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 재난지원금 저지에 職 거나?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금강일보 최일 기자] ‘知止止止(지지지지), 그칠 줄을 알아서 그칠 곳에서 그친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정부의 제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둘러싼 논란 속에 노자(老子)의 도덕경(道德經)에 나오는 이 문구가 뉴스의 중심에 등장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여당이 제시한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면서 ‘知止止止’라는 고사성어로 자신의 심정을 대신한 것.

일각에선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보편적 재난지원금과 코로나19 피해계층에 대한 선별적 재난지원금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여당의 방침을 저지하지 못할 경우 홍 부총리가 자신의 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 귀추가 주목된다.

홍 부총리는 지난 2일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추가적 재난지원금 지원이 불가피하다고 하더라도 전 국민 보편 지원과 선별 지원을 한꺼번에 모두 하겠다는 것은 정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이 대표가 언급(맞춤형 지원과 전 국민 지원을 함께 협의)한 보편·선별 지원 병행 추진에 반기를 들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중 일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중 일부.

그러면서 “최선을 다한 사람은 결과에 연연하지 말고 담백하게 나아간다는 말이 있다. 그렇게 의연하고 담백하게 나아가기를 바란다. 저부터 늘 가슴에 知止止止의 심정을 담고 하루하루 뚜벅뚜벅 걸어왔고 또 걸어갈 것”이라며 “우리 기재부 직원들의 뛰어난 역량과 고귀한 열정, 책임감 있는 사명감과 사투 의지를 믿고 응원한다”라고 글을 맺었다.

여기서 ‘知止止止’는 본인의 거취를 깊이 있게 고민한다는 홍 부총리의 속내로 풀이됐고, 기재부 직원의 사투 의지를 믿고 응원하겠다는 말도 의미심장한 여운을 남겼다.

홍 부총리는 지난해 1~3차 재난지원금 지급과 추가경정예산 편성, 대주주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 등을 두고 여당과 갈등을 빚다가 결국에는 한발 물러나는 모양새를 띠어 ‘홍백기(洪白旗)’, ‘홍두사미(洪頭蛇尾)’란 조롱 섞인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래서 이번에도 그가 종내(終乃) 의지를 꺾을 것이란 예상과 비장한 각오로 여권의 압박에 굴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한편, 홍 부총리는 지난해 11월 대주주 양도세 부과 기준을 놓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반려된 바 있다. 그는 대주주 기준을 기존 10억 원(주식 합산액)에서 3억 원으로 낮추는 방안을 시행하려 했지만 여당 반대로 관철하지 못 하자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사의를 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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