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후원·봉사 뚝
주거 취약계층 삶 위기로
[금강일보 곽진성 기자] 어려운 이웃들의 삶에 ‘빈익빈(貧益貧)’ 된서리가 내려앉았다. 월동 과정에서 취약계층의 어려움은 늘 있어왔지만, 코로나19 창궐이 빚어낸 올해의 곤궁은 이전까지의 어려움과는 차원이 다른 모양새다. 감염병 확산으로 말미암은 대면 기피현상은, 후원과 지원을 뚝 끊기게 만들었고 이는 주거 취약계층의 삶 자체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대전 정동과 중동에 위치한 쪽방촌의 사정은 그 현실의 바로미터처럼 보인다. 이 곳 600여 주거취약계층은 그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이 목전이다. 경제적 사정으로 인해 월동준비가 원활치 않은데다, 따뜻한 샘이 됐던 외부의 도움도 메말라가고 있어서다. 특히 주거 취약계층의 겨울나기에 생명줄과 같은 연탄 지원이 예년에 비해 크게 부족한 상황은 쪽방촌에 전례없는 위기감이 감돌게 한다.
해마다 줄기는 했지만 연탄지원이 예년에 비해 크게 부족한 상황은 코로나19의 여파로 풀이된다. 이맘때면 매년 각 기관·기업들이 연탄 꾸러미를 들고 쪽방촌을 찾아들었으나, 올해는 감염확산 우려로 봉사 자체를 꺼려하는 분위기가 짙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고 했던가. 봉사에 나서지 못하니, 연탄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도 꺾인 듯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봉사자가 부족해진 것도 서러운 마냥에, 소극적 봉사의지가 난방 지원 부족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대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 현장에서 답답해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벧엘의집 원용철 목사는 “올해 쪽방촌은 연탄 지원이 상당히 줄었다. 예전에 크게 연탄배달을 했던 기업과 단체들이, 올해는 봉사를 하지 못해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알아보고 있기는 한데 아직 지원 계획이 잡히지 않았다고 말하는 기관·기업이 많다”며 답답해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냉랭해진 기부와 지원 부족이라는 한파.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 없는 게 쪽방촌 관련 단체의 상황이다. 감염병의 공포를 누른 채, 부족한 손길을 모아 김장에 나서는 등 고된 자구책(自救策)을 마련했다. 예년보다 시기가 조금 늦긴 했지만, 12월 첫날부터 이틀간 4000~5000포기의 배추를 김장해 쪽방촌 주민들에게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세 속 쪽방촌 주민에게 나눠 줄 마스크 수량이 부족하지 않은 게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다만 배포 방식 등에서는 고민지점이 엿보인다. 원 목사는 “예년에는 마스크 지원이 없었으나 올해는 대전시와 공동모금회 등에서 많이 지원해줘서 당분간 마스크를 나눠주는 데는 무리가 없다”며 “다만 문제는 예전 같으면 쪽방 주민들이 쭉 와서 받아갔으나 지금은 코로나19 감염우려로 줄을 세울 수가 없어 일일이 가져다 전달해야 한다. 쉽지 않고 고된 일이지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곽진성 기자 pen@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