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접촉 면회마저 금지 가족들 발동동
추석 다가오면서 노인들도 시름
[금강일보 김정섭 기자] 요양병원을 오가는 문이 또다시 굳게 닫힌 지 열흘이 지났다. 코로나19가 무서운 기세로 재확산하자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에 대한 비접촉 면회마저 무기한 중단된 것인데 반복되는 생이별에 보호자도, 노인들도 애끓고 있다. 어수선한 상황이기는 하지만 추석 명절이 다가오는 시점이어서 면회 중단이 장기화되면 어쩌나 그들은 오늘도 가슴을 졸인다.
박영규(63·대전 중구) 씨는 “비대면 면회 당시 중증환자인 어머니께서 저를 보고 눈물을 흘리셨던 모습이 생생하다”며 “이번에는 비대면 면회마저 금지돼 어머니 임종을 지켜보지 못하는 불효를 범할까봐 걱정된다”고 탄식했다.
김지숙(40·대전 서구) 씨는 “요양병원이 집과 불과 10분 거리도 되지 않은 곳에 있는데 어머님을 뵙지 못 하고 있다. 가끔 간병인이 어머님 사진을 보내주는데 사진을 볼 때 마다 이전보다 살도 많이 빠지시고 기운도 없어보여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코로나19 상황을 모르는 어머님이 혹여나 자식한테 버림받았다는 생각을 하실까봐 걱정된다”고 큰 숨을 쉬었다.
차츰 다가오는 추석 명절은 야속하기만 하다. 노인들에게 한 해 한 해 보내는 명절은 남달라서다.
대전 서구 도마동 한 요양병원 관리자 이진숙(54·여) 씨는 “우리병원은 시설 문제 등으로 비접촉 면회조차 안 됐다. 그 만큼 노인들이 자식들 얼굴 본지 오래됐다는 말이다. 더욱이 추석까지 다가오니 어르신들의 스트레스가 높아져 가는 게 사실이다. 한 어르신은 ‘자식들이 나를 버렸다’고 말씀하시면서 매일 눈물로 지새우고 계신다”며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진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가 어르신들이나 가족들에게 도움을 드릴 수 없어 죄송스럽고 할 말이 없다”고 씁씁해했다.
대전 중구 문화동 한 요양병원 원장 정석철 씨는 “환자 대부분이 코로나19가 무엇인지 모르시는데 갑자기 가족들의 왕래가 끊어지자 어르신들이 공허해 하신다”며 “건강 상태를 체크하기 위해 찾아뵈면 모든 어르신들께서 ‘가족들 보고싶다’, ‘우리 애들 언제 오나’, ‘애들 보고 떠나야 되는데...’ 하는 식으로 말씀하신다. ‘가족들 꼭 올 거예요. 같이 기다려봐요’라고 거짓말로 어르신을 달래는 내 자신이 너무 밉고 힘들다”고 울먹였다.
김정섭 기자 toyp1001@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