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충청대망론 맞물려 정치적 운영에 이목 쏠려

[금강일보 최일 기자] 박범계(58)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61) 검찰총장. ‘충청대망론’을 구현할 잠재적 주자로 나란히 언급되는 두 사람이 집권 5년차를 맞은 문재인정부에서 묘한 인연으로 얽히며, 앞으로 이들이 어떤 정치적 운명에 직면할지 주목된다.
사법연수원 23기 동기인 두 사람은 1991년 제33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지 30년 만에 각각 법무부와 검찰의 수장으로 맞닥뜨렸다. 윤 총장보다 세 살 어린 박 장관이 검찰 조직을 지휘·감독하는 상관(上官)의 자리에 앉으며, 추미애 전 장관의 윤 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 행사와 징계 청구 등으로 깊어진 법무부와 검찰 간의 갈등을 어떻게 수습하고, 검찰개혁을 어떤 방향으로 추진할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박 장관이 조만간 단행할 것으로 보이는 검찰 인사에도 이목이 쏠린다.
28일 취임 후 첫 공식 행보로 서울동부구치소를 찾은 박 장관은 기자들에게 “검찰개혁도 당연히 중요하다. 검찰 인사 문제가 급선무인데 원칙과 기준을 가다듬은 뒤 윤 총장과 만날 예정”이라며 일단 ‘협력’의 제스처를 취했다. 박근혜 정권 시절 윤 총장을 ‘석열형’으로 지칭하며 살아있는 권력으로부터 탄압을 받는 그를 감싸려 했던 박 장관은 조국·추미애 전 장관과 윤 총장의 극한 갈등 속에 그와 대척점에 서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박 장관은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윤석열의 정의는 선택적 정의”라고 강한 반감을 표했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선 박 장관을 윤 총장에 대한 여권의 ‘견제 카드’로 간주해 그들의 복잡미묘한 역학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달 30일 문재인 대통령이 충북 영동이 고향이고 판사 출신 변호사인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대전 서구을, 3선)을 법무부 장관에 내정한 직후 대선 때마다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충청 민심을 잡기 위한 포석이란 분석이 대두됐다. 충남 공주·논산에 연고를 둔 윤 총장이 보수 진영, 범야권의 대표 주자로 급부상한 데 따른 위기감이 표출됐다는 것으로, 박 장관 발탁 배경에 윤 총장에게 향해 있는 충청 지지세를 약화시키려는 의도가 배어있다는 것이다.
지난 2018년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수행비서 성폭력 사건으로 추락한 후 ‘포스트 충청 대표선수’ 자리를 호시탐탐 노려온 박 장관과 민주당 재집권 저지의 선봉에 선 듯한 윤 총장이 검찰개혁을 두고 한판 대결을 벌이는 상황이 전개된다면, 이는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충청 민심을 차지하기 위한 여야의 대리전 성격을 띨 공산이 크다.
1997년 김종구 장관(천안에서 태어나 대전고 졸업) 이후 ‘24년 만의 충청 출신 법무부 장관’이란 타이틀을 안은 박 장관과 오는 7월 임기가 만료되는 윤 총장을 매개로 한 중원(中原) 표심의 향배가 대선 정국의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