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단체로, 게이머 헤쳐 모여
의료계, “N차 감염 언제든지 가능”

[금강일보 김정섭 기자] 코로나19 감염 위험성이 높아지며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시민들이 제한된 실내 활동을 대신해 소모임을 갖고 있다. 실내 집단운동시설 이용자들은 산으로, 게이머들은 PC방 대신 고사양 컴퓨터가 있는 숙박시설로 모여드는 식이다. 자칫 코로나19 확산의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현상이다.

8일 오전 7시 30분 경 대전 중구 부사동 인근에서 족히 20명이 넘는 등산객들이 대형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단체 등산을 위해서다.

박 모(59·중구 대흥동) 씨는 “코로나19가 심해져서 다니고 있던 휘트니스 센터가 문을 닫아버렸다. 운동을 못 하고 집에만 있으려니 좀이 쑤시고 답답해 운동할 거리를 찾다가 등산 모임이 있어 나오게 됐다”며 “등산의 경우 사람들이 거리를 두며 다니고 실내보단 안전한 것 같아 선택했다”고 말했다.

A 모(53·여) 씨도 “코로나19로 인해 이용하는 시설이 다 닫고 집에만 있으려고 하니 답답하고 우울해지는 것 같아 등산회에 가입했다”며 “마스크를 착용하고 사람들과 2m 이상 거리를 두고 간다면 단체 산행도 아무 문제가 없을 것 같다”고 안심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인해 고위험시설로 분류된 PC방이 문을 닫자 게이머들은 고사양 컴퓨터가 설치돼 있는 모텔, 이른바 PC텔로 모이고 있다. B 모(23) 씨는 “집에서는 사양 문제로 게임이 원활하지 않아 지인 여러 명과 함께 자주 PC텔을 이용하고 있다”며 “비용을 나누면 경제적이고 PC방보다 환경도 쾌척해 마음에 든다”고 흡족해했다.

대전 유성구 한 모텔 업주는 “PC방 운영이 중단되고 나서부터 이달 PC룸 예약이 꽉 찼는데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예약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며 “PC룸의 경우 컴퓨터 8대가 설치돼 있는데 이용하는 사람이 없어 처분하려다가 갑자기 손님들이 몰려 때 아닌 횡재를 만난 기분”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단체 산행과 PC텔 등이 코로나19에 안전하냐는 데 있다.

전문가들은 시민들이 코로나19에 대해 스스로 주의한다고 하더라도 한명의 이기적인 행동으로 인해 질병이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대전 한 대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등산의 경우 격한 운동이어서 숨을 몰아 쉬는 과정에서 비말이 타인의 비강부위에 옮겨질 수 있으므로 위험하다”며 “요즘 가족 간 감염이 자주 발생할 만큼 어디서든 위험성이 존재한다. 조심하고 모임을 줄인다고 해도 언제든지 ‘n차 감염’이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김정섭 기자 toyp1001@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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