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 후 대전 노숙인 증가 추세
외국인 노동자들도 노숙 대열 합류
기본소득 지급 등 사회안전망 시급

[금강일보 김정섭 기자] #1. A 모(50) 씨는 노숙생활을 한지 얼마 안 된 신참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가진 걸 모두 잃은 뒤 노숙인이 됐기 때문이다. 가족과 생이별한 그에게 지금 희망 따윈 없다. 작은 음식점을 운영했던 그에게 코로나19는 20여년 전 우리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세운 IMF사태와 다름없다

. A 씨는 “코로나19가 터진 뒤 손님은 뚝 끊기고 대출 독촉장만 쌓였다. 마음은 급하고 조금이라도 만회할 요량으로 또다시 대출을 받아 다른 일에 손을 댔는데 상황만 더 악화됐다”며 “나 때문에 가족들이 고통스러워한다고 느낀 순간 집을 나와 지금은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다. 가족 이야기는 그만 하고 싶다”고 손사래를 쳤다.

#2. 몽골 출신 볼뜨(42) 씨는 코리안 드림을 품고 지난 1월 대전에 도착해 반도체 공장에서 일했다. 그러나 하늘도 무심하게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이 창궐했고 다니던 공장이 문을 닫았다. 지인의 소개로 건설업 일용직으로 일하며 다시 희망의 싹을 키웠지만 일감을 손에 쥐지 못하고 결국 이역만리에서 노숙인이 됐다. 갈 곳도 없고 고국으로 돌아갈 방도는 더욱 없던 그에게 선택 따위는 없었다.

볼뜨 씨는 “말도 통하지 않고 문화도 다른 나라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현재 같은 처지의 몽골인들과 함께 노숙을 하고 있다. 현실이 너무 힘들다”고 고통스러워했다.

코로나19 사태가 긴 터널에 진입하면서 경제난이 가중되고 있다. 고통의 시간 속에서 어렵사리 견디고 있지만 낙오된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 ‘코로나19 노숙인’들이다. 대전 지역만 하더라도 노숙인들이 증가 추세인데 코로나19 영향이 적잖은 것으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심지어 볼뜨 씨의 경우처럼 외국인 노동자들도 동가식서가숙(東家食西家宿) 대열에 합류 중이다.

대전에서 노숙인을 위해 봉사하고 있는 사회복지사 김진숙(55·여) 씨는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생계 압박, 경제적·정신적 무력감에 절벽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특히 위협받고 있는 이들은 중장년층”이라며 “영세상인, 자영업자 등의 삶이 점점 쇠약해지면서 자신이 선택한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외국인 노동자 문제도 심각하다. 대전이주·외국인 노동자센터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실직한 외국인 노동자가 일자리를 다시 구할 수 없어 생활고에 시달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최근에는 경기도에서 일자리를 잃은 외국인 노동자가 마지막 임금을 본국의 가족에 보내고 노숙 생활을 전전하다 생활고에 지쳐 범죄를 저지르는 등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이를 타개할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본소득 지급 등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는 당부가 나온다. 벧엘의 집 원용철 목사는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적 타격을 받은 소시민들이 노숙자가 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고용 말고 다른 방도가 없는 지금, 사회 구성원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한다면 최소한의 삶을 누릴 수 있는 물질적 토대가 마련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에게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해선 위험과 위기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효율적인 복지계획이 수립돼야 한다”고 훈수했다.

김정섭 기자 toyp1001@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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