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희 충남농업기술원 구기자연구소

[금강일보] 얼마 전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구기자연구소에서는 충남대학교 남명수 교수(동물자원과학부), 김기광 교수(생화학과) 연구팀과 함께 구기자 엑기스 추출이 잘되고 기능성분 함량이 높은 ‘화수’ 품종 농축액 1~3%를 가미한 숙성 치즈 시제품에 대한 시식회를 연 적이 있다. 연구팀이 개발한 치즈는 자연 발효한 아시아고 치즈라 그런지 풍미가 깊고 맛이 좋아 기호도가 높았다.

앞서 구기자연구소와 충남대 연구팀은 구기자 ‘화수’ 품종의 추출물을 이용한 효능 연구에서 근육 분화 촉진 기능, 콜레스테롤 합성 효소의 발현억제 기능이 있음을 증명하였다. 또한 염증반응 시 발생하는 사이토카인(iNOS, IL-1β and TNF-α)의 양을 조절하여 염증반응을 적절한 수준으로 조절하는 항염증 효과도 확인하였다. 이러한 구기자 추출물이 3% 가미된 숙성 치즈를 급여한 실험용 쥐를 트레드밀로 운동량 측정 시험한 결과 운동능력(지구력)이 뚜렷하게 향상되었음을 확인하였다.

구기자는 예부터 우리 주변에 자생하는 열매였고 어쩌다 선홍색으로 예쁜 열매가 먹음직스러워 따먹어보고 그 떫은맛에 이내 뱉어버렸던 경험은 중년을 넘은 사람이라면 누구나의 기억 속에 추억으로 가지고 있을 것이다. 좋은 약은 입에 쓰다는 옛말이 있다. 정말 그런가 보다. 구기자 열매에는 베타인(betaine)을 비롯한 필수 아미노산이 다양하게 들어있으며 비타민C의 함량 또한 오렌지보다 월등하게 높고 비타민A도 매우 많이 들어있다.

또한 떫은맛을 내는 타닌(tannin)을 비롯한 다양한 페놀 화합물을 함유하고 있어 그야말로 종합 영양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진시황이 즐겨 마시던 3대 불로 처방인 오노환동환(五老還童丸), 칠보미발단(七寶美髮丹), 연령고본환(年齡固本丸)에 구기자는 어김없이 사용되었다. 이번 연구가 비록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이었지만 이렇게 좋은 구기자를 먹었으니 지구력이 향상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이번 연구결과로 미루어 볼 때, 구기자와 치즈를 조합한 식품이 시판된다면 성인들 뿐 아니라 성장기에 있는 어린이와 시험공부에 지친 청소년의 체력 향상에도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어느 마케팅 전문가는 구기자 열매를 토핑한 ‘구기자 피자’를 만들면 히트를 치지 않을까라고 나에게 조언한 적이 있다. 국민건강증진과 구기자 소비시장을 확대시킬 수 있는 일거양득의 만남이지 않은가. 역시 마케팅 전문가라 사람들의 마음과 시장의 흐름을 제대로 알고 있는 것 같다. 그 얘기를 듣고 생각해보니 ‘구기자 빙수’도 가능하지 않을까? 좀 더 깊게 고민해보면 다양한 쓰임새가 있을 것 같다.

구기자는 열매가 작고 수분함량이 많아 수확하여 건조하는 데 많은 노력이 소요된다. 그렇게 건조한다고 해도 건포도처럼 맛있지도 않다. 하지만 기능성을 더욱 높이고 소비자가 손쉽게 먹을 수 있는 식품들을 다양하게 만든다면 소비자와 농민 모두가 즐거운 세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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