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이성이 어떻게 국가를 바꾸는가/2050 대한민국 미래 보고서/번영의 역설… 외 40권

▲ 개인의 이성이 어떻게 국가를 바꾸는가 = 김용운 지음.

‘이성’이라고 하면, 인문학적 사상만을 기반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성은 수학적 개념인 ‘증명’의 정신이다. 증명은 논리에 있고, 논리는 이성에서 나온다. 이성과 증명의 연결 고리는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를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소크라테스는 증명되지 않은 것을 끊임없이 의심했다.

저자는 서구 사회에 일찍이 자리 잡은 이성이 한국에서는 철학으로 여과돼 정립될 역사적 공간이 없었다고 말한다. 특히 한국사에서 되풀이된 위기와 강대국에 둘러싸인 반도 국가로서 마주해온 정치·외교적 위기의 원인이 우리 민족의 원형에 대한 성찰과 이성적 사유 부족에 있다고 분석한다.

그러면서 이성 교육이 철학, 과학, 수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학문에서 융합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이런 과정을 통해 국민 개개인이 밝은 이성을 갖춘다면 이는 곧 강한 국가로 나아가는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맥스미디어. 380쪽. 2만원.

▲ 2050 대한민국 미래 보고서 = 국회미래연구원·오준호 지음.

우리나라의 미래를 예측하는 데 필요한 11개 분야 55개의 동인을 확인하며 30년 뒤 우리가 도착할 가능성이 있는 미래를 밝힌 보고서다. 이 책은 특정한 미래, 유토피아나 디스토피아를 단정적으로 제시하는 게 아니라 우리 앞에 펼쳐질 수 있는 수많은 미래를 종합적으로 보여준다.

우리가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에서 이 미래들은 ‘가능 미래’이고, 그 가운데 부정적 요인들이 축적돼 등장하는 미래는 ‘위험 미래’다. 그 반대편에는 우리가 바라는 ‘선호 미래’가 있다. 저자는 과학적 예측에 따라 대한민국 미래의 가능성을 제시하며 이를 통해 우리에게 필요한 미래 전략이 무엇인지 설명해준다.

국회미래연구원은 미래 환경의 변화를 예측·분석하고 국가 중장기 발전 전략을 이끌어내 국회의 정책 역량을 강화하고 국가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2018년에 설립됐다.

이학사. 276쪽. 1만6000원.

▲ 번영의 역설 = 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에포사 오조모·캐런 딜론 지음. 이경식 옮김.

1850년대 미국은 오늘날의 앙골라, 몽골, 스리랑카보다 더 가난했지만 지금은 세계 최강국이다. 얼른 믿어지지 않는다. 한국도 빈국에서 부국으로 우뚝 섰다. 1960년 1인당 GDP가 155달러에 불과했지만 2016년에는 2만 7500달러를 기록했다. 문제는 이런 ‘기적’과 같은 극적 전환이 수십 년 전 똑같이 가난했던 나라들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요 저자인 크리스텐슨은 ‘파괴적 혁신’ 이론의 창시자로 30년 가까이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를 지냈다. 1970년대 초에는 당시 아시아의 빈국이었던 한국에서 모르몬교 선교사로 2년 동안 보냈다. 어떤 나라는 빈국에서 부국으로 껑충 뛰는데, 어떤 나라는 왜 가난의 질곡에서 벗어나지 못할까? ‘번영의 역설’ 문제는 수십 년 동안 그를 끈덕지게 따라다녔다.

저자는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나은 곳으로 만들려는 열정”이라고 그 요체를 지목한다. 새로운 시장을 창조해 수익과 일자리, 문화 변화를 이끌어내는 끌어당기기 전략이 번영으로 나아가는 진정한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혁신이 없이는 가난한 나라에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 우물이나 화장실, 학교 등을 무작정 지어봐야 아무런 성과가 없다고 주장한다. 즉, ‘파괴적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부키. 472쪽. 1만9800원.

▲ 귤의 맛 = 조남주 지음

페미니즘을 표방한 소설 ‘82년생 김지영’으로 인기를 얻으며 논쟁적 작가로 떠오른 조남주가 이번엔 청소년 소설로 돌아왔다.

사춘기에 접어든 청소년들의 우정과 사랑, 고민을 다룬 ‘귤의 맛’이다.

10대들의 고민과 불안감, 고독감 등을 그리지만 작가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여성들의 이야기다. 친하면서도 질투하고 의지하면서도 서로 상처받고 불안해하는 소녀들의 심리를 드러낸다.

방송작가 경력을 살려 청소년들을 직접 인터뷰하고 취재해 요즘 10대 소녀들의 말투나 행동 같은 세밀한 디테일을 살렸다고 한다.

소설은 중학교 영화 동아리에서 만난 네 명의 단짝 친구 소녀들이 고등학교에 함께 입학하기까지 성장기를 다룬다.

항상 붙어 다니는 이들은 중학교 3학년을 앞두고 ‘감귤의 땅’ 제주도로 여행을 떠난다. 그곳에서 이들은 한 가지 약속을 하고 타임캡슐에 넣어 묻는다. 이 약속과 네 소녀가 현재 겪는 어려움과 아픔은 관련이 있다.

단짝과 멀어진 아쉬움과 상처, 아픈 동생 때문에 힘들다고 하지 못하는 답답함, 가족 간 갈등과 가정의 경제난, 또래 집단에서 따돌림당했던 기억 등으로 네 명의 어린 여성들은 아파하며 연대한다. 전통적 가부장 구조가 아직 해체되지 않은 가정과 사회에서 남성들은 소통이 잘 안 되는 존재로 그려진다.

조남주는 작가의 말에서 “내가 쓰는 이야기는 딸로부터 시작되거나 딸에게서 완성된다”고 말했다.

문학동네. 208쪽. 1만1500원.

▲ 천년 고찰 이야기 = 최종걸 지음

전국 각지의 명승대찰 이야기가 꽃을 피운다.

부처님 진신사리가 봉안된 종갓집 통도사부터 마라난타 스님이 백제에 불법을 전한 불갑사, 국내 최초로 대웅전에 ‘큰 법당’이라는 한글 편액이 걸린 봉선사까지. 80여곳에 달하는 사찰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머릿속에는 언젠가 주어질지 모를 여행 계획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최근 출간된 ‘천년 고찰 이야기’는 저자 최종걸이 5년간 전국 사찰을 직접 찾아다니며 남긴 순례기다. 절마다 간직해온 역사와 무수한 사연 속에 읽을거리가 제법이다. 저자는 일주문에 들어서며 마주하는 편액에서 사찰 출생의 비밀을 떠올리고, 유구한 역사를 탐구해간다.

그의 순례는 대한불교조계종 소속 사찰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25개 교구 본사와 지역별 관음사찰 33곳이 집필 대상이 됐다. 절마다 흥미로운 창건설화가 있는 만큼 독자가 마음 내키는 대로 원하는 사찰부터 골라 읽으면 좋을 듯싶다.

저자는 연합뉴스, 연합인포맥스에서 기자 생활을 한 언론인이다. 천직이라 생각했던 곳에서 뜻하지 않은 때 떠나게 됐는데, 마침 봉은사의 월간 사보인 ‘판전(板殿)’에 교구 본사의 창건 설화를 써보라는 스님의 권유로 사찰 순례에 입문했다.

그의 집필은 관음성지 33곳까지 이어지게 됐고, 현재 몸담은 일간지 주필로 일하는 동안 쓴 칼럼으로 순례기 원고를 마련했다고 한다.

“책에 소개되는 산과 절 몇몇 개는 이미 독자 여러분이 한 번쯤 다녀온 곳일 수도 있다. 불교와 사찰이야기가 대부분이지만 한권으로 엮어내면 산행의 즐거움을 더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저자가 불가와 인연을 맺은 것은 입대를 앞둔 대학생 때 일이라고 한다. 외가의 작은 할아버지가 스님으로 있던 전남 해남 미황사에서 잠시 쉬었다 가라는 어머니의 전화 한 통이 그 연을 시작한 계기가 됐다.

절에 있으며 담았던 스님의 독경 소리, 남북평화 통일을 바라는 발원은 친동생의 출가를 보는 것으로 이어졌다.

저자는 이제 자신이 천년 고찰을 세상에 알리는 책을 쓰게 됐다며 불가와 맺은 인연의 소중함을 다시한번 새겼다.

다우출판. 432쪽. 2만4000원.

▲ 위대한 치유자, 나무의 일생 = 강판권 지음.

나무가 좋아 나무에 빠진 저자는 20년 넘게 나무와 더불어 살아왔다. 불안한 젊은 날의 상처를 딛고 일어서게 해준 나무가 좋아 그 벗이 됐고 ‘나무인간’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그는 ‘나무와의 인연(樹緣)’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만남으로 생각한다.

계명대 사학과 교수이자 나무 인문학자인 저자는 “말도 못하고 움직일 수도 없는 나무들이 안고 있는 상처를 들여다보면서 어떻게 고통을 이겨냈으며, 그렇게 자신의 삶을 지켜올 수 있었는지 궁금했다”고 집필 배경을 밝힌다.

책에는 모두 31그루의 나무가 등장한다. 일본이 원산지라고 오해를 받는 왕벚나무, ‘물’ 때문에 사람들에게 수난을 당하는 고로쇠나무, 벼락을 맞아 몸이 두 쪽으로 갈라진 팽나무, 수시로 가지가 잘려 나가는 음나무, 송충이들의 공격을 받아 남편을 잃은 소나무 등 저자가 가까이서 또는 멀리서 관찰하고 소통한 삶의 친구 같은 나무들이다. 나무들의 나이와 신분도 천차만별이란다. 30살의 뽕나무부터 1000살의 산수유까지 다종다양하다.

두앤북. 272쪽. 1만5000원.

▲ 풀의 향기 = 알랭 코르뱅 지음. 이선민 옮김.

저자는 근대사와 미시사를 전문 분야로 삼고 있는 프랑스의 역사학자다. 그는 인간의 감각과 욕망, 시간, 공간 인식, 감수성, 유혹 등의 다양한 주제를 다룬 연구 업적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이 저서는 제목 그대로 풀에 관한 이야기이다. 빅토르 위고, 에밀 졸라 등 대문호들과 조르주 쇠라, 앙투안 셍트뢰유 등 유명 화가들의 작품을 통해 과거부터 오늘날까지 인류가 풀을 바라보며 어떻게 느껴왔는지 보여준다. 풀에 대한 애정과 호감, 풀이 주는 편안함과 욕망과 같은 다양한 감정을 다룬다.

저자는 풀잎 하나에서, 혹은 풀이 무성하게 자란 모습에서, 그리고 잡초의 모습에서 왠지 모를 익숙한 감각들을 이끌어냈다. 초원을 달리거나 풀밭을 뒹구는 어린아이가 느끼는 기쁨, 풀밭에서 식사를 마친 뒤 편하게 즐기는 한낮의 여유로움, 베어낸 풀에서 나는 향기, 수풀 속 작은 세계에서 들려오는 윙윙거림뿐 아니라 묘지 위로 가지런히 자란 잔디가 주는 평온함까지 태초부터 이어져 온 풀과 함께한 감각들이 다채롭다.

돌배나무. 288쪽. 1만6000원.

▲ 털 없는 원숭이 = 데즈먼드 모리스 지음. 김석희 옮김.

동물행동학의 권위자인 저자는 1967년에 이 책을 펴내 논란을 일으켰다.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준 가장 큰 이유가 인간을 마치 동물학의 연구 대상인 일개 동물 종으로 다뤘다는 점이었다. 호모 사피엔스에 대한 저자의 독특한 표현은 대중과 언론을 사로잡았으나 또 한편으로 세계의 일부 지역에서 책들이 판매 금지됐고, 교회는 이 책을 몰수해 불태우기까지 했다.

이 책은 28개국어로 번역돼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됐다. 명저 ‘이기적 유전자’, ‘사피엔스’ 등도 이 대중 과학서가 출발점이 됐다. 출간 50주년 기념판인 이번 책에서 인간의 기원과 섹스, 아이 기르기, 탐험, 싸움, 먹기, 몸 손질, 다른 동물과의 관계 등의 행동과 문화적 의미를 통해 인간의 몸속에 숨겨진 본능적인 동물의 파일을 다시 엿볼 수 있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이화여대 최재천 석좌교수가 저자와 나눈 50주년 특별대담 전문이 실려 있다. 최 교수는 “출간 당시에는 심리학 영역을 침범한다는 견제를 받았지만, 50년이 흐른 지금에도 모리스의 관찰과 분석은 흔들림이 없다’고 말한다.

문예춘추사. 344쪽. 1만8000원.

▲ 호모커넥투스 = 최민자 지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단계에 돌입하면서 지구촌 전체가 공포의 나락에 속절없이 빠져들고 있다.

14세기의 유럽 흑사병(페스트)이 그랬듯이 감염병은 인류사에 깊숙이 침투해 지정학적 역학관계를 변화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해왔다.

비대면 업무와 재택근무 증가, 온라인 수업 확산, 온라인 쇼핑 급증으로 디지털화 추세는 가속화할 것이고, 이에 따라 초연결사회 진화 또한 가속화하리라는 전망이 무성하다.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최민자 교수는 신간 ‘호모커넥투스’를 통해 “초연결사회의 출현은 만물초지능 통신혁명으로 파생되는 수확 가속화로 우리의 생활 방식과 사회·경제 시스템이 총체적으로 혁신되는 호모커넥투스 시대로의 대전환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최 교수가 말하는 신조어 ‘호모커넥투스(HOMO-CONNECTUS)’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응하는 인간의 새로운 정체성을 뜻하며, 그 바탕은 초연결·초융합·초지능이다. 다시 말해 사람과 사물, 공간 등이 상호 연결된 초연결사회의 인간을 호모커넥투스라고 할 수 있다.

호모커넥투스는 인간과 세계의 초연결성이 가시적 세계만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양자 세계와 그보다 더 근본적인 데로 이어진 우주의 근원적 양태로, 하나와 전체가 불가분의 전체성 속에 이어져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저자는 사람-사람, 사람-만물, 만물-만물이 상호 연결된 초연결 세계의 운동원리로서 창조, 융합, 연결, 확장을 이해하는 것은 다가온 ‘호모커넥투스 시대’를 살아가는 뉴노멀(새로운 기준)의 초지혜, 자유의지의 평화적 확장 가능성을 열어준다고 말한다.

하지만 호모커넥투스는 연결돼 있으나 고독하다. 왜 그럴까? 이유는 외적·기술적 존재성을 넘어 ‘내적 자아’의 연결로 이어지지 못하기 때문이란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연금술적 공생’을 향한 공감적 감수성이 발휘되기 위해서는 우리가 본래 호모커넥투스, 즉 ‘초연결의 인간’이라는 사실을 자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번 책은 호모커넥투스를 외적·기술적 존재성을 넘어 ‘연금술적 공생’을 도모하는 주체로 다룬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더불어 과학을 통한 영성으로의 접근과 영성을 통한 과학으로의 접근이라는 상호 피드백 과정을 통해 호모커넥투스의 정체성에 대한 명료한 인식과 함께 공감의 신문명을 여는 추동력을 제공한다.

홀로그램 우주와 동시성의 원리를 동양의 영적 지혜와 접합시킴으로써 미시세계와 거시세계가 상호 대응하는 관계라는 점도 밝힌다. 더불어 영성(眞如)과 물성(生滅)이 동시에 나타나는 참자아(一心)의 이중성을, 파동인 동시에 입자로 나타나는 양자계의 역설적 존재성과 연결지음으로써 현대 물리학의 아킬레스건인 입자-파동의 이중성을 이해하는 단초를 제공한다.

저자의 설명처럼, 보이지 않는 양자 세계는 양자물리학의 미시세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 자신의 ‘참자아’의 세계이며 ‘내적 자아’의 영역이다. 다른 물질과 마찬가지로 특정 주파수대의 에너지 진동에 지나지 않는 육체는 내면의 하늘로 통하는 영적인 세계로의 관문일 뿐이다.

그 내면의 하늘은 우주 생명력으로 충만해 있으며, ‘보이는 우주’가 형성돼 나오는 ‘보이지 않는 우주’라는 것. 저자는 “일체의 현상은 오직 의식의 작용일 뿐이다. 거시세계와 미시세계는 상호 조응해 있으며 지구 유기체는 지구의 물리·화학적 환경을 변화시키는 살아 있는 생명 실체”라고 언급한다.

이는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공생이라는 고리로 상호 연결돼 있으며 그러한 공생 진화가 없었다면 생명체는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유기체와 환경은 경쟁과 협력, 창조와 상호 적응을 통해 공진화(共進化)한다”는 생물학자 린 마굴리스의 공생 진화 이론을 떠올리게 한다.

도서출판 모시는사람들. 560쪽. 3만원.

▲ 페스트 제국의 탄생 = 신규환 지음.

19∼20세기 동아시아에서 발생한 페스트 팬더믹(세계적 대유행)을 계기로 서구 열강과 동아시아 각국이 의학 분야 헤게모니를 장악하기 위해 의과학 지식을 어떻게 구축하고 그 지식이 국가 건설과 방역체계 수립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본다.

당시 중국 윈난에서 시작된 페스트는 홍콩을 거쳐 대만, 일본, 만주, 러시아까지 번졌고 미국에도 영향을 미쳤다. 페스트로 인한 사망자는 홍콩과 광둥에서만 수만 명에 달했다.

책은 당시 동아시아 각국은 페스트 방역 대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근대국가 건설에 나섰고, 서구 열강은 페스트 의학지식의 정립을 통해 제국 의학의 권위와 의학적 헤게모니를 강화하고자 했다고 말한다.

역사공간. 336쪽. 1만8000원.

▲ 한국 정원 기행 = 김종길 지음

인문여행가 김종길이 한국의 옛 정원을 인문학적 시각으로 탐구하고 쓴 책이다.

구체적이면서도 활용도가 높은 정원 여행법을 제시한 것이 특징이다.

동선을 따라가며 정원의 특징과 공간을 이해할 수 있게 했고, 정원을 만든 사람을 소개하고, 그의 사상과 당시 시대상이 어떻게 정원에 반영됐는지 알려준다. 후손들의 정원 유지법도 살펴본다.

우리 정원 보는 방법을 별도로 소개해 현장에 가지 않아도 사진과 글로 정원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조선 시대 3대 민간 정원부터 별서·주택·별당의 정원까지 옛 정원 40여곳의 풍취를 사진과 글로 담았다.

미래의창, 328쪽, 1만7000원.

▲ 역사학의 역사 = 영국사학회 엮음

영국사학회 소속 필자 15명이 영국사를 중심으로 20세기 역사학의 성과를 돌아보고, 21세기 역사학의 발전 방향을 전망한다.

책은 영국혁명, 명예혁명, 산업혁명 등을 재검토하며 시작한다. 이후 대서양사와 이민사, 정치가에 대한 평가 변화, 영국식 외교의 특성, 대중혁명보다 고급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하이 폴리틱스(High Politics), 페미니즘과 남성사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영국사에 관심 있는 이들의 길잡이 역할을 하는 입문서다.

아카넷. 444쪽. 2만원.

▲ 돼지-그 생태와 문화의 역사 = 리처드 루트위치 지음. 윤철희 옮김.

번식력 좋고, 세상 어디에나 있고, 영리하고, 적응력 좋고, 쓰레기를 먹어 고품질 단백질로 탈바꿈시킬 수 있는 돼지는 신석기시대 이후로 우리 인간의 동반자가 됐다. 야생에서 나와 인간 쓰레기더미 주위를 돌아다니다 스스로 가축이 된 것이다. 오늘날엔 몸집이 소형화돼 인간의 애완동물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저자는 선사시대의 ‘지옥에서 온 돼지’에서 ‘얌전한 육돈’으로 이어지는 진화과정과 생리, 습성을 다양한 사례를 곁들여 설명해나간다. 저자는 “대규모 시장에 돼지고기를 공급하는 방식은 문제가 크다”며 돼지가 얼마나 놀라운 동물인지, 그리고 현행 공장식 축산 방식을 개선할 방법이 없는지 제언한다.

연암서가. 228쪽. 2만원.

▲ 권오상의 워코노미 = 권오상 지음.

전사(戰史)를 들여다보면 그럴듯한 정치적 혹은 종교적 명분의 이면에 경제적 탐욕이 중요 동기로 작용한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전쟁과 경제는 서로 긴밀한 영향을 주고받는다. 전쟁은 단기적으로 경제에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제를 망가뜨린다.

40여 년 동안 군사와 전쟁에 관심을 가져온 저자는 공학, 수학, 과학, 경제, 역사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에 기반한 통섭적 관점에서 전사를 들여다보고 거기에서 전쟁과 경제의 관계를 35가지의 이야기들로 냉철하게 읽어낸다.

플래닛미디어. 264쪽. 1만8000원.

▲ 용기의 정치학 = 슬라보예 지젝 지음. 박준형 옮김.

정치철학자인 저자는 우리의 힘이 진정한 변화로 이어지지 못하는 원인을 사회에 만연한 ‘거짓 희망’에서 찾는다. 해결되지 않은 채 심해지는 위협적 문제들 속에서도 ‘그래도 심하게 나쁘지는 않다’, ‘아직 기존 질서에 희망이 있다’고 안온한 분석을 내놓는 시대 의식이 사회의 진정한 변화를 가로막고 있다고 경고한다.

저자는 21세기 정치 지형부터 경제·종교·정치적 올바름 운동까지 두루 살펴보며 거짓 희망이 어떻게 사회에 퍼져 있으며, 이 문제를 넘어 진정한 변화로 나아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탐구한다.

다산북스. 444쪽. 2만2000원.

▲ 내 아이 해석법 = 권현희·김상연 지음.

자본주의 4.0, 디지털 혁명 시대다. 고전 명리학이 출발한 천여 년 전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됐다. 이 책은 사주 명리학을 도구로 아이의 타고난 성격과 진로 적성을 파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부모와 아이의 사주를 알고 나면 아이에게 맞는 ‘맞춤 양육과 공부 스타일’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상연 저자는 20여 년 전부터 사주 명리학으로 진로 상담을 하고 있는 명리학자다. 이 책은 그의 명리학 이론을 기본 줄기로 삼았다. 여기에 두 딸을 키운 권현희 저자의 교육 체험기를 곁들였다. 책은 명리학 기본 이론을 설명하는 ‘공부편’과 교육 에세이로 읽을 수 있는 ‘적용편’으로 구성돼 있다.

비비트리북스. 316쪽. 1만5000원.

▲ 당신의 질문에 전생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 박진여 지음.

나는 누구일까? 무엇을 위해 태어났을까? 왜 이렇게 살고 있을까? 저자는 상대방의 전생 정보를 읽어낸 뒤 현생과의 연관성을 풀어 설명해주는 전생 리딩 상담가다. 그는 지난 20년 동안 CEO부터 정치가, 학자, 의사 등 다양한 분야의 내담자를 만나 전생 상담을 해왔다.

저자는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현재 우리가 경험하는 일상의 모든 문제는 전생의 행위와 연결돼 있다고 말한다. 책은 다양한 사례를 통해 문제 이면에 있는 고통의 원인을 설명하고 올바른 삶의 방향을 안내한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누구이며, 왜 사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이해와 성찰로 이끈다.

김영사. 276쪽. 1만4500원.

▲ 그녀, 클로이 = 마르크 레비 지음, 이원희 옮김

프랑스의 베스트셀러 작가 마르크 레비가 내놓은 열아홉번째 장편소설이다.

‘저스트 라이크 헤븐’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레비 특유의 휴먼 드라마가 펼쳐진다.

뉴욕을 무대로 한 로맨틱 코미디지만 가볍지만은 않다. ‘다름’을 화두로 편견과 혐오 없는 세상을 꿈꾸는 작가의 문학 정신이 드러난다.

맨해튼 도심에 있는 고풍스러운 붉은 벽돌 아파트 맨 꼭대기 층에 사는 주인공 클로이. 그는 사고로 양발과 다리 일부를 잃고 휠체어에 의지해야 하나 자립심과 용기가 남다른 여성이다.

이 아파트엔 뉴욕 전체에 53대밖에 남지 않은 수동 엘리베이터가 있다. 39년 전 미국으로 이민 온 디팍은 이 엘리베이터를 낮에 조종하는 승무원이다. 어느 날 야간 담당 승무원이 사고로 쉬게 되자 야간 운행이 중단된다.

이 무렵 디팍 아내의 조카이자 인도 스타트업 기업 대표인 산지가 투자자를 찾으러 뉴욕에 도착해 고모의 집에 묵는다. 산지는 낮에는 투자자를 만나고 밤에는 고모부의 부탁으로 엘리베이터 임시 승무원을 맡게 된다.

클로이와 산지는 우연한 만남을 통해 서서히 가까워진다. 장애를 가진 미국 여성과 야심 찬 인도 기업인 남성. 잘 어울리지 않을 듯한 조합이지만 소설은 이들의 로맨스를 통해 사랑의 다양한 단면을 보여준다. 

작가정신. 344쪽. 1만4000원.

▲ 열두 켤레의 여자 = 김이은 지음

하이힐 전문 매장 ‘쏠라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통해 사랑과 욕망의 이면을 그려낸다.

한 번에 예약 손님 한 명만 받은 이 매장을 방문한 네 명의 여성과 가게 주인의 대화, 이들이 선택하는 구두를 통해 다양한 애욕의 모습을 보여준다.

신혼 시절 부부 관계를 되찾은 40대 직장 여성은 파티용 실내 하이힐을 고르고, 가스라이팅을 일삼는 남자 친구와 헤어지려는 20대 피아노 강사는 섹시하고 높은 하이힐을 원한다.

매장 주인은 마음에 꼭 드는 구두를 골라주는 전문가이면서 심리 상담가이자 치료사이기도 하다. 불편하고 비실용적이지만 오직 아름다움만을 위한 구두를 고르는 여자들에게 구두는 공감과 응원의 상징이다.

나무옆의자. 176쪽. 1만1000원.

▲ 백두산의 눈물 = 최규창 지음

제2회 시선작품상을 받은 시집이다.

한국기독교문인협회 명예이사장인 최규창 시인이 오랜만에 내놓은 작품이기도 하다. 자연과 세월, 신앙과 구도 등을 소재로 인생을 노래한다.

시인 정공량은 작품 해설에서 “기독교인으로 종교적 실천의 사랑을 시에 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규창은 1982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해 시집 ‘어둠 이후’, ‘영산강비가’, 시론집 ‘사랑의 시학’ 등을 펴냈다. 노산문학상, 한국기독교문학상, 기독교문화대상 등을 받았다.

언어의집. 119쪽. 1만원.

▲ 어셴든, 영국 정보부 요원 = 서머싯 몸 지음, 이민아 옮김

순문학의 대가로 평가받은 영국 문호 서머싯 몸이 남긴 스파이 소설이다.

작가가 제1차 세계 대전 당시 실제 스파이 활동을 했던 경험을 토대로 썼다. 첩보 소설의 원조로 꼽히는 고전이다.

원래 쓴 첩보 소설은 30편 정도였으나 공공기밀법 위반 우려가 있다는 윈스턴 처칠의 조언에 따라 절반가량을 폐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열린책들 세계문학 251번째 시리즈다. 

열린책들. 416쪽. 1만3800원.

▲ 다시보는 임진왜란 = 양성현 지음.

임진왜란과 당시 의병들, 일등공신 서애(西厓) 류성룡(1542∼1607)의 행적 등을 서술하면서 서애의 ‘징비록’(懲毖錄)을 비판하고, 그 이면의 이야기를 찾아 보여주는 책이다.

저자는 임진왜란이 충분히 대비할 수 있었던 전쟁이었지만 당시 임금인 선조의 무능, 집권 세력인 동인의 잘못된 정세 판단, 일본에 대한 무지, 전쟁 대비를 주장한 서인에 대한 탄압과 숙청으로 조선이 전란에 휩싸이게 됐다고 주장한다. 특히 ‘징비록’을 전쟁을 막지 못한 당사자의 전쟁보고서쯤으로 평가 절하한다.

이어 임진왜란 발발 조짐을 미리 간파하고 준비한 호남 의병의 주축, 송천 양응정(1519∼1581)을 중심으로 임진왜란 이전의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 전한다.

저자는 “이 무책임한 전쟁에서 책임자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오히려 책임져야 할 그들이 ‘전쟁을 극복한 영웅’으로 둔갑했다. 이를 바로잡고 올바른 의병의 역사관을 갖도록 하기 위해 이 책을 냈다”고 밝혔다.

책공장. 483쪽. 2만원.

▲ 자본주의 문명의 정치경제 = 조홍식 지음

27년간 자본주의와 유럽을 연구해온 조홍식 숭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신간으로 자본주의에 관한 기존의 학술적 논의를 자신의 시각을 담아 소개한다.

저자는 자본주의가 경제체제일 뿐만 아니라 정치와 사회, 문화를 포괄하는 문명이라면서 문자는 생각의 축적을 가능하게 했고, 화폐는 축적의 가능성을 무한대로 늘려놓았다고 주장한다.

이어 자본주의는 개인주의와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형성되지만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조직과 국가이며, 시장이나 국가가 없는 자본주의는 존재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책은 ‘자본주의의 정신’을 말한 베버, 슘페터, 브로델 등 사회와 문화를 포함한 총체적 현상으로서 자본주의에 접근한 학자들의 전통을 잇는다.

서강대학교출판부. 512쪽. 3만6000원.

▲ 16편의 자화상 = 조지 버나드 쇼 지음. 정명진 옮김.

아일랜드 극작가 겸 소설가로 1925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조지 버나드 쇼(1856∼1950)의 유일한 자서전이다. 버나드 쇼는 평생 80여종의 책을 냈지만 자전적 글은 매우 드물었다. 자신을 드러내는 일에 인색했던 쇼는 1939년 전기 작가들을 위해 ‘쇼, 자신을 폭로하다’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썼다. 세상을 떠나기 1년 전 이를 수정해 다시 출간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쇼는 자서전의 두 번째 장인 ‘이 책을 위한 변명’에서 자신에게 일어난 사건은 모두 책과 희곡 형식으로 내놓았고, 자신의 일상은 모든 사람의 일상과 아주 똑같다고 말한다.

책에는 어머니와 친척들에 관한 이야기부터 더블린에서의 직장 생활, 소설가로서 실패하고 비평가로서 성공한 이야기 등이 담겼다. 또 아일랜드를 떠나 영국 런던에 정착한 후 사회주의에 눈을 뜨고 자신을 대중 연설가로 다듬어 나가는 과정 등이 그려진다.

부글. 284쪽. 1만5000원.

▲ 패션 플래닛 = 나타샤 슬리 지음. 신시아 키틀러 그림. 전하림 옮김.

그림을 통해 세계 각국 100년 패션 역사를 한눈에 읽는다.

미니스커트, 한복 등 지역과 역사적 배경, 시대상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는 옷들을 감각적 일러스트와 함께 살펴본다. 연대표와 액세서리 변천사도 함께 실었다.

보물창고. 72쪽. 2만6000원.

▲ 이중섭 = 이재승 공은혜 글. 이다혜 그림.

이재승 서울대 국어교육과 교수가 기획한 ‘이야기 교과서 인물’ 시리즈 신작이다. 국민 화가로 불리는 이중섭의 생애와 업적, 작품 세계를 담았다.

시공주니어. 144쪽. 1만원.

▲ 약탈기사 로드리고와 꼬마둥이 = 미하엘 엔데·빌란트 프로인트 글. 레기나 켄 그림. 김인순 옮김.

‘모모’의 작가 엔데가 남긴 미완성 원고를 독일에서 주목받는 아동문학 작가가 마무리했다.

두려움을 모르는 철부지 꼬마와 전설의 약탈 기사 로드리고가 함께하는 환상적인 모험이 펼쳐진다.

주니어김영사. 232쪽. 1만3800원.

▲ 아리야 내 마음을 알아줘 = 신배화 글. 박현주 그림.

병아리를 키우게 된 어린이들의 호기심 가득한 마음과 생명의 가치, 친구의 소중함 등을 그렸다.

따뜻한 글과 예쁜 그림이 잘 어우러진다.

별숲. 88쪽. 1만1500원.

▲ 허튼 생각 = 브리타 테켄트럽 지음. 김서정 옮김.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 작가가 펴낸 질문 그림책이다. 부제는 ‘살아간다는 건 뭘까’.

아이들에게 철학적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답을 찾아가게 함으로써 생각하는 능력을 키운다.

길벗어린이. 184쪽. 1만8000원.

▲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 나태주 지음. 윤문영 그림.

풀꽃 시인이 어린이들을 위해 쓴 동시들을 엮었다.

열여섯 살 때 처음 시를 써본 지 60주년을 맞은 걸 기념해 쓴 신작들을 감각적 일러스트와 함께 모았다.

톡. 200쪽. 1만3500원.

▲ 팬데믹과 문명 = 김명자 지음.

학계와 행정부, 국회에서 과학기술 및 환경정책을 다뤄온 저자가 코로나 19 사태와 관련한 쟁점들을 정리했다.

먼저 이번 사태를 초래한 ‘코비드-19’의 이모저모와 원인 바이러스인 ‘사스-코브-2’ 바이러스의 정체를 현재 알려진 범위 내에서 밝히고 기존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과는 어떻게 다른지를 설명한다.

이어 코비드-19 진단기법의 종류와 차이에서 치료제의 재창출 전략과 백신 개발의 현황과 한계, 그리고 앞으로 우려되는 바이러스의 역습에 대한 전망과 대응, 바이오무기 개발 중단의 필요성과 보건안보에서 국제적 협력의 중요성에 이르기까지 다각적인 관점에서 조망한다.

고대로부터 천연두, 페스트, 콜레라, 스페인 독감, 에이즈 등 감염병이 시대와 지역을 불문하고 경제, 사회, 정치, 문화 등 모든 분야에 미친 막대한 영향도 살펴본다.

또 인류의 산업문명이 지구 생태계를 빠르게 변화시킴으로써 기존의 지질시대와는 구분되는 ‘인류세’를 초래하게 됐고 그에 따른 기후변화와 과도한 개발 등 인간 활동이 야생동식물의 서식지를 파괴해 병원체의 확산을 촉진하기에 이르렀음을 지적한다.

결국 기술혁신은 현재 인류 사회가 직면한 글로벌 리스크, 즉 기후변화, 환경오염, 생태계 파괴, 자원위기, 보건안보, 빈부 격차 등 요인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때 지속가능한 발전이 담보될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까치. 402쪽. 2만2000원.

▲ 코로나 사피엔스 = 최재천 외 지음

코로나 19 사태로 인해 초래된 인류의 삶은 예전과 전혀 다르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코로나 사피엔스’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생태, 경제, 사회, 정치, 심리 등 각기 다른 분야를 전공한 석학들이 방송사의 기획으로 코로나 19가 우리 삶과 세계에 가져올 변화와 기회에 대해 심층 진단한 내용을 책으로 엮었다.

경제학자인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코로나 19를 두고 수요, 공급, 소비가 한꺼번에 붕괴하는 ‘미증유의 사태’라고 규정하면서 이 일로 인해 성장은 수단일 뿐이며 지금은 국민을 안전하게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자각하게 됐다고 지적한다.

생태학자인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는 이 같은 바이러스는 결국 인간이 자연 생태계를 침범하면서 시작된 것이라고 분석한다. 그러면서 근본적인 대책으로 ‘화학 백신이 아닌 ‘생태 백신’, 즉 자연과 인간의 거리 두기와 ‘행동 백신’, 즉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대안 체제 연구로 이름난 홍기빈 칼폴라니경제연구소장은 지난 40년간 지구적 자본주의 문명을 떠받들어온 4가지 기둥, 즉 산업의 지구화, 생활의 도시화, 가치의 금융화, 환경의 시장화가 무너졌다면서 “코로나 19 사태 이후 문명 전체가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바뀔 수 있다”고 진단한다.

이 밖에 최재붕 성균관대 서비스융합디자인학과 교수, 김누리 독일 유럽연구센터 소장,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등이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본 코로나 19 사태의 의미와 전망에 관해 기술한다.

인플루엔셜. 200쪽. 1만5000원.

▲ 포스트 코로나 사회 = 김수련 외 지음.

간호사, 의사, 교수, 수의사, 페미니스트 운동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전문가 12명이 각자의 입장에서 코로나 19 사태의 의미를 성찰한다.

김수련 간호사는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차출돼 코로나 최전선인 대구의 중환자실에서 환자들과 함께 벌인 사투에 관해 이야기한다. 이만큼의 방어가 가능했던 것은 의료진, 특히 24시간 방호복 속에서 환자 곁을 지킨 간호사들의 혹사와 헌신 덕분이었음을, 그러나 인력을 보강하고 처우를 개선하고 제도를 정비하지 않는 한 그러한 희생만으로 다시 올 감염병에 대비할 수 없음을 현장의 기록으로 일깨운다.

우석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는 국내 첫 사망자가 나온 청도대남병원의 정신장애인에서부터 요양시설의 노인, 이태원 클럽의 성소수자, 구로 콜센터와 택배회사의 노동자를 비롯해 기울어진 세계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코로나바이러스가 어떤 현실로 들이닥치는지를, 또 그들의 삶과 죽음이 전 인류의 운명과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를 그려낸다.

종교 연구가인 백소영 강남대학교 초빙교수는 신천지교회를 비롯한 일부 교회의 비이성적 존재 방식을 비판하는 기존의 논의를 넘어 사람과 신,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을 ‘다시 연결’하는 종교의 힘, 자발적 나눔과 연결감의 회복에 주목한다.

김창엽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서문에서 “감염병을 생물학적인 사안 위주로 이해하면 약자에게 ‘좋은’ 미래는 막막하다”면서 “지금 우리에게 더 급하게 필요한 것은 ‘어떤 변화가 어떻게 가능할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 곧 정치적 지식인지도 모른다”고 썼다.

글항아리. 284쪽. 1만5000원.

▲ 수사 = 샤를로테 링크 지금, 강명순 옮김

독일에서 ‘스릴러 여왕’으로 불리는 샤를로테 링크의 범죄 심리 스릴러 소설이다.

영국 북부 항구도시를 무대로 몇 년에 걸쳐 계속되는 아동 연쇄 실종 사건을 다룬다.

동일범의 소행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들 사건의 공통점은 열네 살짜리 소녀가 피해자라는 사실이다.

4년 전 기차를 놓치고 행방불명된 캐스웰을 시작으로 1년 전 실종됐다가 고원지대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모리스, 주차장에 세운 차에서 엄마를 기다리다 사라진 골즈비끼지 모두 14세 소녀다.

언론은 미진한 수사를 비판하고 경찰은 비상이 걸린다. 헤일 반장과 비공식 파트너인 런빌은 사건 해결에 매진하지만 좀처럼 단서를 잡지 못한다. 이 와중에 14세 소녀 알라디가 또 흔적도 없이 사라지면서 긴장감이 고조된다.

소설은 초인적인 수사관이 사건을 멋지게 해결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평범하고 허점과 상처 많은 보통 사람들이 갈등을 겪으며 범죄 해결에 분투하는 과정을 그린다. 특히 뛰어난 심리 묘사를 활용해 몰입감을 높인다.

범죄를 통해 인간의 욕망과 이기심, 주변에 대한 무관심과 증오 등을 드러내고 예상치 못한 반전으로 독자들을 몰고 간다.

링크는 독일에서만 3000만 부가 넘는 소설 판매고를 기록하고 세계 30여개국에 작품이 출간된 유명 작가다. 

밝은세상. 600쪽. 1만7800원.

▲ 환환상점 = 저우야오핑 지음, 류희정 옮김

구불구불 좁은 골목길 끝에 크지 않은 상점이 있다. 여러 가지 물건이 있는데, 이상한 건 가격표가 붙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곳에선 작고 싼 물건을 크고 비싼 물건으로 바꿔 갈 수도 있다. 이곳을 방문하는 손님들은 서로 이야기를 공유하고 자신에게 필요 없는 물건을 그것이 꼭 필요한 사람의 물건과 교환하기도 한다.

나의 경험과 비밀이 다른 이에게는 인생의 어려움을 풀어갈 소중한 실마리가 되기도 하고, 타인의 추억이 나에게 큰 위로가 되기도 한다. 방법은 책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주인공 저루이는 가게를 둘러보던 중 손으로 만든 것처럼 엉성한 책을 한 권 발견한다. 가게 주인이 말한다. “너도 그 책에 네 이야기를 남겨 보렴. 그럼 너도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볼 수 있단다.”
대만 아동문학가인 저우야오핑이 쓴 장편소설이다. 

다림. 176쪽. 1만1000원.

▲ 신이 되기는 어렵다 =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러시아 공상과학소설(SF)을 대표하는 스트루가츠키 형제의 초기 대표 작품이다.

아르카디와 보리스 스트루가츠키가 1964년 출간한 장편소설로 현대문학에서 기획한 ‘스트루가츠키 형제 걸작선’ 두 번째 시리즈다.

당대 공산주의 작가답게 이상적 공산주의가 완성된 22세기 미래가 배경이다. 봉건사회 체제 외계 행성에 파견된 지구의 역사 연구원이 역사의 자연스러운 진보를 방해할 수 없어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못하는 상황을 그렸다.

우월한 존재라고 ‘신’이 될 수는 없다는 한계를 말한 셈이다. 

현대문학. 372쪽. 1만4000원.

▲ 고양이를 읽는 시간 = 글 보경스님, 그림 권윤주.

보경스님이 냈던 ‘어느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의 속편이다. 전편이 산중 스님과 야생 고양이가 만난 겨울 이야기라면 속편은 ‘냥이’와 여름을 보낸 이야기다. 고양이를 볼 때마다 ‘읽는다’는 마음으로 대한 스님이 관찰자의 위치에서 바라보고 적은 글들이다. 고양이와 함께하며 생긴 책임감은 뜻밖에도 스님의 삶에 충실한 열망을 불러왔다고 한다. 냥이를 만나 이후 시간을 안배해 살아야 하는 문제로 고민하지만, 냥이를 돌본 공덕의 산물이라면 그 기쁨을 마다하지 않겠다고 한다.

보경스님은 송광사 현호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뒤 선방에서 10년을 살았다. 서울 종로구 법련사에서 12년간 주지 소임을 했다. 평생 1만권의 독서를 하겠다는 꿈을 품은 스님은 ‘사는 즐거움’, ‘이야기숲을 거닐다’, ‘수선사 연구’ 등 많은 책을 냈다.

불광출판사. 264쪽. 1만6000원.

▲ 이단 OUT = 탁지일 지음.

부산장신대학교 탁지일 교수가 낸 ‘이단 핵심 파일’이다. 과거 이단에 빠진 괴한의 습격으로 부친을 잃은 뒤로 이단을 알리는 데 적극적으로 앞장서 온 저자는 책에서 이단의 핵심 교리와 트렌드를 깊이 있게 살펴본다.

저자가 CBS에서 진행한 강의를 정리했으며, 꼭 알아야 할 핵심 주제를 10강에 걸쳐 다뤘다.

그는 코로나 19 사태 속에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의 거짓말이 매일 드러나며 분노가 커졌다면서도 “교회 스스로가 신천지와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분노는 언제든지 부메랑이 돼 교회를 향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저자는 월간 ‘현대종교’ 이사장 겸 편집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두란노. 196쪽. 1만원.

▲ 모든 것은 기도에서 시작됩니다 = 세인트 테레사 지음. 이해인 수녀 옮김.

2016년 성인으로 시성된 테레사 수녀의 묵상집이다. 1999년 국내 첫 출간 이후 50쇄 이상 판매되며 꾸준히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개정판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서문과 틱낫한, 지미 카터 등 13인의 추천사가 수록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서문에서 테레사 수녀가 세상을 향해 베푼 자비는 ‘모든 어둠을 밝히는 빛’이었다고 말하며 “어려운 시기일수록 그녀가 사람들에게 건넨 미소를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전달하자”고 강조한다.

판미동. 212쪽. 1만3800원.

▲ 완전하지도, 끝나지도 않았다 = 가와카미 시로 외 지음, 한승동 옮김

2018년 10월과 11월, 한국 대법원은 의미 있는 판결을 내렸다. 일제 강점기 때 일본 기업이 조선인을 강제 동원해 공장에서 가혹한 노동을 시킨 문제에 대해 가해 기업인 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이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라는 판결이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이 문제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며, 이는 “국제법에 비춰 있을 수 없는 판결”이라고 한국 정부와 대법원을 비난했다. 나아가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전략물자 수출 간소화 대상 국가 목록)에서 배제하는 등의 수출 제재 조치로 보복했다.

이렇듯 오늘날 한일 갈등의 이면에는 강제 동원 문제가 있었다. 일본의 주장과 달리 이 문제는 끝나지 않았다. 일본 정부가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스스로 인정한 적이 없고, 피해자들에게 사죄한 적도 없기 때문이다.

양국의 대립이 팽팽한 가운데 의미 있는 단행본이 출간됐다. 일본 변호사 6명이 자국 정부의 주장을 반박한 책 ‘완전하지도, 끝나지도 않았다’가 그것이다. 한일 양국을 통틀어 대중을 대상으로 징용배상 재판 관련 이슈를 쉽고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첫 저서여서 의미가 적잖다.

저자는 가와카미 시로, 김창호, 아오키 유카, 야마모토 세이타, 은용기, 장계만 씨 등 일본인과 재일교포 변호사들이다. 이들은 관련 재판과 한일 청구권협정 관련 이슈 17개를 중심으로 일본 정부의 억지 주장과 오류를 논리적으로 지적한다. 그러면서 이 문제가 국가 간의 정치적 이슈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강제 동원 문제는 보편적 인권의 문제이며, 양국이 이런 인식을 공유할 때 비로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1965년 한일기본조약과 함께 체결된 청구권협정부터 살펴야 한다. 한일 간의 논쟁은 기본적으로 당시 협정문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당시 청구권협정에는 ‘완전하고도 최종적인 해결’이나 ‘어떠한 주장도 할 수 없는 것으로 한다’는 구절이 분명히 있다. 일본 정부는 이를 근거로 한국 정부와 국민은 더 이상 일본에 식민지배 피해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청구권협정을 맺으면서 한국에 제공한 무상 3억 달러, 유상 2억 달러로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고 본다.

저자들은 이 주장이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힌다. 일본은 회담 내내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한 적이 없으며, 5억 달러 또한 피해 보상 명목으로 제공된 게 아니라고 말한다. 법리적으로 한국이 일본에 책임을 물을 권리가 소멸했다고 해석하더라도 이는 국가가 자국민을 대신해 상대국에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는 ‘외교보호권’이 소멸됐다는 사실을 의미할 뿐, 개인의 배상청구권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을 한일 양국의 법원 판결문, 협정문 등의 객관적 자료를 통해 밝힌다.

일본 정부도 2000년 무렵까지만 해도 이같이 해석했다. 하지만 이후 자국에 불리한 재판 결과가 잇따르자 돌연 말을 바꿔 청구권협정으로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 권리가 소멸됐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이런 사실을 시간순으로 정리하며 일본 측의 주장이 얼마나 자의적이고 오류투성이인지를 증명한다.

이번 책이 일방적으로 일본 정부만 비판하는 게 아니다. 경제협력자금을 얻기 위해 졸속으로 협정을 맺고, 피해자들의 구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한국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의 인권을 구제하지 못한 측면에서 한일 양국 모두 자유로울 수 없다고 주장한다.

저자들은 한일 양국 정부의 책임 소재를 넘어 강제 동원 문제를 해결키 위한 실질적 해결 방안도 내놓는다. 나치 독일의 만행으로 피해를 본 사람들에게 독일 정부와 기업이 인도적 목적으로 자금을 모아 보상한 ‘기억·책임·미래’ 기금의 사례, 일본에서 니시마쓰건설이 기금을 창설해 중국인 강제 연행 문제를 해결한 사례 등을 제시하며 이번 문제도 이런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요컨대, 강제 동원 문제는 국가 간의 정치적 이해관계로 접근해서는 안 되는 보편적 인권의 문제라고 재차 강조한다.

가와카미 시로 변호사는 저자들을 대표해 쓴 서문에서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가혹한 피해를 당한 사람들이 소녀 시절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구제받지 못한 채 방치돼 왔다는 사실이다”며 “오늘날 한일 정부와 일본 기업에 요구되고 있는 것은 그 사실을 인정하고 성실하게 대처하면서, 이들과 같은 피해를 받은 수많은 강제 동원 피해자들을 구제하기 위해 서로 협력하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메디치미디어. 368쪽.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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