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 차례 등 추석맞이 프로그램 줄줄이 취소
후원·기부 손길 끊겨 복지시설도 걱정 태산

[금강일보 김정섭 기자] 코로나19로 많은 것이 변했다. 전염병 사태이후 맞는 첫 명절인 올 추석 풍경 역시 예외는 아니다. 정부가 나서 귀성을 자제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명절 분위기는커녕 냉랭함이 감도는 지경이다. 사람 도리까지 유예하는 이번 추석 명절이 더욱 쓸쓸하고 외로운 이들이 있다. 평소에도 오갈곳 없고 찾는이 없는 소외된 이웃들이다.

대전에선 쪽방촌이 대표격이다. 그나마 위안이 됐던 각종 추석 맞이 프로그램은 취소됐고 기부 손길마저 끊겨 어느 때보다 마주하기 싫은 명절이 됐다.

합동 차례 등이 취소됐다는 소식을 들은 쪽방촌 주민들은 비교적 담담하게 받아들이긴 했지만 외로움까지는 감추는 못 하는 모습이다.

대전역 쪽방촌 초입에서 바람을 쐬고 있던 김 모 (85) 할머니는 “명절이 반갑지는 않아도 평소같으면 복지시설에서 운영하는 이런저런 행사가 있어 그래도 잠시나마 웃고 떠들 수 있었는데 이번엔 코로나19로 취소됐다고 하니 허전하다”고 씁쓸해했다.

또 다른 쪽방 주민 정 모(78) 씨도 “설날에도 자식들이 바빠 만나지 못 했다. 그나마 복지시설에서 베풀어주는 한가위 맞이 행사로 무료함을 달래려고 했는데 그마저도 취소됐다고 하니 마음 한 구석이 벌써부터 허전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들의 속을 누구보다 잘 아는 복지시설 관계자들은 답답하기만 하다. 딱히 내밀어줄 손이 없어서다. 명절 때마다 합동 차례는 물론 윷놀이, 투우놀이 등으로 함께하는 재미를 빚어냈던 대전 벧엘의 집 만해도 이번 추석엔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인해 도시락을 나눠주는 선에서 대체하기로 했다.

벧엘의 집 관계자는 “아직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유지되고 있고 정부에서도 명절연휴기간을 특별방역기간으로 정해 대면 접촉을 피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며 “쪽방 공동체 식구들과의 접촉도 고민돼 대부분의 명절 프로그램을 생략하고 기본적인 생계유지를 위한 도시락 나눔만 계획하고 있다. 외로운 명절을 보낼 쪽방 주민과 노숙인들에게 괜히 미안해진다”고 어둡게 말했다.

대전 벧엘의 집을 운영하는 원용철 목사의 마음도 꽤 불편하다.

그는 “프로그램을 생략하는 대신 도시락을 나누기로 결정했지만 문제는 대전역 거리급식 자원봉사자는 물론 울안공동체 식구들, 쪽방생활인, 거리 노숙자 등에게 도시락을 나눠줄 자원인력조차 없다는 것”이라며 “프로그램이 줄고 생략되면 사정이 조금이나마 편해져야 되는데 거꾸로 더 힘들어졌다. 코로나19로 상황이 이렇다보니 뾰족한 대안이 없어 답답한 따름”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다른 복지시설 역시 같은 상황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후원과 봉사의 손길이 끊겨 쪽방 힘듦과 외로움을 덜어주기 막막한 탓이다.

대전 중구에서 복지시설을 운영하는 김진숙(59·여) 씨는 “코로나19로 생필품 등 후원이 끊기고 추석이 다가오면 각 기관이나 단체에서 자원봉사 문의가 오는데 이마저도 끊겼다”며 “올해는 한 건도 들어오지 않아 마음이 무겁다. 시설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느는데 여건이 되지 않으니 걱정”이라고 우울해했다.

김정섭 기자 toyp1001@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