터 20여년 보낸 터전 옮겨
마을기업 선정 등 사업 확장으로 청소년 대상 교육 활발
“포근한 공간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따뜻함 있었으면”

[금강일보 강정의 기자] 청년문제가 심각하다고들 말하지만 우리 사회엔 자신을 자신의 삶의 주체로 인식하고 꿈을 그려나가는 청년들도 많다. 이들은 ‘취직’으로 대표되는 정형화된 청년의 삶을 살아가기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그것을 자신의 업(業)으로 만들어내는 청년들이다.

여기엔 소통과 협업을 통한 사회문제 해결이 ‘직업’인 경우도 포함된다. 청년의 삶에 있어 또 다른 길이 있음을 증명하고 있는 도전적인 대전지역 청년들을 만나 이들이 어떻게 사회 혁신을 이뤄가고 있는지 기록한다. 편집자

대전 동구 대동에서 카페조각구름을 운영하고 있는 이우람(34) 대표가 유성에서 대동으로 삶의 터전을 옮긴 지도 어느덧 7년차다. 그가 어린시절부터 스무살 후반까지 줄곧 자라왔던 고향을 떠난 데엔 그리 대단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조그만 희망이라도 갖게 하기 위함이었다.

어느덧 지인의 부탁으로 시작된 작은 봉사는 지금의 그에게 있어선 인생의 지향점이 됐다. 20대 중반부터 시작된 그의 선행이 이제는 그와 함께 일상을 보내고 있는 아이들에겐 인생의 그 어떤 것보다 값진 것만은 분명하다.

◆ 유성에서 동구로…아이들의 손에 이끌려 터전 옮겨

“대동은 오래 전부터 대전 내에서도 소외된 지역에 속했죠. 당연히 외면을 받는 도시이기 때문에 경제적인 어려움 등을 겪는 아이들도 비교적 많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주변의 부탁을 들어주고자 시작했던 작은 도움이 이제는 삶의 전부가 돼버렸죠.”

그에게 대동이라는 도시는 단지 소외된 지역,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고 소회한다. 그럼에도 그가 삶의 터전을 옮기면서까지 대동에 자리 잡은 이유는 아이들 때문이다. 그는 아이들의 손에 이끌려 대동에 새로운 삶의 터전을 잡게 됐다.

“주변 지인이었던 한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무언가 도움을 줄 수 없겠냐고 청해왔었습니다. 평소 그 분과 친분이 있었던만큼 부탁을 거절하기가 어려워 주변 청년들과 함께 무작정 대동에 찾아오게 됐습니다. 단지 아이들과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주자는 취지로 정기적으로 아이들을 찾아 놀아주며 크리스마스 등의 기념일엔 선물을 주면서 친해지게 됐죠. 그러면서 대전에도 이렇게 어렵게 살아가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됐습니다. 단지 아이들과 놀아주는 단순한 봉사로 시작했지만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아이들이 조금 더 웃음을 찾고 행복하게 지냈으면 하는 마음도 덩달아 커졌죠.”

매주 토요일마다 대동을 찾은 이 대표는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자연스럽게 정이 들게 됐다고 웃음 지어 말한다. 유성에서 동구의 물리적인 거리를 이겨내게끔 하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부모님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지내는 시간도 턱없이 부족하다보니 처음에 경계심을 가졌었죠. 학교가 끝나고 학원에 가지 않고 길거리를 배회하는 아이들 또한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저를 포함한 청년들이 대동에 카페조각구름을 세우게 된 이유죠.”

 

◆ 지난해 ‘마을기업’ 선정…긍정 에너지 전파 선도사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한 마땅한 장소가 필요했었습니다. 당연히 아이들과 놀기 위한 수입도 마련해야 했었죠. 방법을 강구하던 중 주변으로부터 사회적경제기업으로 선정돼 경제적인 도움 등을 받으면 어떻겠냐는 조언을 많이 받았습니다.”

카페조각구름은 지난해 대전시마을기업으로 선정됐다. 봉사를 지속하기 위해선 경제적인 부분이 해결돼야하는데, 때마침 이 대표에게 찾아온 희소식인 거다. 대전시가 카페조각구름을 마을기업으로 선정한 배경으로는 지역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파하라는 것으로 이 대표는 생각한다.

“아이들과 함께 지내다보니 깨달은 점은 아이들이 패배감에 빠져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들에겐 꿈도 없었고 무언가 제대로 해보려고도 하지 않았던 것이었죠. 우리 또한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있진 않았지만 누군가는 커피를 탈 줄 알고, 또 청년 중 누구는 디자인을 할 줄 알아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아이들에게 도와줄 수 있는 일을 해보자고 힘을 모았죠.”

그가 아이들에게 꿈을 키워주는 데엔 대단한 비결과 교육이 있는 건 아니다. 청년들이 지역에서 의미있게 활동하고 있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게끔 해주는 거다.

“조각구름협동조합 설립의 취지는 아이들이 크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의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긍정적인 영향을 받게끔 하는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바리스타 교육도 시키면서 성취감을 느끼고 자립성을 키우게 하는 게 그 일환이기도 하죠.”

그가 7년 전부터 함께 했던 아이들은 어느덧 대학생이 됐다고 그는 말한다. 그들 또한 지금은 이 대표와 함께 지역 아이들의 꿈을 키워주는 데 함께 하고 있다.

 

◆ “포근한 공간 통해 ‘더불어 살아가는 마음’ 키우길”

카페조각구름 카페는 이미 지역에선 입소문이 난 카페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비교할 수 없는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한다거나 엄청난 품질의 음식 서비스를 내놓는 그런 면이 아닌 아이들을 넘어 시민들이 부담없이 찾아올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한 이유에서다.

“카페라는 게 시간이 지날수록 새로움이라는 게 적어지면서 매출이 줄어들 수 밖에 없어 아이들을 위한 또 다른 새로운 공간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카페와는 역할이 다른 공간이겠지만 마을 안에 예쁜 공간을 하나 늘려간다는 지향점은 같습니다. 청소년들이나 아이들이 마을 안에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죠.”

카페조각구름 대표로서 그는 카페를 찾아오는 이들이 포근함을 느꼈으면 내심 바라고 있다. 단지 한 잔의 차를 마시러 오는 게 아닌 ‘왜 이 카페를 찾으면 마음이 따뜻해질까’라는 의구심을 가지는 거다.

“카페조각구름을 찾는 이들이 따뜻하고 포근한 공간으로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조금이나마 더불어 살아가는 속에서 따뜻함을 느꼈으면 하는 거죠. 비록 소박하지만 일상을 예쁘게 꾸미고 살아가는 게 보기 좋았다라는 생각을 했으면 합니다.”

그가 아이들, 그리고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그의 삶으로 대변할 수 있다. 이는 그가 지금껏 만난 아이들에게 늘상 보여줬던 것이기도 하다.

“아이들, 그리고 청소년들이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그 일이 나를 위한 것뿐만 아니라 내 주변사람에게 좋은 의미가 될 수 있는 일들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대단한 성공보단 따뜻함을 나누는 사람이 됐으면 하는 것이죠.”

글=강정의 기자 justice@ggilbo.com·사진=함형서 기자 foodwork23@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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