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 리조트·골프장 등 이미 예약 몰려
“정부 방침 무시한 이기적인 행동” 비판

[금강일보 김정섭 기자] <속보>=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이례적으로 추석 연휴 고향 방문 자제를 당부하고 있는 가운데 적잖은 시민들이 고향 대신 호텔, 골프장 등 ‘추캉스(추석+바캉스)’ 갈 채비를 하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불거지고 있다. 귀성 대신 추캉스에 대한 핀잔이라기 보다는 코로나19 확대 위험 요인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호소를 무색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본보 9월 21일자 5면 보도>

22일 호텔관광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 우려에도 불구하고 추석 연휴 기간 중 호텔 및 골프장 예약은 이미 꽉 찬 상태다.

직장인 정 모(40·대전 서구) 씨는 “추석에 고향에 가지 않기로 결정했다. 부모님도 오지 않는 것을 원하신다. 집에 가지 않는 대신 연휴기간에 근교 호텔에서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예정”이라며 “마스크 착용, 방역지침 등 코로나19 예방에 신경 쓰면서 안전하게 다녀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 모(64·대전 중구) 씨도 “다른 지역에서 생활하고 있는 자식들에게 이번 추석에는 내려오지 말고 각자 집에서 간소화해 차례를 지내라고 당부했다”며 “나도 차례를 모시고 아내와 리조트를 1박 예약해 골프 치러 가기로 했다. 골프의 경우 사람과의 접촉이 별로 없으니 크게 걱정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정 씨와 박 씨처럼 명절에 ‘추캉스’를 떠나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호텔과 골프장 등이 호황을 맞고 있다.

충남 한 호텔 관계자는 “객실 예약률이 80%이상 달하고 있다. 사실상 모든 객실 예약이 완료된 상태”라며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방문객이 줄어 고생을 하고 있었는데 고향을 가지 않는 대신 추캉스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어 지난해 연휴 때와 비슷한 수준의 매출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흡족해했다.

충남 한 골프장 관계자는 “이미 1박 2일 36홀 예약이 끝났다. 골프장은 거리 두기를 하면서 운동을 즐길 수 있어서 코로나19에도 영양을 덜 받는 것 같다”며 “연휴 기간 해외도 나가지 못 하고 귀성도 하지 않는 분위기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정부가 나서 명절 귀성조차 자제해 달라고 지속적으로 당부하는 상황 속에서 추캉스를 즐기는 게 옳으냐는 논란지점이 발생하고 있다.

김진오(55·대전 중구) 씨는 “연휴에 이동을 자제하라는 정부의 방침이 있는데도 여행을 간다는 것은 참으로 이기적인 행동”이라며 “추캉스 소식을 들을 때마다 화가 난다. 코로나19 확산이 조금 주춤하려고 하는데 남 생각은 안 하고 자기들 좋자고 남들을 위험에 빠트리려는 행동아니냐. 코로나19 사태가 더 심각해질까봐 심히 걱정된다”고 나무랐다.

박 모(30·대전 유성구) 씨도 “차라리 고향에 내려가면 한정된 장소에 있지만 여행을 간다면 특성상 여러 곳을 방문하기 때문에 위험성이 높아질 것 같다”며 “추석에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코로나19 확산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제발 이기적인 행동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말길 바란다”고 일침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도 ‘이번 추석연휴 제발 없애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추석연휴 제주관광객 20만 명에게 마스크 의무착용하게 해주세요’ 등 ‘추캉스족’에 반발하는 청원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김정섭 기자 toyp1001@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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