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6명 건강이상에도 출동
코로나19로 격무…우울증 심각
정신건강 돌볼 구조적 뒷받침 필요

지난 6일 충남 공주 중앙소방학교에서 제58주년 소방의 날 기념식이 열려 문재인 대통령이 소방관들을 격려하면서 근무여건 개선책 등을 약속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지난 6일 충남 공주 중앙소방학교에서 제58주년 소방의 날 기념식이 열려 문재인 대통령이 소방관들을 격려하면서 근무여건 개선책 등을 약속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금강일보 김정섭 기자] 11월 9일은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하는 소방대원들을 위한 ‘소방의 날’이다. 그러나 노고를 알아 주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고 그 속에서도 자신을 돌보지 않는 소방대원들의 헌신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4월 1일부로 소방공무원의 신분이 국가직으로 통합·전환됐지만 근무여건 개선은 요원하다. 건강에 이상이 있음에도 위험한 현장에 뛰어들어야 하는 현실은 여전하고 특히 올해는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심리적 압박감에 시달리는 소방관들이 꽤나 많다.

소방청의 ‘소방공무원 특수건강진단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대전지역 소방관 건강이상자는 908명으로 집계됐지만 정밀건강진단을 받은 인원은 139명에 불과하다. 세종의 경우 건강진단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건강이상자가 230명에 달함에도 불구하고 진료를 받은 소방관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정밀건강진단을 통해 소방공무원의 심리적 문제를 파악하고 치료를 해야 하지만 소방공무원 보건안전 및 복지 기본법상 특수건강진단만 필수고 정밀건강진단은 지자체 차원의 예산 편성이 안 돼 있는 상황이다. 우울증 등 정신건강에 대한 진료환경이 구조적으로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는 거다.

대전소방본부 관계자는 “신체적으로 위험할 뿐만 아니라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PTSD) 등에 항상 노출돼 있는 소방대원들은 건강검진 받을 시간과 여유가 없을 뿐더러 치료까지 이어지는 과정이 매우 어려워 힘든 상황”이라며 “특히 올 한 해 동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한데 그 게 안 되니 마음의 병만 깊어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전북 익산을)이 이송 담당 소방대원 3062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우울증에 대한 진단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대상자 중 1295명(42%)이 심각한 우울 증상이 있다고 답했다. 709명(23.2%)은 고도의 불안 증상을 호소했고 806명(26.3%)은 피로감, 소화불량, 두통 등 ‘신체화 증상’이 있다고 응답했다.

대전에서 소방구급대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김 모(26·여) 씨는 “기존 업무에다 코로나19 관련 업무까지 하고 있어 피로감이 계속해서 쌓이고 있다”며 “코로나19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몸과 마음이 지친 지 오래”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일 중앙소방학교(충남 공주)에서 열린 제58주년 소방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소방공무원들을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지켜낼 수 있는 생명은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는 소방관들의 헌신에 정부도 힘을 더하고 있다. 현장인력 확충과 특별구급대 운영으로 더 많은 생명을 지키는 토대를 만들겠다”며 “소방관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소방병원 설립도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부족한 현장인력 1만 2000 명을 충원했고 2022년까지 추가로 늘려 소방공무원 2만 명 충원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최선을 다해 생명을 구하고 여러분 자신도 반드시 살아서 돌아오라”고 안녕을 기원했다.

김정섭 기자 toyp1001@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