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 코로나 낙인, 죄인 취급
코로나 장기화에 완치자도 ‘눈치’
[금강일보 신성룡 기자]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확진자와 시민 간 ‘눈치 보기’가 또다시 심화되고 있다.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 사태에도 ‘확진자 기피’ 현상이 있었지만 코로나19는 이와 달리 그 기세가 언제 꺾일지 모른다는 점에서 문제는 심각하다.
완치자에 의한 재감염 사례는 아직 한 건도 보고되지 않았지만 완치자들은 이 같은 ‘집단혐오’의 그늘 속에서 사회 복귀를 미루거나 대인기피증을 앓는 등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일단 코로나19에 감염되기만 하면 죄인 취급하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꽂혀 확진자들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확진자 가족 역시 단지 코로나19 확진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힘든 경우가 많다면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대전의 한 확진자는 “나 때문에 회사와 관련 업체들이 폐쇄되고 코로나 때문에 기피 장소가 돼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며 “코로나로 인해 가족들까지 어려움에 처하게 한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고 호소했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선 확진자와 관련해 도를 넘은 비난이 쇄도한다. 대전 중구에 거주하는 주부 이 모(38) 씨는 “살짝 몸살기운이 있어 집안 식구들 때문에 마스크를 끼고 있었는데 만약 코로나19에 걸리게 되면 동네카페에 여러 글이 올라올 생각하니 더 무서웠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시 거세지면서 코로나 환자를 둘러싼 주변 갈등이 곳곳에서 커지고 있다. 지나친 ‘낙인찍기’와 따돌림이 사회적 갈등을 쌓는 데다 감염의심 환자들을 위축시켜 음성화하는 등 역효과가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코로나 확진자 중 입원 치료를 거부하고 탈출을 시도하거나 실제로 병원 탈출을 감행하는 이례적인 경우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또 검사 대상자이면서도 지역사회에 숨어 들어가 행방을 알 수 없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이는 대구 신천지나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과 데자뷰라는 평가다. 당시 초기에도 확진자들이 특정 종교에 대한 과도한 비판이나 클럽·주점을 다녀간 게 곧 동성애자라는 낙인 효과로 이어질까봐 보건당국의 연락이나 진단검사를 기피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진자도 피해자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의료계 관계자는 “확진자에 대해 비난을 가하면 이들이 더욱 검사를 기피하게 돼 최악의 깜깜이 전파가 일어날 수 있다”며 “확진자와 가족에 대한 마녀사냥식 인신공격이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신성룡 기자 dragon@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