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상품 젖거나 쓰러져 다칠까 노심초사
일각선 기상 악화 때 작업중지권 보장해야 주장

[금강일보 김정섭 기자] 역대 최장의 장마에다 태풍을 머금은 계속된 폭우까지 겹치며 전국 곳곳이 물난리를 겪고 있는 가운데 배달노동자의 안전 문제 등이 새삼 부상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에 더해 기상 악화 시 배달은 늘 수밖에 없지만 그들은 주야장천 폭우를 뚫고 달려야만 하기 때문이다. 악조건 속에 혹여 배달상품이 비에 젖을까, 빗길에 미끄러져 다칠까 노심초사하며 배달 전선을 지키는 이들을 위해 일각에선 기상 악화 때 만이라도 작업중지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악천 후 때는 시민들이 집안에 머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끼니를 떼우기 위한 배달음식 주문이 늘기 마련이다. 이럴 때 더 힘이 드는 가장 큰 이유는 기상 악화로 속도를 내기 어렵지만 속도전을 요구받아서다. 배달이 늦어져 고객이 주문을 취소할 경우 배달대행업체는 음식업체에게 해당 금액을 배상하도록 하는 게 관행이기 때문이다.

대전의 한 배달대행업체 관계자는 “도로에 빗물이 가득차 바닥이 미끄러움에도 불구하고 배달이 늦다고 취소하는 경우가 잦아 위험을 무릅쓰고 달릴 수밖에 없다”며 “주문 취소 시 그만큼 일감이 떨어지고 건당 받는 돈도 차감되니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한숨 쉬었다.

생계를 위한 일이라지만 그들에게 안전문제는 중요하다.

배달일을 하는 김 모(28) 씨는 “얼마 전 비가 많이 왔을 때 골목을 진입하던 순간 미끄러지는 바람에 음식이 모두 바닥에 나뒹굴었다. 다행히 헬멧 등 보호장구를 착용한 덕분에 크게 다치진 않았지만 음식 값을 전부 물어주고 고객에게 ‘죄송하다’고 연신 고개를 숙여야만 했다”며 “비가 오는 날이면 바닥이 미끄럽고 움푹 파여 있는 곳이 많아 사고 위험이 커 배달을 피하고 싶지만 악천후 속에서 배달 주문량이 급증해 어쩔수 없이 나간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선 기상 악화 때만이라도 작업중지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이륜차 음식배달 종사자 보호를 위한 안전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폭우·폭설 등 악천후에는 배달 지역 거리를 제한할 수 있으며 폭우 등으로 가시 거리가 100m 이내로 좁아진 경우 매장과 1.5㎞ 이상 떨어진 지역의 배달 주문은 거부할 수 있지만 법적 규제가 아닌 권고인 탓에 업체들의 반응은 무관심에 가깝다.

배달노동자 A 모 씨는 “대형배달업체도, 배달대행업체도 배달노동자들을 근로자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으며 배달중단을 요구할 수 있는 법적 조항이 없어 무리하게 배달을 강행하고 있다”며 “업체들의 수익도 좋지만 배달원들의 안전을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와관련 민주노총 대전지역본부 관계자는 “근로 중 안전이 우선돼야하는 만큼 폭우, 폭설 등 악천후 시 업체와 배달 노동자들 사이에서 협의를 통해 휴업 또는 일정 임금 지급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배달 노동자들 역시 수익보다 안전을 중요시해 배달 업무 도중 교통법규를 준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정섭 기자 toyp1001@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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