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상 충남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
[금강일보] 제2의 반도체 산업으로 불리는 ‘종자’를 둘러싼 경쟁이 불붙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세계 종자시장의 50%를 차지한 가운데 각국은 종자주권 확보에 여념이 없다. ‘종자’가 무엇이길래 ‘종자주권’, ‘종자전쟁’이라는 표현으로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일까?
각국이 종자산업에 매진하는 이유는 연 5%씩 성장하는 블루오션이기 때문이다. 세계 농작물 종자시장은 370억 달러(2016년)로 종자 관련 연관 산업까지 합치면 780억 달러(86조 원)로 추정된다.
순금이 7만 원/1g에 반하여 토마토 종자 15만 원/1g, 파프리카 종자 10만 원/1g까지 하는 금보다 비싼 종자도 있으니 그 부가가치는 매우 높다. 종자의 가치는 씨앗 외에도 재배되는 농산물과 관련한 농자재, 수확 후 가공 및 유통에 이르기까지 그 부가가치는 훨씬 커진다.
최근에는 농업이 단순히 식량을 생산하는 산업이 아니라 건강식품, 바이오에너지, 제약 등과 연계된 미래산업으로 부각되고 있으니 농업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종자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시장점유율은 어느 정도일까. 세계 종자시장 점유율은 1% 미만이며 종자자급률도 40% 정도다. 벼, 콩, 옥수수 등 주요 식량작물 종자의 자급률은 높지만 토마토, 파프리카, 양파, 사과, 배 등 원예작물 종자의 상당수가 수입되고 있다.
충남농업기술원은 종자산업을 선도적으로 추진해 농업경쟁력을 높이고 종자주권을 확보하고자 ‘충남형 골든씨드프로젝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충남 주요작목을 대상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할 품종을 개발해 충남을 종자강도(强道)로 발돋움시키고자 하는 사업으로 지난 10년간 11개 작목 153개 품종을 개발했다.
이중 딸기 ‘설향’은 전국 재배면적의 87%를, 구기자 신품종은 충남 재배면적의 86%를, 양송이와 국화 신품종은 각각 40%를 보급해 외국에 지급해야 할 품종사용료(로열티)를 절감하고 있다.
또한 작년에는 국내 최초 2기작이 가능한 벼 ‘빠르미’를 개발해 보급단계에 있다.
종자산업은 먼 미래를 보며 투자해야 하는 산업이다. 품종개발에는 오랜 기간이 소요되지만 우수한 품종은 투자 대비 매우 큰 이익을 창출한다.
종자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유전자원보존, 품종개발, 융복합산업화에 아낌없는 지원이 필요하다. 품종개발 전문인력도 확충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수한 품종을 개발한 육성자에 대한 충분한 인센티브가 주어져야 한다. 법령에 근거한 품종보호권의 이양과 판매 보상금 제도를 보다 활성화하고 이에 대한 국민의 이해도 필요하다.
종자산업의 중요성을 국가, 기업, 농업인, 소비자 모두가 인식하고 예산과 제도적 지원을 토대로 준비하고 노력한다면 종자주권 확보뿐만 아니라 미래 우리 농업의 신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