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설계자들/시장의 기억/은행은 당신의 주머니를 노린다… 외 40권


▲ 은밀한 설계자들 = 클라이브 톰슨 지음, 김의석 옮김.
기술·과학 전문 저널리스트가 프로그래머란 어떤 사람들이고 그들이 만든 프로그램이 어떻게 세상을 바꾸며 우리의 삶과 행동 방식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이야기한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페이팔, 구글, 스냅챗, 드롭박스 등 전 세계에 큰 영향력을 끼친 프로그램에 관여한 프로그래머들을 인터뷰해 그들의 삶과 생각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본다.
또 이 프로그램들이 현대인의 생활 패턴과 사고방식을 어떻게 바꿨는지를 다양한 사례와 통계 자료들, 역사와 사회학, 행동경제학의 제반 연구들, 흥미로운 일화들을 통해 설명한다.
저자가 보기에 프로그램들이 만드는 세상은 그렇게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다. 온라인에 퍼져 있는 기본 데이터를 바탕으로 제작된 인공지능(AI)은 인간과 같이, 혹은 일반인들보다 더한 편견과 차별을 학습한다. 그래서 백인보다 흑인의 죄를 더 무겁다고 판단하거나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가지고 대출을 거부하기도 한다.
이런 프로그램은 프로그래머가 만든다. 그래서 그들이 중요하다. 프로그래머는 젊고 컴퓨터에만 빠져 다른 것은 관심이 없는 백인만이 아니라 다양한 인종과 성별, 연령의 사람들이어야 하고 어떤 이보다 윤리적인 문제에 민감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 프로그래머를 제대로 알고, 그들에게 이런 자질을 가지라고 요구하며 또 감시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한빛비즈. 656쪽. 2만5000원.

▲ 시장의 기억 = 이태호 지음.
일제 강점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파란만장한 자본시장의 역사를 33개 대사건을 쫓아가는 형식으로 풀이한다.
가능한 한 딱딱한 전문용어와 복잡한 수치를 배제하고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읽기 쉽게 구성하되 정확성과 객관성을 잃지 않고 제대로 된 교훈을 도출하기 위해 일일이 출처와 원본을 확인하고 책에 쓰인 것의 수십 배에 해당하는 자료를 소화했다고 한다.
일제 강점기 쌀 선물시장의 흥망에서 1956년 대한증권거래소 설립, 국채파동과 증권파동, 1992년 자본시장 개방,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신청, 2008년 국제금융위기와 주가 대폭락을 거쳐 코로나 19 사태 이후 사상 초유의 0%대 금리까지 자본시장의 결정적 사건들이 등장한다.
그 사이사이에 박정희 정권 아래 이른바 ‘4대 의혹사건’, ‘7공자 사건’, ‘무등산 타잔 사건’, 현대그룹 ‘왕자의 난’, ‘미네르바 신드롬’, 비트코인 광풍 등 ‘비하인드 신’도 다룬다.
어바웃어북. 392쪽. 1만8000원.

▲ 은행은 당신의 주머니를 노린다 = 조붕구 지음.
피해 기업만 해도 900개가 넘는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사태가 왜 생겼는지, 그리고 어떻게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해결되지 않았는지를 피해 당사자인 기업인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한다.
저자는 단돈 250만원으로 창업한 회사를 10년 만에 60여개국 거래처를 대상으로 연 350억원대 글로벌 연결 매출을 올리는 글로벌 중소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그러나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에 대비하는 보험 상품이라는 은행의 설명만 듣고 의심 없이 키코에 가입한 것이 창업 이후 한 번도 적자를 내지 않던 기업이 하루아침에 추락한 계기가 됐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사태 이후 거리로 나서 싸워야 했다. 대형 로펌을 등에 업은 은행과 싸우기는 쉽지 않았고 지난했던 싸움은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오류와 모순투성이’의 판결로 끝나고 만다.
그러나 저자에게 대법원 판결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었다. 10년이 넘는 투쟁 기간 탐욕스러운 금융 자본가들의 천국인 대한민국의 민낯을 봤기 때문이다.
저자는 키코 사태를 제대로 정리해야 좀 더 공정한 대한민국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또 한 번 실패했다고 해도 다시금 일어날 수 있는 사회가 돼야만 진정으로 발전할 수 있음을 현장에서 확인하고 한국기업회생지원협회, 한국재도전연합회 등을 조직해 이끌고 있다.
시공사. 288쪽. 1만6000원.

▲ 교양인의 논어 = 신동준 지음.
지난해 4월 별세한 고전 연구자 신동준 박사가 숨을 거두기 전까지 집필한 ‘논어’(論語) 원고를 다듬어 단행본으로 펴냈다.
저자는 논어를 문학이나 철학으로 접근하는 기존 연구 방식에서 벗어나 정치사학 관점에서 보자고 제안한다. 공자 사상이 나온 시대적 배경을 정치적으로 고찰해야 온고지신을 한다는 것이다.
그는 주희(朱熹), 다산 정약용, 오규 소라이 등 동아시아 3국 학자들이 남긴 주석을 망라해 싣고, 되도록 의역은 하지 않았다. 또 논어에 나오는 한자성어는 그대로 표기했다.
미다스북스. 864쪽. 5만4000원.

▲ 광기와 성 = 리하르트 폰크라프트에빙 지음. 홍문우 옮김.
20세기 초반 유럽 법의학과 정신의학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되는 정신의학 고전으로, 국내에서 번역본이 나오기는 처음이다.
1840년 독일에서 태어나 오스트리아에서 활동한 저자가 빈대학 교수 시절이던 1886년 출간했다. 사디즘·마조히즘·페티시즘·동성애(호모섹슈얼) 등을 다뤘는데, 이 용어의 기원이 된 서적이라고 한다.
도착적이고 이상한 성 심리를 가진 사람과 성범죄 등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고, 정신분석학적으로 이해하고 치료하려는 시도를 담았다.
미셸 푸코가 ‘진실을 외면하고 슬그머니 꽁무니를 빼던 분야를 집대성한 걸작’으로 평가했다고 출판사는 강조했다.
파람북. 607쪽. 2만9800원.

▲ 타자성과 초월 = 에마뉘엘 레비나스 지음. 김도형·문성원 옮김.
프랑스 철학자 에마뉘엘 레비나스(1906∼1995)가 1967년부터 1989년까지 발표한 논문과 대담 내용을 엮었다.
레비나스 핵심 사상으로 알려진 타자에 대한 윤리적 책임 외에 평화와 권리, 인권도 논했다.
그는 “모든 사유는 윤리적 관계에, 타인 안의 무한히 다른 것에, 내가 그리워하는 무한히 다른 것에 종속된다”며 “윤리는 존재론에 앞서며, 인간적인 것의 도래 배후에 이미 타자에 대한 주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린비. 216쪽. 2만원.

▲ 여행 텍스트와 이동하는 문화 = 애니타 퍼킨스 지음. 최일만 옮김.
고대 그리스, 18∼19세기 유럽, 현대라는 세 시점을 ‘모빌리티’, 즉 이동성이라는 측면에서 분석했다.
뉴질랜드에서 독문학을 공부해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호메로스 작품으로 알려진 ‘오디세이아’를 통해 고대에는 여행이라는 행위가 목적이 아니었고 즐겁지도 않았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마차가 발달해 이른바 ‘안장시대’로 불린 18∼19세기에는 교통수단이 발전하고 유람이 늘어나면서 여행을 향한 욕망이 성장했고, 현대에는 ‘모빌리티’가 보편화하면서 안정감을 주는 고향이 사라지는 역설적 상황이 찾아왔다고 주장한다.
앨피. 462쪽. 1만8000원.

▲ 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 = 김성우·엄기호 지음.
삶이 말에 스며드는 방식에 천착하는 문화연구자와 말이 삶을 빚어내는 모습을 탐색하는 응용언어학자가 나눈 ‘리터러시(문해력)’에 관한 대담록이다.
리터러시란 유네스코의 정의에 따르면 ‘다양한 맥락과 연관된 인쇄 및 필기 자료를 활용하여 정보를 찾아내고, 이해하고, 해석하고, 만들어내고, 소통하고, 계산하는 능력’이다.
저자들이 주목한 것은 리터러시를 둘러싼 환경 변화다. 초등학생들이 숙제할 때 책이나 백과사전, 심지어 검색엔진도 아닌 유튜브를 검색한다고 한다. 저자들은 이 같은 변화를 리터러시의 위기라기보다는 ‘변동’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리터러시에 대한 평가는 ‘디지털 네이티브’에게 익숙한 이미지, 동영상이 아니라 여전히 기성세대에게 익숙한 문자 매체에 기반해 교과서와 선다형 시험을 통해 이뤄진다.
문자를 중심에 둔 리터러시는 상상력의 크기와 추상성이라는 유익을 줬지만, 현실을 다루는 힘을 약화한다는 측면도 있다.
저자들은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매체를 익히고 다루면서 균형을 잡는 것, 즉 ‘멀티 리터러시(multi-literacy)’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따비. 296쪽. 1만6000원.

▲ 80년생 김팀장과 90년생 이대리가 웃으며 일하는 법 = 김범준 지음.
그 자신이 회사원이면서도 한편으로는 ‘회사의 관찰자’로 살아오면서 세대 간 소통 방식과 직업의식의 변화를 분석하고 이를 글로 담아내는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가 90년대생들의 특성과 이들을 다루는 법, 혹은 이들과 잘 지내는 법을 안내한다.
사고 틀 자체가 다른 90년대생들로부터 리더로 인정받기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저자는 ‘관계 적정거리 파악’, ‘적합한 소통 도구와 방식’, ‘일방적 통보가 아닌 논의’, ‘상대방의 언어 구사’ 4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에 따르면 90년대생들은 ‘프로효율러’다. 이전 세대가 ‘무작정 빨리빨리’를 원했다면 그들은 불필요함은 비효율이며, 비효율은 시간 낭비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선배 또는 팀장이라는 이름으로 그들의 시간과 영역을 침해하는 것은 가장 조심해야 할 일이다.
90년대생들이 사용하는 소통의 도구에는 ‘효율’이라는 가치가 내포돼 있음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들이 SNS나 메일을 선호하는 이유는 면대면이나 전화로 소통하는 과정에서 일어날지도 모르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제거하고 자기 생각을 제대로 정리해 소통하기 위해서다.
90년대생들은 ‘트로피 키즈(Trophy Kids)’로 불리기도 한다.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트로피나 상장을 타본 경험이 있다는 의미다. 이들은 인정받는다는 것의 의미를 잘 알고 이를 추구하는 성향이 있다. 일방적인 지시보다는 그들의 장점을 찾아내 칭찬하고 격려하는 것이 효율적인 이유다.
90년대생들과 소통할 때 그들의 방식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세대 차이는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한빛비즈. 272쪽. 1만3500원.

▲ 마음의 요가 = 스와미 비베카난다 지음, 김성환 옮김.
인도 최고의 영적 지도자로 불리는 스와미 비베카난다(1863~1902)가 8년 동안 미국과 영국 전역을 돌며 전파한 ‘즈냐나 요가’의 가르침을 담은 강연 모음집이다.
즈냐나 요가는 ‘지혜’라는 뜻의 즈냐나를 통해 깨달음을 얻는 길로서, 마음과 생각으로 삶의 본질을 탐구하는 방법을 말한다. 여기서 몸을 가꾸기 위한 운동이 아니라 몸과 마음을 통해 깨달음으로 나아가는 방법이다.
1893년 시카고 세계종교회의에서 7000여 참석자를 감화시키며 인도의 종교와 사상을 서구에 최초로 전한 비베카난다는 이후 인도와 영미를 돌며 인도 경전인 ‘베다’의 가르침을 전파했다.
그 핵심은 매 순간 개인적 자아가 아니라 우주적 자아로 살라는 것이다. 그때 비로소 자유로운 본래의 삶에 가까워진다. 그는 마음속 작은 자아에 의해 커다란 우주적 영혼까지 휘둘릴 때 그것을 지혜의 도끼로 끊어내라고 주장한다.
판미동. 368쪽. 1만9800원

▲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 강화길 외 지음
등단 10년 이하 젊은 작가들이 한 해 동안 발표한 중단편 소설을 심사해 뽑은 7편 수상작을 담았다.
대상 수상작인 강화길 ‘음복’을 비롯해 최은영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김봉곤 ‘그런 생활’, 이현석 ‘다른 세계에서도’, 김초엽 ‘인지 공간’, 장류진 ‘연수’, 장희원 ‘우리의 환대’가 실렸다.
‘음복’은 새댁이 시댁 첫 제사에 참석한 풍경을 중심으로 가부장제의 부조리를 비판한다. 강화길은 201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해 소설집 ‘괜찮은 사람’, 장편 ‘다른 사람’을 펴냈고, 제8회 젊은작가상과 한겨레문학상을 받았다.
문학동네. 376쪽. 5500원.

▲ 우린 괜찮아 = 니나 라쿠르 지음, 이진 옮김
미국 최정상급 ‘영어덜트 소설’ 작가로 불리는 니나 라쿠르의 장편소설이다.
미국도서관협회가 한 해 최고 청소년소설에 주는 니나 프린츠상을 받으며 평단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얻었다.
두 여자 주인공이 서로를 이해하고 우정을 쌓고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복잡한 관계를 묘사했다.
성장 소설이면서 퀴어 로맨스로 볼 수 있지만, 감정적 혐오 대신 순수한 사랑에 초점을 맞췄다.
든. 288쪽. 1만4500원.

▲ 세 여인 = 로베르트 무질 지음, 강명구 옮김
파격적 서사 기법과 독보적 스타일로 주목받은 오스트리아 근현대 문학의 문제 작가 로베르트 무질의 연작 소설집.
그리지아, 포르투갈 여인, 통카 세 편이 이어진다.
자아와 존재의 의의를 찾는 작가만의 구도 정신이 전편에 흐른다. 질문을 통해 인간 존재의 근원과 인생의 의미를 끊임없이 탐구한다.
1880년 오스트리아 클라겐푸르트에서 태어난 무질은 애초 공학도였으나 철학으로 전공을 바꿔 박사 학위를 받는다. 그러나 교수직 대신 문학의 길을 선택하고 대표작 ‘특성 없는 남자’ 등을 남겼다.
민음사. 136쪽. 9800원.

▲ 지도로 보는 세계정세 = 파스칼 보니파스 지음, 강현주 옮김.
프랑스의 대표적 정치학자로 국제관계전략연구소(IRIS) 소장이며 파리 제8 대학 유럽학연구소에서 강의하는 저자가 1945년부터 현재까지 세계정세를 100개의 지도로 설명한다.
제1부 ‘세계적 공간’에서는 국가 간 관계를 주로 살펴본다. 유럽의 분할과 동서 대립, 탈식민지화와 제삼 세계의 등장, 국제기구와 다국적기업, 테러리즘, 이주민과 난민, 핵 문제,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 등 세계 여러 나라를 둘러싼 굵직굵직한 글로벌 이슈를 다룬다.
제2부 ‘세계 각 지역’에서는 세계를 지역별로 나눠 각국의 현재 동향을 알아본다.
유럽이 과거와 같은 권력을 되찾을 수 있을지, 미국은 세계 1위의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아랍 세계는 통합될 수 있을지, 종교와 민족 간 갈등은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지, 중국과 인도, 브라질 등 신흥 세력은 어떻게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지를 풀어낸다.
한국에 관해서는 일제 강점에서 2018년 6월 북미 정상회담에 이르는 역사를 간략히 소개하면서 남북한의 인구와 주요 도시, 경제 지표 등을 담은 한반도 지도를 곁들였다.
청아출판사. 160쪽. 2만2000원.

▲ 지성사란 무엇인가? = 리처드 왓모어 지음, 이우창 옮김.
지성사(Intellectual History) 연구를 체계적으로 소개하는 입문서다. 지성사라는 학문의 정체성, 역사, 방법론, 효용, 동향 등을 알기 쉽게 정리했다.
지성사 연구의 핵심은 역사 속의 행위자가 남긴 발화와 주장을 탐구함으로써 과거를 조망하는 데 있다.
그러나 ‘과거의’ 저작이나 발화를 진지하게 연구한다는 이유로 지성사는 이제껏 회의주의와 상대주의를 조장하고, 현재의 세계와 동떨어진 관점을 낳는다는 공격을 받아 왔다.
이 책은 그런 비판들을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과거의 지적 전통을 복원하는 일이 현재 통용되고 있는 지적 작업을 더욱더 풍요롭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18~19세기 정치사상사 전문가인 저자는 ‘케임브리지학파’라 불리는 J. G. A. 포콕, 존 던, 이스타반 혼트 같은 연구자들에 의해 정치사상사 연구가 변모해온 과정에 초점을 맞춰 지성사의 역사적 발전 과정을 탐구한다.
오월의봄. 312쪽. 1만9000원.

▲ 자연에 대한 존중 = 폴 테일러 지음, 김영 옮김.
생명 중심 윤리학의 대가인 폴 테일러(1923~2015)가 1986년 출간한 책이다.
인간이 자연 생태계와 야생의 생물 군집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에 대한 도덕 원칙 체계를 확립한 최초의 책으로 평가된다.
지금까지 인간의 유용성에 매몰됐던 자연에 대한 시각의 한계를 넘어 도덕적 고려의 대상을 동물은 물론 식물을 포함한 모든 생물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다른 철학자들과 차별된다.
저자는 슈바이처의 ‘생명 외경’ 원리를 발전 시켜 자연 존중의 태도를 가진다는 것은 자연 생태계의 야생 동식물이 ‘본래적 가치’를 지닌다고 보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본래적 가치는 누군가의 가치 평가와 관계없이, 또 어떤 목적을 위한 도구적 가치와 무관하게 가치를 가지는 것이다.
본래적 가치를 지니는 존재는 자기만의 선을 가지며, 동물과 식물 또한 고유의 선을 지닌 도덕적 주체로서 도덕적 관심과 배려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한다.
리수. 344쪽. 2만3000원.

▲ 어디로 가야 이 길의 끝이 보입니까 = 종현 지음
대구 도림사 주지로 있는 종현스님 에세이다. 2005∼2014년 해인사의 월간 ‘해인’ 편집장을 지내는 동안 ‘해우소’라는 코너에 썼던 짧은 글을 모았다. 한국 불교의 중심인 해인사에서 지내는 동안 겪은 일화와 수행담, 비밀스러운 구전 등을 간결한 산문으로 풀어놨다. 책 이름은 그가 부산 범어사 안거 때 겪은 일화와 관련이 있다. 당시 점심공양을 마치고 포행을 하던 스님에게 길 가던 30대 여인이 불쑥 던진 질문이다. 당황했던 스님은 황급히 여인을 뒤로하고 떠났으나 지금도 자문하는 말이 됐다고 한다.
스님은 1993년 해인사로 출가해 승가대학을 졸업했다. 제방 선원에서 10안거를 낳았다. 월간 해인 편집장을 마친 뒤로 2016년 8월 도림사 주지 소임을 맡았다.
조계종출판사. 252쪽. 1만4000원.

▲ 사제의 영과 함께 = 안문기 지음
사제 수품 50년을 맞은 안문기 신부 회고록이다. 금경축(金慶祝)을 기념해 지난 50년간 사제 생활을 돌아봤다.
천주교에서 사제 수품 50년을 맞는다는 것은 드문 일이다. 이를 기념해 책을 내는 것도 드물다. 금경축을 맞아 그가 떠올린 인물은 영적 지도자였던 김수환 추기경과 프란치스코 현 교황이다.
안 신부는 두 사람을 두고 반평생 자신의 앞길을 비추고 변화하는 시대의 동반자가 돼 줬다고 소개한다.
그는 1970년 대전교구 신부로 사제품을 받았다. 7년간 독일 아우크스부르크 교구에서 사목활동을 했고, 충남 부여와 대전, 천안, 당진에서 주임신부를 지냈다. 사제로서 드물게 신문방송학과 사회복지 분야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안 신부는 ‘사제의 영과 함께’를 책 제목으로 붙인 이유에 대해 “사제서품식 안수에서 받은 성령의 은총과 미사 때마다 모인 신자들의 ‘또한 사제의 영과 함께’라는 기도가 반평생을 지배했기 때문”이라며 “이 책을 통해 사제를 위해 기도하고 봉사하는 형제자매님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예지. 228쪽. 1만1000원.

▲ 세계관 전쟁 = 이용주 지음.
문학·역사학·철학 외에 과학도 인문학이 다뤄야 할 학문이라고 생각하는 이용주 광주과학기술원 교수가 근대 동아시아에서 일어난 과학과 전통 간 가치관 논쟁을 논했다.
그가 주목한 나라는 중국. 20세기 초반 서양에서 근대과학이 유입되면서 유교와 유학을 포함한 전통과 갈등이 심화했다.
저자는 당시에 형성된 담론이 전통을 전면적으로 긍정하는 방향, 유학의 정신적·실천적 가치를 긍정하는 방향, 서양문명을 전면적으로 수용하는 방향, 과학 수용을 긍정하지만 모든 세계관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고 보는 방향의 네 가지로 나뉜다고 설명한다.
이어 전통을 중시하는 입장은 1920년대에 영향력을 사실상 상실했으며, 과학 중심적 가치관은 과학만능주의적 신앙으로 나아갔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공산당이 집권하면서 마르크스주의가 득세했고, 전근대적 문화를 배격하자는 문화대혁명이 일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과학이 과연 종교나 철학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이 가능한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의가 진행 중이다.
저자는 중국에서 벌어진 과학과 전통 논쟁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걸쳐 축적된 모든 문화적 갈등의 종결판으로 봐야 한다면서 이 논쟁 주제는 풀리지 않은 과제라고 강조한다.
성균관대학교 출판부. 588쪽. 3만5000원.

▲ 모두의 몫을 모두에게 = 금민 지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세계적으로 기본소득 논의가 뜨겁다. 기본소득은 주민들에게 직접 주는 현금이다. 흔히 ‘물고기 잡는 방법’이 아닌 ‘물고기’에 비유된다.
2007년 한국사회당 대표로 대선에 출마했을 때부터 기본소득 필요성을 언급한 저자가 기본소득이 정당한 권리인 이유를 설명하고 다양한 쟁점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그는 지구는 모든 사람의 것이며, 토지 그 자체의 원천적 소유권은 법적 소유권과 관계없이 인류 구성원이 고루 가진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토지에서 나오는 수익을 일부가 독점해서는 안 되며, 구성원에게 분배해야 한다는 견해를 제시한다.
기본소득 특징으로 현금성·정기성·무조건성·보편성·개별성을 꼽고 기본소득이 끔찍한 복지 포퓰리즘이라는 시각도 인정하지 않는 저자는 ‘노동은 신성하다’가 아니라 ‘인간은 존엄하다’라는 관점에서 임금노동 일자리를 보자고 제안한다.
이어 기본소득은 무노동에 대해 보상하는 변변찮은 위로금이 아니라 더 많은 자동화와 자유시간, 다층적 활동을 촉진하는 사회적 전환 수단이라고 결론짓는다.
동아시아. 436쪽. 1만6000원.

▲ 가난 사파리 = 대런 맥가비 지음, 김영선 옮김.
스코틀랜드 빈민 지역에서 자란 래퍼 겸 칼럼니스트인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가난과 학대, 중독과 폭력에 노출된 사람들의 마음 풍경을 신랄하고 위트 넘치게 담아낸다.
저자는 2017년 영국 그렌펠 타워에서 발생한 화재 이야기로 책을 시작하면서 끔찍한 인명 손실을 불러온 이 사건에 관한 사람들의 관심을 ‘가난 사파리’라고 부른다.
이곳에 살던 하층계급 서민들의 존재는 오랫동안 보이지 않고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지만, 화재를 계기로 갑자기 이 사람들의 삶은 다른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게 됐다.
저자는 “진열창 앞 안전한 거리에서 원주민을 잠시 둘러보는 사파리가 끝나고 나면 모두가 그에 대해 서서히 잊어버리고 만다”고 냉소적으로 말한다.
저자는 어린 시절 알코올과 약물 중독에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어머니, 동네와 학교의 폭력적 분위기로 인해 고통을 겪었다. 열아홉 살 때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이후 우울증과 정신이상에 시달렸으며 오랫동안 약물과 알코올 중독자로 지냈다. 그런 그를 구해낸 건 글쓰기와 힙합이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이 경험한 가난과 학대, 폭력, 중독, 고통, 나아가 이를 둘러싼 사회 상황과 자신에게 영향을 끼친 사람들, 가난과 계급을 둘러싼 편견, 자신이 세상에 가졌던 믿음과 좌·우파의 입장, ‘빈곤 산업’에 이르기까지 가난을 구성하는 모든 것들을 하나하나 뜯어보고 분석하며 나름의 해법을 제시한다.
돌베개. 354쪽. 1만6500원.

▲ 원본 없는 판타지 = 오혜진 등 14명 지음.
2018년 ‘페미니스트 시각으로 읽는 한국 현대문화사’ 강좌에서 이뤄진 10회의 강연을 재구성한 글과 새롭게 더해진 4편의 글을 한데 엮었다. 이 강좌는 2015년 ‘메갈리아 현상’, 2016년 ‘강남역 여성 혐오 살인사건’, 2017년 ‘미투 운동’ 등을 거치면서 더 정교하고 정치적으로 올바르게 페미니스트 노선을 업데이트하기 위해 기획됐다.
책에 실린 14편의 글들은 영화, 미술, 대중잡지, 대중가요, 로맨스 소설, 순정만화, TV 드라마, 동인지, 소셜미디어, 팟캐스트, TV 예능, 디지털 게임 등 온갖 장르와 매체에 걸쳐 당대의 문화적 서사가 페미니즘 문화비평에 어떤 ‘말 걸기’를 시도하는지, 때로 모순되고 상충했던 주체들의 욕망은 각자의 시대적 입지 조건 속에서 어떻게 진화하거나 탈화했는지를 들여다본다.
1부는 그간 한국 근대사에서 충분히 음미된 적이 없고 여전히 해독 불가능한 것으로 남아있는 ‘범상하고도 희귀한 정황들’을 조명한다. 1939년 ‘동성연애’ 살인사건과 식민지 말기의 문학과 영화의 에스닉 크로스 드레싱, 1960~70년대 유흥업과 냉전 시대의 성문화 등이다.
2부는 각종 정치적·문화적 경계가 유연해지던 민주화·자유화 시대를 다룬다. 순정만화, 막장 드라마, 소셜미디어와 디지털 게임 등에서 성별·성 정체성·성적 선호와 관련된 ‘정상성의 범주가 어떻게 재구성되거나 흐트러지는지를 규명한다.
후마니타스. 600쪽. 2만5000원,

▲ 여자는 왜 자신의 성공을 우연이라 말할까 = 밸러리 영 지음, 강성희 옮김.
‘가면 증후군(Imposter Syndrome)’ 전문가인 저자가 여성들이 자기 불신을 극복하고 자신의 능력과 재능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한다.
가면 증후군이란 자신의 능력이나 성취에 대해 의심하고 그것이 ‘사기’로 드러날 것이라는 불안을 갖는 심리 현상을 의미한다. 저자 자신이 가면 증후군 때문에 학문적·직업적 꿈을 포기할 뻔했다.
석사과정 4년 차이던 1982년 논문을 쓰지 못한 채 계속 미루고만 있던 상황에서 ‘유능한 여성들에게 나타나는 가면 현상’이라는 논문을 읽고서는 바로 자신의 이야기라고 느꼈고 주변에 비슷한 생각을 하는 여성이 아주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저자는 그 후 본격적으로 이 주제를 탐구해 매사추세츠대학교에서 교육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수많은 대학과 기업체에서 강연하며 가면 증후군 극복의 전도사 역할을 해내고 있다.
가면 증후군은 남성도 겪을 수 있지만, 여성들을 더 많이 억압하기 때문에 책은 주로 여성의 사례를 다룬다.
저자에 따르면 가면 증후군은 완벽주의자 유형, 타고난 천재 유형, 전문가 유형, 엄격한 개인주의자 유형 슈퍼우먼 유형 등 형성된 이유나 현재 처해 있는 상황에 따라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어떤 유형에 속하는지, 일과 성공을 대하는 태도에는 어떤 형태의 보호 기제가 숨어있는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책은 여성들이 자신의 심리 상태를 좀 더 객관적으로 판단하도록 돕는 질문들을 곳곳에 수록하고 다양한 사례를 통해 각 유형의 사고 패턴을 설명해 각자가 자신의 행동에 쉽게 대입해 볼 수 있도록 했다.
갈매나무. 336쪽. 1만6000원.

▲ 쿠데타, 대재앙, 정보권력 = 데이비드 런시먼 지음. 최이현 옮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정치학과 교수인 저자는 현대 민주주의가 직면한 위협을 다각도로 분석하면서, 21세기 민주주의가 과거처럼 노골적인 국가 전복의 방식으로 무너지리라는 고정관념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간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당선시킨 미국과 유럽경제공동체에서 이탈한 영국을 사례로 들며, 민주주의가 이미 뿌리 내리고 성숙한 선진 민주국가에서 민주주의가 실패할 경우 그 모습은 과거에 우리가 상상하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방식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는 현대 민주주의가 처한 위기를 ‘중년의 위기’에 비유하면서 민주주의의 종말을 세 가지 측면으로 상상한다. 쿠데타가 그 하나이고, 기후 변화·핵전쟁·네트워크 붕괴 등 대재앙이 그 둘째이며, 인간 소외와 민주주의의 왜곡 가능성이 그 셋째이다.
이 같은 민주주의의 대안으로 21세기식 실용주의적 독재체제부터 지식인에 의한 정치인 에피스토크라시, 기술 발전으로 인한 새로운 대안 출현 가능성까지 다각도로 검토한다.
글담출판사. 323쪽. 1만6000원.

▲ 좌절의 기술 = 윌리엄 B. 어빈 지음. 석기용 옮김.
2000년 전, 고대 그리스의 스토아 철학자인 에픽테토스는 “철학을 다루는 것은 ‘삶의 기술’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세네카,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같은 스토아 철학자들도 전쟁과 재난으로 좌절을 겪는 동시대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좌절 극복의 전략을 제시했다.
미국의 라이트 주립대학 철학과 교수인 저자는 처벌을 앞두고도 유머를 발휘한 율리우스 카누스나 평소처럼 담담했던 아그리파누스 같은 위대한 철학자들의 이야기에서 크고 작은 문제에 부딪힌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좌절에 맞선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1세기 스토아 철학의 전략을 21세기 심리학 기법으로 설명해주는 것이다. 회복력 있는 사람들의 비밀은 “인생에서 좌절은 상수이고, 변수는 우리의 태도다”면서 ‘최악의 상황을 미리 상상해본다’, ‘좌절 직후 5초가 중요하다’ 등 삶의 전투력을 키우는 철학적 사고법을 제시한다.
어크로스. 232쪽. 1만4000원.

▲ 일과 사랑의 기술 = 제니퍼 페트리글리에리 지음. 곽성혜 옮김.
일하는 커플들은 일과 사랑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을까? 조직행동학자인 저자는 전문직으로 서로의 커리어를 쌓아가며 일하는 커플들에게 삶에서 세 번의 위기가 찾아온다고 말한다. 그 세 번의 전환기에 겪는 위기와 문제를 제대로 알고 대처하면 일과 사랑 모두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맞벌이 커플이 겪는 위기의 순간을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관한 실질적 방법을 담았다. 저자는 이 책 집필을 위해 5년에 걸쳐 30여 개국 113쌍 커플을 인터뷰했다. 책은 ‘제1전환기: 신혼, 일과 사랑을 통제 불능으로 몰아넣다’, ‘제2전환기: 중년, 혼란과 갈등의 2막을 걷어 올리다’, ‘제3전환기: 노년 낡은 나를 버리고 새로운 나를 찾다’로 구성됐다.
동녘라이프. 336쪽. 1만6000원.

▲ 인간의 척도 = 마르코 말발디 지음, 김지원 옮김
불세출의 천재, 인류 최고 팔방미인, 르네상스 인간 등으로 불리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를 소재로 한 미스터리 역사 소설이다.
르네상스 시대이던 1493년 밀라노 공국을 무대로 궁중에서 다양한 일을 주도하는 다 빈치가 등장한다.
다 빈치는 그림을 그리고 토목공사, 기계 설계, 동상 제작 등 많은 업무를 소화하는데, 부검과 범죄 수사까지 맡아야 할 일이 생긴다. 어느 날 한 남자의 변사체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다 빈치는 인체를 해부할 수 있는 의학적 지식을 지닌 유일한 사람이다. 그는 변사체가 갈비뼈가 조여 질식사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수도원장 등을 심문한다.
다 빈치가 노트에 쓴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를 소설을 풀어가는 도구로 사용한 것도 흥미롭다. 위대한 천재의 생애를 소재로 했지만 때로는 평범하고 유쾌한 캐릭터로 묘사하는 부분도 신선하다.
화학 박사 출신 이탈리아 소설가 마르코 발발디의 장편소설이다. 이공계 박사이면서 범죄 소설을 쓰는 그에게서 다 빈치의 향기가 난다.
그린하우스. 360쪽. 1만5000원.

▲ 오늘의 엄마 = 강진아 지음
3년 전 사고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여주인공은 여전히 그 아픔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그런 상황에서 엄마도 폐암 말기 진단을 받자 상실감이 더 커진다.
언니와 함께 엄마를 간호하는 주인공은 이별이 필연이란 걸 알면서도 현실로 받아들이긴 힘들지만, 조금씩 삶의 본질과 엄마의 존재를 알아나간다.
다수 장·단편 영화를 연출한 강진아의 첫 장편소설이다.
민음사. 292쪽. 1만4000원.

▲ 이수정 이다혜의 범죄영화 프로파일 = 이수정·이다혜·최세희·조영주 지음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박사와 영화 매체 기자가 범죄영화를 매개로 범죄와 여성·아동 등 피해자 문제에 관해 나눈 포털 오디오 서비스용 대담을 책으로 정리했다.
‘범죄를 엔터테인먼트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이나 아동 같은 피해자의 입장에서 범죄 영화를 다룬다’는 취지로 기획된 이 대담은 포털 오디오 서비스 문화·예술 분야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다.
‘가스등’, ‘적과의 동침’, ‘돌로레스 클레이븐’ 등과 같은 영화를 통해서는 가스라이팅이 무엇이고 영화 바깥의 현실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가부장제 속 남편이 어떻게 아내에게서 자기 주도권을 빼앗고 장기간의 폭력을 행사하는지, 그리고 한국의 법이 가정 폭력을 어떻게 다루는지 등을 논의한다.
또 ‘미저리’와 ‘걸캅스’, ‘살인의 추억’ 등을 이야기하면서 스토킹 방지법과 온라인 성범죄 단속을 위한 제한적 함정 수사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사바하’, ‘컴플라이언스’, ‘곡성’ 등을 통해 비판적 사고를 마비시키는 권위와 복종의 문제를 돌아본다.
‘기생충’, ‘숨바꼭질’, ‘조커’ 등의 영화 줄거리를 짚으면서 빈곤 계층과 적대주의의 문제 등 피해자의 시선으로 주변을 둘러보면 더 세심하게 보듬어야 할 사안들이 있음을 함께 깨닫는다.
남녀가 헤어지는 것이 복수 당할 일인 것처럼 왜곡하는 ‘리벤지 포르노’나 성 착취 동영상을 희화화하는 ‘야동’ 같은 잘못된 용어를 바로잡아야 한다거나 성폭력 피해자의 ‘피해자다움’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떨쳐야 한다는 논의도 전개된다.
민음사. 412쪽. 1만8000원.

▲ 나는 성을 가르칩니다 = 조아라 지음.
현직 성교육 강사가 집, 학교, 교도소, 상담실에서 하는 다양한 성교육 현장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저자에 따르면 남학생들은 초등 고학년만 되더라도 ‘잠재적’ 가해자 취급을 받는다면서 성폭력 예방교육 시간을 달갑지 않게 여기고 성교육을 ‘남성 대 여성’의 대결 공간으로 만들기도 한다.
저자는 불필요한 반발심을 줄이고 성폭력을 자기 문제로 받아들이게 하는 방법으로 피해자나 가해자가 아닌 ‘목격자’로 접근하는 교육을 든다. “성폭력은 용서받을 수 없다. 피해자를 돕는 목격자, 폭력을 막는 감시자가 되자”라는 인식이 형성된다면 더 많은 사람이 성폭력을 자기 문제로 받아들일 수 있다.
저자는 학교 성교육이 ‘섹스’를 권하는 듯한 느낌을 줘서도 안된다고 지적한다. 피임만 강조하는 성교육에 아이들은 “임신만 안 하면 그만”이라는 냉소적 반응을 보인다. 차라리 누구와 섹스하면 좋을지, 어디에서 하고 싶은지 등 섹스를 나중 일이 아니라 지금의 문제로 제기한다면 분위기를 진지하게 유도할 수 있다.
청소년 가해자를 상담하는 과정에서는 성폭력 사건을 대하는 부모의 태도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거듭 깨닫게 된다. “우리 애가 잘했다는 건 아니지만”으로 시작하는 가해자 부모의 변명은 아이가 잘못을 인정하는 것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피해자에 대한 왜곡된 분노를 키울 우려가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마티. 192쪽. 1만2000원.

▲ 일급경고 = 최병성 지음.
목사이자 환경운동가인 저자가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면서 당장 조처를 하지 않으면 2018년 4월의 ‘쓰레기 대란’보다 훨씬 더 큰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서울과 경기도·인천시가 사용 중인 수도권 제3 매립지의 수명이 채 5년이 남지 않았지만 새로운 매립지 조성에는 7~10년이 걸린다고 한다. 매립지 수명을 조금이라도 연장하기 위해 환경부와 3개 시·도는 수도권 매립지에 들어오는 생활쓰레기 양을 지자체별로 제한하는 반입총량제 등을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 19 사태로 일회용품과 배달 포장재 등 생활 쓰레기는 더욱 증가하는 추세다.
반입 총량제 시행 이후 3개월 만에 경기도 화성시가 1년 반입 총량을 넘겨 내년에 일정 기간 쓰레기 매립지에 폐기물을 반입하지 못하는 등의 벌칙을 받게 됐고 앞으로도 반입 총량을 지키지 못하는 지자체가 속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저자는 특히 매립지에 반입되는 물량의 50% 가까이 차지하는 건설 폐기물에 주목한다. 다른 한편으로 지금의 추세가 계속될 경우 70년 뒤에는 건설 현장에 쓰일 모래와 자갈 등 골재가 완전히 고갈될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 폐기물 재활용은 쓰레기 처리와 골재 수급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방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건설 폐기물에 유리와 석고보드, 헌 옷 등 다량의 혼합 폐기물이 섞이면 제대로 재활용하기 어려워한다. 또 순환 골재 안에 든 시멘트 독성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철새 떼죽음 등의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건축물 해체 단계에서 철저히 분리 선별하고 건설 폐기물 재활용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건설 폐기물 발생에서 재활용까지 주도면밀한 계획과 실천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상북스. 320쪽. 2만원.

▲ 여보세요, 제가 지금 죽고 싶은데요 = 애나 멜러 페이퍼니 지음, 신승미 옮김.
기자인 저자는 우울증에 시달리던 20대 초반 독극물을 마시고 자살하려다 실패했다. 그 이후 여섯 번 더 목숨을 끊으려고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고 꾸준히 치료를 받았음에도 우울증은 끈질기게 그를 붙잡고 늘어졌다.
어느 순간 그는 생각을 바꿔 기자답게 자신을 평생 괴롭힌 우울증을 정면으로 마주해 그에 관한 모든 것을 알아내기로 결심했다. 이 책은 그 결과물이다.
정신과 의사, 뇌 연구자, 법률 전문가, 그리고 제약 회사와 보험사 관계자들까지 우울증과 관련된 일을 하는 전문가들을 만나 이들이 우울증을 어떻게 보고 다루는지를 취재했다. 또 환자와 그 가족을 만나 그들이 어떤 경험을 했는지를 들었다.
이 모든 작업의 결과로, 또 그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저자는 우울증에 맞서겠다는 환자의 의지와 현대 의학의 힘으로 상태가 나아질 수 있으나 치료 후 인생이 완전히 뒤바뀔 수 있다는 헛된 기대는 금물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평소에는 제대로 일하고 기분이 좋은 날이 많지만, 우울증의 고통은 불쑥불쑥 되살아나고 처음 자살을 기도한 8년 전보다 무엇이 더 나아졌는지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
다만 그동안 만난 많은 사람을 통해 ‘이 망할 놈의 병’이 실제로 존재하며 자신만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바로 그런 나날들이 이 일을 끈기 있게 밀고 나갈 가치가 있다고 느끼게 했다.
저자는 또 이 질병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구조적 실패’가 특히 소수 인종이나 빈곤 계층 등 소외된 사람들의 상태를 악화하고 권리를 옹호할 힘이 가장 약한 사람들에게 가장 큰 피해를 준다는 점을 강조한다.
현암사. 464쪽. 1만8000원.

▲ 민주주의 쇄신 = 네이선 가델스·니콜라스 베르그루엔 지음, 이정화 옮김.
민간 싱크탱크 베르그루엔연구소 공동 창업자인 저자들이 미국과 유럽에 포퓰리즘이 만연하고 아시아의 새로운 강대국으로서 중국이 부상하는 현실을 바라보면서 민주주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혁신과 동시에 붕괴도 함께 일어나는 오늘날과 같은 시대에는 문제를 바로잡을 최종적 해결책이 없으므로 끊임없이 진화하는 상황에 지속적인 혁신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들의 주장이다.
저자들은 현대 민주주의 시대에는 브렉시트 결정과 같은 국민투표나 지나친 포퓰리즘적 참여보다는 새로운 무당파적 중재기관을 설립해 소셜네트워크 참여세력과 및 직접민주주의와 대의정치를 통합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안이라고 강조한다.
캘리포니아주에서 당파적 입법기관이 아닌 시민위원회가 선거구 개편을 수행함으로써 게리맨더링의 폐해를 극복하고 예산에 관해 단순다수결 투표제를 도입함으로써 정치적 교착 상태에서 벗어난 것을 현대적 민주주의 실험의 예로 든다.
저자들은 또 새롭게 생산된 부를 포괄적으로 공유할 때 사회가 지속 가능하며 디지털 자본주의 시대에는 부와 권력의 격차에 대응할 수 있도록 사회 안전망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 특정한 일자리가 아닌 근로자를 보호하는 유연 안전성을 추구하고 부에 대한 세금 징수를 통해 이뤄지는 재분배가 아니라 ‘선분배 정책’을 통해 모든 시민의 자산 자본을 견고하게 확보할 수 있는 기술을 강화할 것을 주문한다.
베이징(北京)에서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만나 5개년 계획과 일대일로 이니셔티브 등에 관해 대담한 저자들은 중국이 미국이 주도하던 세계 경제에서 최고의 지위에 올랐다면서 두 나라가 건설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북스힐. 288쪽. 1만5000원.

▲ 내 권리는 희생하고 싶지 않습니다 = 김지윤 지음.
미국 MIT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방송 진행자로서 널리 이름을 알린 저자가 아산정책연구원 여론분석센터장으로서 다년간 한국 사회의 이슈를 조사하면서 확인한 사회 곳곳의 부조리한 모습을 진단한다.
특히 ‘왜 기득권 세력일수록 더 잘사는 것일까’, ‘왜 사회적 약자의 삶은 나아지지 않는 걸까’, ‘왜 아픈 사람들은 가난한 경우가 더 많을까’와 같은 질문을 던지며 불공평한 현실에 둔감해져 버린 우리의 권리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저자는 여성들에게만 더 잔혹한 노동 구조, 금수저를 넘어 다이아몬드 수저까지 등장한 기득권 세력의 독식, 죽음에 더 많이 노출된 취약 계층, 유독 기울어진 불친절이 뚜렷한 우리 사회에서 국가가 책임져 주겠거니 하며 허망한 기대감에 속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성 문제에 관해서는 여성 단체나 여성학자, 여성 운동가들이 대기업 여성 CEO 비율이니 여성 국회의원 비율 등과 같은 기득권에서의 평등을 강조하는 것은 “솔직히 자신들의 입신양명을 위한 목소리는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고 비판한다.
저자가 보기에 이런 ‘통계상으로 보여주기 좋은 자료’보다 더 중요한 것은 차별과 성희롱으로 인해 마트 창고에서 눈물 흘리는 여성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군 ‘조국 사태’에 관해 저자는 “이 사회의 계급이 사라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은 보수 기득권뿐 아니라 진보 기득권도 마찬가지라는 아픈 진실이 ‘조국 대전’을 통해 이 사회를 강타했다”고 분석한다.
알에이치코리아. 268쪽. 1만6500원.

▲ 소설가의 귓속말 = 이승우 지음
한국 작가 중 노벨문학상 수상 가능성이 큰 몇 작가 중 하나로 꼽히는 소설가 이승우의 문학 에세이다.
스물셋에 등단해 40년 넘게 지독하게 글을 쓰는 작가의 구도 정신이 묻어난다. 정교하고 진지한 글쓰기로 잘 알려진 그의 문학 세계가 진솔한 고백을 통해 드러난다.
그가 무엇으로부터 어떻게 영감을 받는지, 하나의 작가가 어떻게 탄생하는지, 작가와 독자가 지녀야 할 태도는 무엇인지 등을 말한다. 감명을 준 국내외 작품들도 직접 조명하고 해설한다.
문학, 철학, 종교, 역사 등에 대한 통찰과 사랑, 슬픔, 고독 등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을 엿본다.
이승우는 1981년 한국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소설집 ‘모르는 사람들’, 장편 ‘캉탕’, ‘생의 이면’ 등이 있다. 황순원문학상, 동인문학상, 오영수문학상, 현대문학상, 동서문학상, 대산문학상 등을 받았다.
은행나무출판사. 232쪽. 1만3500원.

▲ 눈물은 어떻게 존재하는가 = 문서정 지음
신인급 작가 문서정의 첫 번째 소설집이다. 삶의 상처와 비극, 인간 욕망의 복잡성 등을 다룬 단편 8편이 담겼다.
부산에서 태어난 문서정은 2015년 불교신문 신춘문예에서 단편 ‘밤의 소리’가 당선돼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에스콰이어몽블랑문학상 소설 대상, 천강문학상 소설 대상, 스마트소설박인성문학상을 받았다.
강. 280쪽. 1만4000원.

▲ 나의 9월은 너의 3월 = 구현우 지음
‘어제는 너에 대한 미움으로 잠을 설쳤고/ 오늘은/ 누구에게든/ 미워하는 마음을 먹지 않으려다/ 밤을 샌다’ (시 ‘새벽 네 시’ 일부)
레드벨벳, 슈퍼주니어, 샤이니 등 대형 아이돌 그룹들의 히트곡을 작사한 구현우가 2014년 등단 이후 처음 선보이는 시집이다.
6년간 쓴 시 63편을 엮었다. 만남과 이별에 대한 서정적 감정을 시에 담아 노래했다.
일상 속에서 아름다운 시어를 골라내고 감각적 운율을 추구하려는 감각이 돋보인다. 작사가로는 구태우라는 이름을 쓴다.
문학동네. 176쪽. 1만원.

▲ 시는 휴일도 없이 = 이용임 지음
주변의 익숙한 것들을 기괴하게 이미지화하는 독창적 시 세계를 보인 이용임의 두 번째 시집.
‘빛나는 것들은/ 모두 땅속에 있지//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애인은/ 죽은 애인이라고// 춤추는 일들은/ 모두 지문이 없지// 속이 빈 새들이 날아가는/ 창문은 소경과 귀머거리의 시간’ (시 ‘오수’ 부분)
병들고 아픈 세상을 주시하면서 남다른 감수성으로 상처를 포착해 생경하지만, 인상적인 이미지로 형상화한다.
1976년 경남 마산에서 태어난 시인은 200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 ‘안개주의보’ 등이 있다.
걷는사람. 147쪽. 1만원.

▲ 사랑스러운 푸른 잿빛 밤 = 볼프강 보르헤르트 지음, 박규호 옮김
독일 전후 문학 대표 작가 볼프강 보르헤르트의 ‘전집’을 번역 출간했다.
보르헤르트의 여러 단편소설, 희곡, 시, 에세이를 엮었다. 특히 초기 시 51편을 모두 실었다.
제2차 세계대전 참전에서 경험한 참혹한 인간성 상실과 절망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대산세계문학총서 157번째 시리즈다.
문학과지성사. 644쪽. 2만원.

▲ 범죄의 붉은 실 = 미스터 펫 지음, 이경민 옮김
타이완 추리작가협회상을 받은 본격 범죄 추리소설이다.
표제작과 ‘살의라는 이름의 보고서’를 비롯해 모두 5편 단편이 실렸다.
트릭과 수수께끼가 곳곳에 숨어있지만, 결말은 깔끔하게 마무리된다.
타이완 추리 작가 미스터 펫의 작품이다. 본명은 왕첸밍이다.
엘릭시르. 388쪽. 1만50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