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규 대전시민대학 유머달인 강사

[금강일보] 남의 약점은 유머의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자신의 약점은 훌륭한 유머 소재다.

원로배우 전원주 씨는 “앉으나 서나 키가 같은 전원주입니다”라고 자기를 소개해 웃음을 자아낸다. 자기의 최대 약점 중 하나인 작은 키를 자기소개의 소재로 삼고 있는 것이다. 캐나다 수상 튀뤼도는 말 더듬는 약점이 공격을 받자 이를 받아들이면서 “제 머리를 말이 따라가지 못해 죄송합니다. 그래도 말이 한 박자 늦다 보니 한 입으로 두 말하는 경우는 없답니다”라고 역공(?)을 펴 상황을 뒤집었다. 링컨은 ‘두 얼굴의 이중인격자’라는 공격에 대해 “두 얼굴이라면 내가 왜 이렇게 못생긴 얼굴을 들고 나다니겠습니까?”라는 유머로 되돌려줬다. 등소평은 자신의 약점인 작은 키에 대해 기자들이 지적을 하자 “제가 살아남은 것은 키 덕분입니다. 키가 작아서 총알이 피해갔답니다”라는 유머로, 레이건 대통령 후보자는 ‘경륜은 있을지 몰라도 고령이어서 어떻게 대통령을 하겠느냐’라고 공격하는 젊은 상대 후보에게 “나는 나이가 젊기 때문에 경륜이 없어 대통령을 못 한다고 보지 않습니다”고 되돌려줌으로써 오히려 국민의 호응을 얻었다. 또 미국 제17대 대통령 후보인 앤드류 존슨은 선거 과정에서 초등학교도 나오지 못했다며 학력을 공격하는 상대방에게 “저는 집이 가난해 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재단기술을 배워 저의 가족의 생계를 해결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도 초등학교는 안 나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라는 한마디로 약점을 반전시켰다. 수의사 출신으로 공직선거에 나온 한 후보에게 집요하게 “동물이나 치료하지 무슨 의원이냐”라고 공격하자 그는 이런 유머로 이를 거뜬히 넘어섰다. “맞습니다. 제가 수의사입니다만 후보님께서는 어디가 좀 불편하신 것 같은 데 제가 좀 봐드릴까요?”

이처럼 내 약점을 내 스스로 인정하면서 당당하게 유머로 대응할 때 오히려 약점은 강점으로 바뀐다. 그러나 남의 약점을 내 유머의 소재로 삼다가는 소위 웃자고 한 말이 죽자고 싸우는 일로 바뀔 수 있으므로 절대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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