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병마 쓰러트릴 희망의 빛
한국에는 백신 교훈

[금강일보 곽진성 기자] 중국에서 창궐한 코로나19발 충격이 전 세계에 팬데믹 사태를 초래한 지 어느 덧 1년. 인류는 한 해가 저물도록 신종 감염병 확산의 수렁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좀체 걷히지 않는 이 최악의 감염병으로부터 인류를 구원할 해법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인류의 오랜 유산인 백신(Vaccine)을 유일무이한 해결책으로 손꼽는다.

◆ 백신, 코로나19에 맞설 유일한 희망
지금으로부터 220여년 전, 감염병을 ‘하늘이 내리는 벌’로 여기며 공포에 떨던 인류에게 과학은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수많은 병마로부터 인류를 구원해 낸 존재, 바로 백신이다. 1798년 영국에서 의사 일을 하던 에드워드 제너가 천연두에 우두를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영구적인 예방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사람들에게 직접 바이러스를 접종한 것이 백신의 시초였다.

이어 1881년 루이 파스퇴르는 탄저병을 일으키는 비교적 해가 없는 약화된 배양균을 주사하는 방법을 고안, 탄저병에 대한 면역성을 증명했다. ‘병원체인 미생물을 인위적으로 투여해 인체 내에서 미생물에 저항할 수 있는 항체를 만들어내 나중에 동일한 미생물에 감염됐을 때 면역을 갖게 할 목적’을 지닌 백신은 신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감염병을 인류가 극복하고 예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코로나19로 지구촌이 유래 없는 비상상황을 맞은 가운데 백신의 가치는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하다. 코로나19는 구랍 26일 기준 7800만 명 이상을 전염시킨 강한 전파력과 173만 명을 숨지게 한 높은 치명률을 무기로 최첨단 의료체계와 격리, 봉쇄 등 숱한 방역대책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코로나19에 면역 효과를 발휘하는 백신 개발만이 이 사태를 종식시킬 수 있다는 게 현장의 절박한 인식이다. 그 어느 때보다 신속한 백신 개발·보급에 대한 목마름이 크다. 신종 감염병의 공격에서 인류를 구원할 마지막 보루이기 때문이다.

◆ 자신감 내비치는 백신강국 ‘팬데믹 종식될 것’
절체절명의 위기 속 인류의 자각(自覺)은 코로나19 백신개발로 이어졌다. 내로라하는 세계 제약회사들은 속도전을 벌였다. 모더나와 화이자, 큐어백, 아스트라제네카 등 유수의 기업이 백신 개발을 완료해 접종에 나섰거나, 임상 3상 성공을 목전에 두고 있다. 영국에서는 구랍 8일 세계 최초로 화이자 백신이 사용 승인돼 접종이 시작됐다.

새로운 백신 개발에 통상 5년~10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됐다는 점에 비춰볼 때 경이로운 일이다. 이는 선진국들이 민관 합동으로 행정력과 자본을 대규모로 투입하고 각국 제약사가 개발에 대거 뛰어들었으며, 전례 없던 협동과 경쟁을 반복하는 등 총력체제에서 이뤄진 결과로 평가된다. 또 백신개발 과정에서 바이러스의 핵산을 체내에 주입하는 방식으로 만든 mRNA 백신이 최초로 사용화되는 등 관련 기술도 진일보했다. 나날이 변이·진화하는 신종 감염병 맞서 인류의 백신기술도 고속 성장한 것이다.

코로나19의 공포에 휩싸였던 선진국들은 백신개발을 통해 코로나19를 종식시킬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을 찾고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앤서니 파우치 소장이 구랍 22일 공개적으로 미 제약업체 모더나가 개발한 백신을 접종하며 “백신 접종을 통해 이 팬데믹이 종식될 것”이라고 단언한 대목에서 기대감을 읽을 수 있다. 그는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미국 최고 권위자로 통한다.

◆ 대위기 엄습, 백신에 목마르는 한국
백신강국들이 백신 개발에 성공하고 국민들을 대상으로 접종을 시작하며 코로나 종식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 반면 국내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백신접종이 빨라야 2, 3월 시작되는데다, 코로나19 3차 유행 또한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코로나19 대처에 있어 나름 선방해왔다.

지난해 1월 20일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 발생한 이후 대구 신천지교회, 서울 이태원발 유행 등 2차례의 위기가 발생했으나 K-방역으로 통칭되는 신속하고 철저한 방역으로 확산세를 꺾었다. 그러나 지난달 코로나19 누적확진자가 급증하며 견고했던 K-방역에 균열이 생기는 모양새다. 현장에서는 신속한 백신접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세종 충남대병원 김성민 감염내과 교수는 “환자가 예상보다 많이 생기고 있다. 중증환자를 받을 수 있는 곳이 거의 없고, 장비와 추가 의료 인력 문제도 있다”며 “효과가 좋고, 안전하다면 백신이 최고로 좋은 해답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백신수급이 늦어지고 있고, 현재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 부작용 등을 검토, 접종을 시작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신중함을 탓할 순 없지만 미국, 영국에 이어 독일, 프랑스, 불가리아 등을 비롯해 아시아 최초로 싱가포르가 이미 접종을 시작한 것과 대비된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구랍 20일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지난 7월에는 국내 확진자가 100명 정도라 백신 의존도를 높일 생각을 하지 않았던 측면이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타이밍을 제 때 맞추지 못했다는 의미로 읽힌다.

◆ 백신 확보 나선 정부, 백신 중요성 교훈 삼아야
최근 들어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크게 늘어나는 양상을 보이자 정부도 백신확보에 분주한 모양새다. 정부에 따르면 코로나19 해외 개발 백신 확보 계획과 관련해 화이자 및 얀센과 백신 선구매 계약 체결을 완료했다. 당초 총 8400만회분(4400만 명 분)을 확보하기로 했으나, 총 8600만 회 분(4600만 명 분)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모더나 2000만 회 분에 대해서는 올 1월 계약을 목표로 계약서 검토와 협상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선구매한 백신은 올 1분기(2~3월)부터 단계적으로 도입될 예정이며, 얀센 백신은 2분기부터, 화이자 백신은 3분기부터 도입될 예정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 관계자는 “백신이 조속히 도입될 수 있도록 해당 제약사와 지속적으로 협의를 진행 중에 있다. 백신의 안전성과 효과를 면밀히 들여다보며 가능한 한 빨리 국민이 안심하고 접종을 받도록 세심하게 챙길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올초부터 도입되는 백신이 국내 코로나19 상황을 종식시킬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앞서 백신의 중요성을 간과한 점과 자본과 기술력의 한계로 인한 선진국과 확연한 국내 백신개발 능력은 두고두고 곱씹어야 할 교훈으로 남았다. 더불어 백신의 안전성 문제와 초기 접종대상 등은 백신 접종 과정에서 풀어야 할 숙제가 되고 있다.

김 교수는 “코로나19 백신의 안전성은 긴가민가 하는 면이 있다. 초기 접종 대상에 대한 판단을 신중히 해야 할 것 같다”며 “위험군이나 나이가 많아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분들은 접종하는 게 맞을 것 같고 젊은 분들은 기다려 봐도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곽진성 기자 pe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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