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해주세요.
세월호 참사 생존자 김성묵님의 발언 전문.
현재 우리나라는 어떤 방향성을 추구하고 있는 것인가.

현재 청와대 앞에서는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원하는 사람들의 노숙단식 농성이 39일째(2020년 11월 18일 기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노숙단식 농성은 세월호 참사 생존자이신 김성묵님이 처음으로 시작하셨고, 그 뒤를 이어 뜻을 함께 하는 시민분들도 동참하기 시작했다. 세월호 참사 생존자이신 김성묵님과 시민분들은 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이라는 모두의 소망을 위해 노숙단식 농성이라는 힘든 시간을 버티고 있다.
오늘은 세월호 참사 생존자 김성묵님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아래의 글은 [세월호 참사 생존자 김성묵님의 발언 전문] 이다.
국민 여러분,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을 요구하며 청와대앞 무기한 노숙 단식 투쟁을 열흘째 지속하고 있는 생존자 김성묵입니다.
사실 저는 "생존자"라는 수식어가 제 이름 앞에 등장하는 것도 싫었고, 주저되었고, 미안했습니다.
내내 제대로 살지 못했고, 많이 울었고, 악몽을 꾸었고, 수면제와 술을 달고 살았습니다.
한동안은 왜 이런 끔찍한 일이 나한테만 닥친 것인지 보이지도 않는 하늘에 계신 존재께 원망도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공소시효가 이제 일 수로는 178일, 개월 수로는 고작 5개월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슬퍼만 하고 있거나 부끄러워만 하고 있기에는, 남은 시간이 너무나도 없습니다.
공소시효라는 특수성은 저의 슬픔과 부끄러움과 절망감을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남은 공소시효 앞에서, '생존자가 단식을 하고 있다'라는 사실이, 그리고 왜 단식을 하고 무엇을 요구하는지가 조금이라도 국민들께 알려질수 있다면, 제 이름 앞에 붙은 것이 생존자이건 무엇이건 간에, 그게 제게 부끄럽건 미안하건 간에, 제가 나서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는 기다릴 수 없고, 더는 기대할 수 없어 이 자리에 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시 세월호 생존자, 탈출자 김성묵으로 인사 드립니다.
제가 지난 7년 간 매일매일 하루의 시작과 끝에 되뇌이는 질문은, "왜 나는 살았을까?"입니다.
왜 다른 분들이 아닌 제가 살아야 했을까요?
아마도 아무도 제게 답을 줄 수 없는 질문일 겁니다.
그러나 제가 말씀 드릴 수 있는 분명한 것은, 죽음을 맞이하고 있는 순간의 희생자들이 저를 살도록 등떠밀어 주었다는 것입니다.
또 하나 분명한 것은, 저는 정신이 까무룩해지는 와중에서도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않았으며 구조할 수 있었음에도 구조하지 않는 것을 온 몸으로 똑똑히 느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저를 무기한 간식과 노숙에 이르도록 한 사실이 또 있습니다.
이제는 온 국민이 알게 되어 상식이 된 것은, 바로 당시의 그 관계자들은 아직까지 아무도 처벌받지 않고 있으며, 그들은 숨어서 살거나 숨죽이고 있는 것도 아닌, 대놓고 공직자로 승진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진상규명을 하고 있지 않은 정권을 규탄하며 진상규명에 대한 약속을 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신 후 후보 시절의 약속을 지키고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방기와 침묵 하에 세월호참사 공소시효는 점점 짧아져만 가고 있다는 사실 또한, 이제는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 김성묵은, 이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답변을 들어야겠습니다.
대변인의 입을 통한 것이 아닌 대통령 자신의 입으로 들어야겠으며, 사참위와 국회가 아닌 대통령이 직접 수사를 지시해 국정원, 군, 기무사 등의 국가기관에 대한 수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답변을 들어야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직접 답변, 사참위와 국회가 아닌 답변을 듣기 위해 지난 9일간 먹지도 자지도 못하는 노숙 단식을 벌여왔고, 앞으로도 지속할 것입니다.
지난 9일 동안 지지 방문과 동조단식에 임해 주신 전국의 모든 시민들께 감사드립니다.
세월호 참사 공소시효가 5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는 특수한 상황의 절박함으로 인해,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생명을 담보로 한 투쟁을 시작하게 된 저의 이 마음을 알아주셔서 고맙습니다.
이 단식의 목적은 사참위가 아닌, 검찰이 아닌, 국회가 아닌, 특별법 개정이 아닌,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책임자 처벌을 지시해 줄 것을 요구하는 투쟁입니다.
또한 저는 공소시효의 연장이 아닌, 공소시효 내에 책임자들을 처벌할 것을 요구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 당장 피해 당사자와 피해자 가족들을 만나서 "이렇게 진행하겠습니다." "이렇게 수사하겠습니다."라고 천명해 주십시오.
"모든 국민이 인정할 수 있는 성역 없는 수사를 만들어내겠습니다." 이런 답변을 해 주십시오.
저는 이러한 요구사항을 이렇게 들어달라, 저러한 요구사항을 저렇게 해달라하는 방법을 제시하여 협상 테이블에 않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한 국가의 통수권자로서 그 권한과 권력으로 할 수 있는 그 한계까지 이끌어내야만 비로소 성역없는 수사가 진행될 수 있기에, 대통령이 나서서 성역없는 수사를 지시해 달라, 그것이 촛불의 염원이라는 것을 제 몸뚱아리 하나로 외치고 있는 것입니다.
희생자들이 주신 이 여생을 내가 아닌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을 택한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바쁜 월요일 오전부터 이곳에 와주신 기자님들 그리고 이 방송을 보고 계신 국민 여러분께 호소합니다.
저는 평범하게 살았던 사람이고, 평범하게 살고 싶었던 사람입니다.
'감성팔이'를 하고 싶지도 않고 '관종' 짓을 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여러분, 세월호 참사의 진실이 무엇인지, 왜 구조를 하지 않았는지, 그리고 그 '미구조'에 대한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지에 대해 밝혀낼 수 없다면, 저는 평범한 시민 김성묵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제가 다시 듬직한 아들로서, 애지중지 귀여움 받는 손자로서, 자주 찾는 형으로서, 동네에서 술 한잔 나누는 친구로서, 그리고 여러분들의 동지로서 살아갈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문재인 대통령께서 남은 5개월 안에, 아니 지금 당장 책임자 처벌에 나서겠다고 청와대 밖으로 나오실 수 있도록 여러분들이 도와 주십시오.
남은 5개월 안에 책임자들이 감옥에 가서, 제가 여러분들의 기억에서 잊혀진 인물이 되고 다시 평번함 삶을, 여러분들과 같은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여러분들의 관심과 지지만이 문재인 대통령을 움직일 수 있고, 304분의 넔을 기릴 수 있고, 이 땅에 살아가야 할 피해당사자들과 피해자 가족들을 다시 살아가게 할 수 있습니다.
제 발언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본 글은 세월호 참사 생존자 김성묵님의 발언이다. 그는 세월호 참사의 생존자로서 트라우마에 시달린 것 같다. 하지만 그는 그 트라우마에서 멈춰 있지 않고 이 사건에 대한 확실한 '진상규명'을 위해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노숙단식 농성을 함께 하고 있는 이들이 원하는 것은 단 한가지이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점점 차가워지는 날씨로 인해 노숙단식 농성에 대한 우려가 커져만 가는 지금, 정부에서는 빠른 시일 내에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답해줘야만 할 것이다.
위홍신 대학생 기자 wi6733@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