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인력·사회 인식 부족 등 ‘산너머 산’
치매 가족, 경제적·심리적 고통 여전

[금강일보 김정섭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대선 공약으로 치매 국가책임제를 내걸었다. 치매 문제를 개별 가정 차원이 아닌 국가 돌봄 차원으로 해결하겠다는 게 골자다. 환자 자신 뿐만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 고통받는 심각한 질환이라는 문제의식에서 등판한 치매 국가책임제의 어깨는 무겁고 기대 또한 큰 게 사실이다.

문제는 일정 부분 도움을 주곤 있지만 갈 길은 여전히 멀어보인다는 점이다. 치매환자가 갈수록 늘고 있는 상황에서 환자 케어를 위한 전문 인력이 부족할 뿐더러 사회 인식 마저 신통찮은 등 넘어야 할 벽이 높다. 치매극복의 날(9월 21일)을 맞은 우리의 현실을 다시금 돌아보게 되는 이유다.

무엇보다 전문 인력 부족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 대전치매안심센터 관계자는 “각 구에 치매안심센터가 있지만 전문 인력이 부족해 치매환자를 케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업무 자체가 수월하지 않은 특성상 인력 모집에 어려운 점이 있다”며 “특히 치매관련 지역 인프라가 온전히 갖춰지지 않은 현실에서 어쩔 수 없이 적은 인력으로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사회 인식 부족도 짐이다.

한국치매예방협회 대전지부 관계자는 “국가책임제가 운영되고 있지만 치매관련 문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치매는 조기 발견과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제반 정책이 치매 발병 이후에 집중돼 사각지대가 보인다”며 “치매 예방 중심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단순놀이, 취미활동 등 노인 대상 인지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하는데 전문 인력이 부족한데다 치매에 대한 사회 인식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치매 국가책임제 시행으로 가족들의 수고를 조금이나마 덜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고통의 크기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치매를 앓는 어머니와 함께 사는 김미정(45·여·대전 동구) 씨는 “어머니가 집에 돌아오지 않는 아찔한 경험을 했다. 생업이 있어 오롯이 어머니를 돌볼 수 없는 현실에서 어렵사리 치매안심센터를 얼마간 이용했는데 이런 저런 이유로 어머니께서 센터 가시길 완고하게 거부하시는 통에 고민도 많고 너무 힘들다”며 “정부가 치매노인과 가족을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하는데 나로서 무엇이 달라진 것인지 피부에 잘 와 닿지 않는다. 나 역시 치매센터의 효용성에 대해 의구심이 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대전에서 치매센터를 운영하는 김 모(59·여) 씨는 “지역 내 치매환자를 돌볼 수 있는 시설이 부족하다. 정작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 시설을 찾지 못 하는 경우도 있다. 버스정류장 가까운 곳에 있어야 노인들이 찾아오기 수월한데 그런 측면에서 접근성도 떨어진다”며 “상황이 이렇다보니 치매환자 가족들은 홀로 돌봄하는 경우가 많은데 경제적으로, 심리적으로 힘들어한다. 요양보호사가 방문한다하더라도 2~3시간이 전부라 환자 가족들의 부담이 크다. 치매환자를 돌볼 수 있는 시설을 확대하고 환자와 그 가족들에 대한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김정섭 기자 toyp1001@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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